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시골예찬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eacegraphy Jan 30. 2024

시골의 겨울밤, 장작불만 있으면 캠핑 분위기

안성 독채 펜션 몽실이네민박

날불에 구운 닭꼬치

시골의 매력 중 하나는 계절에 따라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시골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 있다. 경기도 안성에서도 깊은 곳에 있는 몽실이네민박. 내 마음대로 자유로울 수 있는 공간. 겨울에는 손님이 덜해서 가족, 친구들과 여유로운 시간을 보낸다. 뭘 해도 신선하고 흥미롭지만, 이날은 평소에 잘 안하던 걸 해봤다. 불 장난.


겨울이라 나뭇잎을 잃고 땔감이 된 앙상한 나뭇가지들이 많다. 원두막에 아궁이, 가마솥 옆에는 태우기 적당할만큼 마른 나뭇가지가 한아름 있었다. 딱 캠프파이어, 불장난 각이 나왔다. 나는 어릴 때부터 시골에 살아서 불 붙이는 게 쉽지만 도시에서 자란 친구들은 그렇지 않다. 잘 타는 것부터 불을 붙여 오래 타는 나무까지 옮겨 붙게 하는 게 기본 원리다. 맨 밑에 종이로 불을 붙인 뒤, 좀 더 두꺼운 종이박스로 옮겨 붙게 한다. 그 위로 잔가지들을 올리고 그 위에 굵은 나무를 올린다. 일단 불씨가 생기면, 부채질을 해주면 산소가 공급되면서 불이 활활 타오른다.

일단 불을 크게 피웠다. 아직은 쌀쌀한 날씨이지만 바람이 세지 않은 날이라 불놀이를 즐기기에 안성맞춤이었다. 불이 타오르니 몸도 따뜻해졌다. 몸에 좀 훈제 냄새가 나면 어때~ 이 순간 즐거우면 됐다. 불을 확 피우고 나니 아주 좋은 퀄리티의 숯불이 남았다. 잔불도 충분한데 이걸 그냥 꺼뜨리기는 아쉬웠다. 냉장고에서 닭꼬치와 새우를 꺼내왔다. 되는대로 호일로 칭칭 음식을 감고, 날불에 그대로 얹었다. 불맛이 이렇게 제대로 들어간 닭꼬치는 처음이다.


예전에 사뒀다가 쓰임새가 애매해 창고에 뒀던 무쇠판도 소환했다. 구멍도 뚫려 있어서 날불에 굽기는 최적이었다. 불판 위에 호일을 깔고 새우를 구웠다. 맛이 없을 수가 없다. 이미 식사를 마치고 시작한 불장난 추가요린데, 계속 손이 갈만큼 맛있었다. 닭꼬치, 새우를 굽고 고구마도 굽고 계란도 구웠다. 하나같이 훌륭한 요리가 됐다.

맥주 한 잔~


강아지들도 우리의 불놀이에 참여했다. 어떻게 불이 무서운걸 아는지, 더 다가가지 않고 선을 지킨다. 요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대망의 라면 직화구이가 남았다. 버려도 될 찌그러진 양은냄비를 구해왔다. 연기 반, 수증기 반 천천히 물을 끓인다. 날불 위에 그냥 올린다. 야생이다.

불맛이 제대로 입혀졌다. 비쥬얼을 보면 지옥라면이라는 이름을 붙여도 되겠다. 아무리 배불러도 계속 먹을 수 있는 그런 자극적인 맛이다. 뜨거운 라면을 겨울 공기가 식혀준다. 결국 한 봉지 추가!


매거진의 이전글 안녕, 깐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