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일도 하는 삶을 살자
좋아하는 일을 마치 운명처럼 여겼다. 동화 속 천생연분을 기필코 찾아내듯이, 어딘가에 ‘좋아하고 잘 하는 일’이라는 존재가 있고, 고난과 역경을 헤매며 좋아하는 일을 찾아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언젠가 그걸 찾으면 행복해질거라는 희망이 있었다. 당시에는 좋아하는 일을 하지 못해 불행하다고 스스로를 불쌍해했다.
비영리, 대기업, 스타트업, 공공기관을 거쳐 프리랜서로 일하기까지. 좋아하는 일을 찾기 위해 계속해서 직장을 떠났다. 이분법적으로 세상의 일을 나눴다. 나의 가치에 맞는 일과 그렇지 않은 일, 좋아하는 일과 그렇지 않은 일, 잘 하는 일과 그렇지 않은 일.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의 정확한 교집합을 찾기 위해 헤맸다. 적당히 잘 하는 일, 적당히 좋아하는 일 같이 중간 어디쯤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못했다.
회사를 다니면서 N잡을 병행하다가, 결론적으로는 지금은 퇴사한 후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하고 있다. 그러나 확실한건 ‘좋아하는 일’은 갑자기 등장하는 운명같은게 아니다. 내가 원하는 좋아하는 일, 잘 하는 일의 정도를 찾으며 내가 만들어가는 것이다.
좋아하는 일을 삶에 조금씩 포함해본다. 강의를 하고 싶다면 친구 몇 명을 앉혀놓고 내가 잘 하는걸 설명해본다. 수의사가 되고 싶다면 동물 봉사활동을 간다. 사이드 프로젝트여도 좋다. 수익화는 지금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돈은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 따라오는 결과다.
회사 밖의 일도 괜찮다. ‘회사’와 ‘채용공고’를 벗어나 언젠가 반드시 이뤄보고 싶은 것을 찾는다. 모든 사람이 ‘좋아하는 것’을 ‘일’로 할 필요는 없다. 더하여 내가 좋아하는 일을 기존의 산업/직업 안에서 찾기 어려울 수 있다. 이미 그런 일을 하는 회사가 있지만 내가 잘 모르는 것일 수도 있다. 세상의 모든 회사를 다 알 수는 없으니까.
마음 속의 장벽을 내려놓고 시도해본다. 시도를 하면서 좋아하는 일이 구체화된다. 전문가가 아니라는 걱정은 내려놓아도 좋다. 어차피 이제는 전문성을 스스로 정의하는 시대다. 빨리 시도해야 좋아하는 일에 더 가까워질 수 있다.
좋아하는 일의 환상을 찾아 헤매지 말고, 좋아하는 일도 하는 삶을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