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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빙 Dec 04. 2019

다이어트와 비슷한 외벌이 살림 외식

유예된 행복, 외식의 즐거움이 증폭된다.

내가 버는 외벌이 생활이 1년이 넘어간다. 처음에는 징징거리며 남편 원망을 많이 했다. 그냥 남편이 회사에 가고 꼬박꼬박 월급을 받는 생활이 부럽기만 했다. 그런데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고 했던가, 이제는 이런 외벌이 생활에 몸이 적응해버렸다. 집밥을 먹는 것이 당연한 거고 외식은 정말 특별한 삶의 이벤트가 돼버렸다. 닭강정을 먹겠다고 선언한 날이 다가오면 떨리고, 짜장면 하나에 주말이 기다려지고 예전에는 가는 둥 마는 둥 했던 직장 회식이, 결혼식이 너무나 기다려진다!


오랜만에 먹은 짜장면에 기쁘고, 밖에서 사온 참치김밥에 기분좋다.


 외벌이 생활을 하며 처음 가장 고통받았던 것은 외식을 줄여야 하는 점이었다. 언제든 먹고 싶은 게 있음 거의 바로 먹던 시절이 있었다. 외벌이로 전환된 후 그런 생활은 적자가 나는 상황 속에서 해서는 안될 행동 1순위였다. 먹고 싶은걸 바로 먹지 못하다니, 어라 이건 내가 했던 다이어트랑 얼핏 비슷했다. 다이어트는 살을 빼고 싶다고 생각해서 돈과는 상관없이 먹고 싶던 떡볶이, 피자, 치킨을 참았다. 외벌이도 떡볶이, 피자, 치킨을 참는다. 대신 이건 자발적인 듯 자발적이지 않은 듯 내 거인 듯 내 거 아닌 내 거 같은 너 같은 이런 이런 상황이다. 이게 뭐람, 무슨 부귀 영광을 누리겠다고 일하면서 치킨 하나 못 뜯나라는 마음으로 슬퍼했다. 냉정하게 살펴봤을 때 현실은 치킨 1번 시켜먹는 값으로 3-4일 반찬값을 충당할 수 있으니 쉽사리 한 끼를 충당할 치킨값을 시원하게 내기가 어려웠다.


 다이어트할 때는 일주일에 한 번 외식을 보상이라고 먹었었는데 외벌이 살림은 보상을 매번 주기도 어렵다. 똑같은 건 다이어트 때 먹은 치킨 맛이 짜릿했던 거처럼 가끔 하는 외식의 맛이 너무나 짜릿하다. 즐겁다. 남들은 흔하게 먹는 피자, 치킨일 뿐인데 이 맛이 전과 크게 달라진 것도 아닐 텐데 이렇게 좋을 수가 없다.


 누가 본다면 이런 궁상이 없다고 욕할 것이다. 맞다 궁상! 이렇게 흔한 음식 하나 사 먹을 돈이 없냐 비웃을 거다. 맞다 정말 이런 나 궁상맞다. 궁상맞은 생활을 하며 미래를 상상해본다. 미래에 우리의 수입이 지금보다 많아지고 다시 맞벌이가 시작되고 외식도 특별한 일이 아니라 아주 흔한 일상이 될 것이다. 그런데 미래에 먹는 피자와 치킨 맛이 지금과 비슷하진 않을 거 같다. 지금 상황 속에서 먹었던 치킨, 짜장면, 피자의 맛은 왜인지 다른 거 같다. 학창 시절 학교 앞 떡볶이 맛이 집에서는 재현이 잘 안되는 거와 비슷할 거같단까


이번 주말은 신랑과 데이트하기로 했는데 햄버거를 외식할 거 같다. 주말이 무척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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