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베리 Nov 08. 2020

정말 안 짤릴 수 있을까?

공공기관의 일자리, 정말 지속가능할까?

나도 안 짤리지만 쟤도 안 짤린다. 공공기관의 장점이기도 하지만 단점이기도 하다. 요즘따라 그 단점이 너무 크게 느껴진다.


나도 안 짤린다는게 그렇게 중요한걸까? 물론 이 장점을 찾아 공공기관에 온 거긴 하다. 노동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사용자를 피하고 싶었다. 턱없이 부족한 임금을 지급한다거나, 회사에 헌신하지 않으면 열정이 부족한 사람으로 여기거나, 때로는 모욕적인 언사와 함께 해고하거나 하는 사람들.

(막상 일해보니, 정부라고 해서 노동의 가치를 인정하는건 아니란걸 깨달았다. 정부가 공적영역 노동자를 착취하는 거야말로 정말 큰 문제다. 이건 다음에 더 이야기하기로!)


하지만 공공기관이라고 평생직장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물론 고용 자체는 정부가 지속해줄 것이니 나는 어떤 일이든 주어진 일을 하고 비슷한 월급을 받을 것이다. 하지만 이 회사가, 이 일이 지속될지 잘 모르겠다.

사회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기관이니, 사회가 변하며 그 필요성이 없어진다면? 전력, 수력, 원자력, 발전소 이런 곳이야 계속되겠지만, 건강보험기금, 기술보증기금, 고용보험기금 같이 기금으로 운용되는 회사들은 그 기금이 고갈되거나, 더 이상 필요하지 않으면 끝 아닐까 싶다.

하는 일도 지속될지 잘 모르겠다. 뭉뚱그려 사무직으로 뽑는다고 다 똑같은 일을 하는게 아닌데, 내가 해온 이 직무가 계속될까? 이미 사업 자체는 1년 단위로 수도 없이 바뀐다. 내가 한 사업이 내년에는 아예 사라지는 일이 자주 일어난다.


필요하다면 일자리 수 자체도 줄어들 각오를 해야한다. 자동화할 수 있는데 그러지 않고 있는 일이 얼마나 많은가? 모든걸 컴퓨터화 해야 하는건 아니다. 인터넷에 접근할 수 없는 국민들을 위하여 대민서비스 업무 자체는 계속 존재해야 한다. 하지만 내부 업무는 최대한 많은 것이 자동화되어야 한다. 엑셀로 취합하고, 자료를 복사 붙여넣기 하기 위해 드는 노력, 오차를 검토하는데 드는 시간을 줄여야 한다.

이렇게 말하면 누군가는 '그 일이 자동화된다면 우리도 다 잘리겠지'라고 말한다. 저런걸 자동화하고 우리는 보다 높은 차원에서, 공공기관이 존재하는 이유 즉 우리가 해결해야 하는 사회문제를 생각하고 기획해야 한다. 만약 단순작업이 자동화되어서 기획을 해야하는데 할 능력이 단 1%도 없는 사람이라면.. 일할 자격이 없는거 아닐까? 조직의 목표를 달성하는데 전혀 도움이 안 되는 무능력자에게도 일자리를 주는게 고용보장의 목적이라면 모르겠지만..


'안 짤린다'라는 단어에 고용 보장만이 포함되어 있다면 정말 안 잘리는게 맞겠다. 다만 어느 정도라도 내 회사, 또는 내 일이 지속가능한게 목적이라면 그건 지나친 환상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어느 정도는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