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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acegraphy Apr 24. 2019

서울에서 세계여행, 서대문·독립문 영천시장의 맛

전통시장, 분위기를 먹다 (feat. 더풍년)

먹는 걸 잘 먹어야 기억에 남는 여행이다. 식도락은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다. 외국을 가든 지방을 가든 맛집 중심으로 동선을 짠다. 이것만큼은 꼭 먹어야 하는 음식들이 있다.


서울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서대문역과 독립문역 사이에 영천시장이 있다. 4대문 안, 서울 한복판에 있는 전통시장이다. 200~300미터 정도 되려나. 크지 않은 규모다. 지나치면서 많이 봤지만 가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시장에 들어서면서부터 눈이 휘둥그레졌다. 맛스러워보이는 집들이 너무 많아서다. 큰 가마솥 3개에서 육수를 끓이고 있는 순대국집, 어르신들이 소주 한 잔 기울이고 있는 닭발집, 구수한 냄새가 유혹하는 족발집, '전도사'라는 훌륭한 이름을 가진 전집... 큰일났다. 이거 7차각인데?


영천시장 꽈배기집은 엄청 유명해서 퇴근시간도 되기 전에 품절된다고 한다. 떡볶이집도 잘나간다고. 그런 집들이 있으면 상권도 살아나게 마련이다. 이 시장 상황은 다른 전통시장보다 낫지 않을까 싶다.

장고끝에 선택한 1차 장소는 전도사. 일단 강력한 네이밍에 끌렸다. 시장에 무슨 전도사? 전+도사였다. 웨이팅을 견뎌낸 끝에 자리를 잡았다. 노포를 기대했지만 민원때문에 안된단다.


시그니처 메뉴인 모듬전과 순대곱창을 시켰다. 모듬전 1만원, 순대곱창 1만3000원. 참 착하다. 소주 한 잔과 왁자지껄한 시장 분위기와 어우러져 최고의 맛을 낸다. 과식하지 않았다. 다른 곳도 가봐야 하니까.


밤 9시30분쯤 됐나. 가보려던 식당들이 죄다 문을 닫았다. 시장 맛집에 아쉬운 점이다. 영업시간이 짧다는 것... 하지만 대안은 있다. 그 이름은 더.풍.년.

시장 안에서 난 골목에 생뚱맞은 술집이 한 곳 있다. 더풍년. 복고풍 인테리어를 가져온 힙한 느낌의 이자카야? 해물포차 정도 이름이 어울리는 술집이다. 자주 가는 연남동 술집 느낌이 물씬 난다.


늦은 시각이라 회 메뉴는 매진됐다. 또 다시 장고끝에 우니+김단새우 세트를 주문했다. 큰 기대는 없었는데, 기대를 했더라도 그 이상이었을 퀄리티의 우니가 나왔다. 일단 신선하다. 비리지 않다. 특유의 고소함은 생와사비를 만나 배가 된다.


짜파후라이는 철가방에 담겨서 배달된다. "짜장면 시키신 분~", 서비스도 취향저격이다. 무슨 짜파게티가, 파스타를 능가한다. 전날 점심약속이 여의도 유명한 파스타집 올라였는데, 다음 미팅시간 때문에 반밖에 못먹고 나온 아쉬움이 있었는데, 여기서 풀었다. 술이 쭈욱 쭈욱 들어간다. 배부르지 않은 적당한 안주들이 많은 곳이다.


자, 이제 3차는 어디? 영천시장 입구(서대문역 방향) 근처에 페리카나 치킨집이 있다. 삼고초려했다. 계속 만석이었다. 12시쯤 가니 자리가 났다. 굉장히 오래된듯한 간판이 발을 이끌었다. 실내 분위기도 전형적인 오래된 치킨집.


기대했던 맛이다. 연륜과 전통과 추억이 어우러진 튀김옷, 그리고 양념. 오리지널 반반치킨에 일행들 모두 감탄했다. 물론 배가 불러 절반은 포장했지만.


무거운 배를 감싸며 독립문 공원으로 나왔다. 독립문엔 사람이 별로 없다. 프랑스 개선문이랑 크게 다를 것도 없는데, 익숙하고 지나가다 보인다는 이유로 저평가된것 같다. 여행이 뭐 별거 있나, 잘 먹고 편안하면 여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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