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셩혜 Sep 12. 2023

남편의 발이 깨끗해졌다

남편의 무좀


대부분 남자는 군대에서 무좀을 얻어 온다고 한다. 무좀의 최대적이 군대라고 할 만큼 전투화를 비롯한 군대 환경은 무좀이 생길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나. 남편도 예외는 아니다. 무더운 여름철 남편의 발은 각질의 대환장 파티가 되곤 하는데 그렇게 병원을 가라고 해도 무좀을 병원까지 가야 할 병이라고 인식을 안 하는 모양인지 귀찮은지 차일피일 미루기만 했다. 무좀도 계절을 아는지 여름철은 심하고 봄, 겨울은 그나마 여름보다는 나은 편이지만, 보기 썩 좋진 않다. 그가 흔적을 남기는 각질 잔재들이 영 못마땅하다.   

기억을 더듬어보니 예전에 아빠도 그랬다. 민간 치료법이라며 물에 식초와 어떤 재료를 녹여 15~20분씩 발을 담그고 있었던 게 떠올랐다. 냄새가 코를 잡을 만큼 역했던 기억이다. 그걸 만들어줄까 싶다가 물에 발 담그는 것도 귀찮아할 거 같아 생각만 하고 실천에 옮기진 않았다. 그렇게 남편 발은 평생 무좀과 함께여야 하나보다 생각하고 말았다.     


올여름 남편 발에 물집이 한 번에 몇 개씩 올라오는 일이 생겼다. 걷는 양이 많아도 물집이 생긴 적은 없는데 무슨 영문인지 발가락이고 발바닥이고 물집이 올라와 걷기 불편한 상황. 하는 수 없어 피부과를 찾았다.

의사는 발바닥에 크게 생긴 물집을 두 개 터트리고는 무좀으로 시선을 옮겼다. 피부과 의사에게 무좀에 걸린 남편의 발바닥은 치료 욕구를 느끼게 하는 상태였을 테다. 그리고는 약 처방을 했다. “이 약 잘 발라 보세요. 약을 다 쓰게 되면 발이 깨끗해질 거예요.”라는 말과 함께.    

  

사용유무를 떠나 처방받은 약은 꼬박꼬박 잘 사는 남편, 결국 무좀약을 본인 손으로 들고 왔다. 그리고 그날 밤 혼자 바르기가 불편하다며 좀 도와주면 안 되겠냐고 했다. (사실 그렇게 불편한 건 아닌 거 같지만 바르는 게 귀찮았던 게 아닐까 싶다). 한숨 한 번 쉬고 바르다 보니 하루가 이틀이 되고 이틀이 삼 일이 되고… 3주는 된 것 같다. 연고를 바를 때마다 ‘바르기 싫어’라는 소리를 안 하는 게 감사해야 할 인가도 싶다. 본인 발이 깨끗해지는 걸 보고도 믿을 수 없다는 남편은 정말 의사 말처럼 연고를 다 써 갈 때가 되니 점점 깨끗해지고 있다고 좋아하는 눈치다. 솔직히 깨끗해진 발바닥을 보니 덩달아 기분 좋은 건 나도 마찬가지다. 이 깨끗한 발이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지는 사실 의문이지만 말이다.   

근원이 되는 걸 치료하지 않는다면 재발되는 게 너무 당연한 게 아닐까? 이참에 무좀의 근원이 되는 걸 찾아 치료를 받게 해주고 싶은데 그러자니 나도 함께 움직여줘야 할 것 같아 살짝 귀찮다. 당분간은 좀 두고 봐야겠다. 어쨌든 이렇게 깨끗해진 걸 보니 나도 기분이 좋은데 본인은 오죽할까!


남편, 잘 알아라! 당신 발, 내가 새로 태어나게 한 거다. 내가 지극정성으로 매일 밤 연고를 발라서 좋아진 거라고!(하- 그 연고 참 기특하다). 무좀 이제 안녕~



ps. 무좀은 전염성이 있다 하여 연고 발라주고 나서 손을 얼마나 깨끗하게, 뽀-드득할만큼 씻었는지 남편은 모를 테다.

매거진의 이전글 모든 사이에는 안전거리가 필요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