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할 수 있는 일을 찾던 대학교 4학년 과거의 나에게 하고 싶은 말-
"진정한 사회변화를 만들 수 있어? 그런 곳은 (일하면서) 성장할 수 있는 조직과는 거리가 멀지 않아?"
공공기관에서 일하기로 한 후, 스타트업의 지인들에게 쉽게 듣는 말.
분명히 답할 수 있다. 나는 일하는 환경을 더 낫게 조성하기 위해 이 곳에 왔다. 자본주의가 해결하지 못해서 공공의 손이 닿아야 하는 영역의 일을 하려고. 수많은 사회문제가 1) 촘촘하게 서열을 매기고 2) 돈이 되는 곳에만 일이 몰리며 3) 학연지연혈연 및 개인의 주관에 의지하는 우리나라 사회구조&제도에서 발생한다고 생각하기 때문.
경력, 나이, 스펙... 그 어느 것도 전문성을 판단하는 기준이 될 수 없다. 빌라선샤인 홍진아 대표는 일을 완성하고, 방향을 제시하고, 체계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이 전문가라고 말한다. 더하여 무얼 하는 사람인지가 아니라, 어떻게 배우는지 아는 사람이 전문가라고 재정의한다. (책 '자비없네 잡이없어' & 빌라선샤인 인스타그램)
이 정의에 십분 공감한다. 일을 하는 '방법'을 배운다면 어디서든 성장이 아닐까. 기획자인 나로서는 간결하게 표현하고 다른 이를 설득하는 방법을 배운다면 어디서든 성장할 수 있다. 어디서든 대부분의 사람이 최선을 다해 일을 하고 있다. 겉보기에 성장과 멀어보이는 조직이더라도 분명히 성장은 존재한다.
일하는 사람으로서의 성장이 반드시 회사라는 조직 안에서만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다. 콘텐츠 기획자로서의 감을 익히게 한건 회사 일이 아닌 또 다른 일('사이드 프로젝트'로 불리는 것들)이었다. 내 콘텐츠를 개발하고, 가공해서 유통하는 방법, 다른 사람에게 말로 글로 전달하는 방법은 오히려 조직 밖에서 배울 수 있었다.
우리는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느낌'으로써 무언가를 '하는' 법을 배운다.
- 배우는 법을 배우기
우리는 '성장한다고 인정받는 것'과 '실제로 성장하는 것'을 쉽게 혼동하는 것 같다. (사실 작년까지의 내 얘기다.) 성장하는 것처럼 보이는 환경들이 있다. 직급이 높아 결정권한이 많다거나, 이름만 들어도 아는 회사에 있다거나, 다양한 도전을 하는 회사에 있다거나.
하지만 진짜 성장하는 지는 다른 문제다. 내가 성장하고 있는지는 나만 안다. 왜냐하면 성장은 느낌이니까.
일의 맥락을 빨리 파악하고, 끝까지 일구어 내고, 체계를 만들어가는 방법 자체는 어디서든 배울 수 있다. 물론 정말 그 방법을 배우지 못하는 곳이라면 성장과 거리가 멀다고 할 수 있겠지만, 그 역시 개인의 주관에 달려 있겠지. 성장엔 다양한 모습이 있으니까. 어디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에 따라 성장의 정도가 달라진다고 여겼던 시기를 후회하며, 나 역시 그렇게 판단받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