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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라이트 Mar 19. 2018

블록체인, 이제 가상화폐를 넘어 스마트계약으로

블록체인과 스마트계약 @ 정연택 변호사 _ 법무법인 디라이트

1. 인터넷과 블록체인


인터넷의 등장은 인류에게 정보(데이터)의 신속한 교환을 가능하게 해주었지만 정보의 신뢰까지 보장해 주지는 못했다. 그래서 인터넷망 안의 엄청난 정보의 바다에서 어떻게 믿을만한 정보를 골라낼지가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였다. 하지만 똑같은 인터넷망을 이용하면서도 블록체인은 인터넷에 신뢰를 더해주었다. 블록체인은 시스템에 참여한 구성원들(노드)이 각자의 블록(서버)에 데이터를 분산해서 저장함으로써 데이터의 위, 변조가 사실상 불가능해지고(신뢰성), 구성원들이 각자 분산된 정보를 보유할 수 있으며(투명성), 별도로 중앙서버의 관리자도 필요 없게 된다(탈중앙화). 



이러한 블록체인 생태계는 가상화폐(criptocurrency는 암호화폐라고 부르는 것이 더 정확하지만 가상화폐라는 용어가 일반화되어 있어서 이에 따른다) 서비스 위주의 단계인 ‘블록체인 1.0’, 스마트계약의 활성화 단계를 의미하는 ‘블록체인 2.0’, 그리고 공공, 정치, 경제 등 사회 모든 영역에 블록체인이 활용되는 ‘블록체인 3.0’으로 나눌 수 있다. 


우리는 아직 가상화폐에 홀릭된 1.0 단계에 머물러 있는데, 날마다 등락을 거듭하는 가상화폐를 보면서 정부도 국민도 상심이 깊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가상화폐 투기현상을 17세기 네들란드의 튤립 버블에 비유하는 시각들도 있다. 2천년대 초반에는 IT 붐을 통해 인터넷 버블이 있었다. 이때도 많은 사람들이 투기로 손해를 입었지만, 인터넷 버블의 가장 큰 소득은 저렴한 인터넷망의 연결이었다. 인터넷이 우리에게 가져다 준 유익은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다.


Blockchain 과 스마트계약





2. 블록체인과 스마트계약


기존의 법정 화폐는 정부나 중앙은행이 주는 신뢰를 바탕으로 유통되고 있지만, 활발한 국가 간의 거래를 상정하면 비교적 제약이 많다. 하지만 인터넷뱅킹이나 모바일페이 등 전자 금융을 생각해 보면 이미 법정 화폐도 ‘전자화폐화(化)’된 지 오래다. 시간이 갈수록 실물 화폐의 교환은 줄어들고 전자화폐가 교환수단의 주류가 될 것이다. 


그런데 신속과 신뢰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블록체인을 가장 잘 응용할 수 있는 분야는 당연히 화폐이다. 그래서 블록체인 기술 중 가상화폐가 먼저 대중에게 알려졌지만 실제로 법조인들 입장에서는 가장 관심을 갖고 지켜보아야 할 분야가 블록체인 2.0 단계인 스마트계약이다. 블록체인 기술이 활성화되어 공공서비스를 포함한 모든 거래가 ‘스마트계약화(化)’ 되면 계약이 자동 실행되므로 계약을 ‘이행’하는 절차가 필요 없게 된다. 


블록체인 기술과 가상화폐





3. 스마트계약의 개념과 연혁


‘스마트계약’ 이라는 용어는 변호사이자 컴퓨터 프로그래머인 Nick Szabo가 처음 사용하였다. 스마트계약은 한마디로 블록체인 상에서 ‘자동으로 실행’되는 프로그래밍 ‘코드’를 의미한다. 즉 스마트계약에는 전통적인 계약의 요소인 청약과 승낙의 의사 합치가 존재하지 않고, 처음 설정된 프로그램 조건을 입력하면 프로그램이 자동으로 실행될 뿐이다. 프로그래머가 정한 조건에 따라 데이터 단위와 가치 단위(비트코인, 이더리움 같은 가상화폐 즉 디지털 자산)의 맞교환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스마트계약은 인터넷에서 영화나 음악을 기간을 정해 이용하는 경우 그 기간이 지나면 접근 권한을 차단하는 기능인 DRM(Digital Rights Management)과 구별해야 한다. DRM은 스마트계약과 달리 조건을 부가하거나 디지털 자산을 이전할 수 있는 기능이 없다. 스마트계약이란 말을 처음 사용할 때만 해도 블록체인을 전제한 것은 아니었지만 지금은 당연히 블록체인과 분리해서 스마트계약을 생각할 수 없게 되었다.



스마트 계약 (Smart Contract)


 스마트계약은 처음 프로그래밍한 의도에 따라 통상적인 계약조건을 충족시키면 계약내용이 자동으로 실행되는 것인데, 이를 통해 계약 체결과 이행에 따르는 위험을 제거하여 재판이나 강제집행 등이 필요 없게 되며, 중개인의 필요성도 최소화할 수 있다. 최초의 블록체인 기반 스마트계약은 역시 비트코인의 스크립트이다. 그런데 비트코인은 블록체인의 암호화폐 기능에 중점을 두어 개발되었기 때문에 금액과 거래 당사자의 서명이 일치하는지만 확인할 수 있을 뿐 상태값을 저장할 수 없다. 반면 이더리움은 처음부터 Solidity라는 자체 프로그래밍 언어를 가지고 스마트계약의 기록, 관리를 하기 위해 만들어졌기 때문에 다양한 상태값을 저장하고 반복문을 허용하며, 함수를 컴파일된 코드 형태로 거래에 포함해 블록체인을 통해 동기화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4. 스마트계약과 가상화폐의 활용


기존 전자거래와 스마트계약의 가장 큰 차이점은 자가집행성(self-enforcing)이다. 이를 위해 스마트계약은 통상 가상화폐를 지불수단으로 사용한다. 물론 스마트계약에 신용카드 등 다른 지불수단도 사용이 가능하나, 스마트계약의 본질인 자동이행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네트워크상에서 가상화폐를 매개로 한 디지털 자산의 직접적, 자동 이전이 이루어져야 한다. 다른 지불수단으로는 결재권한을 가지고 있는 자의 ‘승낙’이 있어야 지불이 가능하기 때문에 진정한 의미의 스마트계약 시스템을 구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https://youtu.be/2rLNbd6MQXg

VISA 사와 Docusign 사의 실증 실험



블록체인과 스마트계약의 관계를 이해하기 위해서 스마트계약의 실제 활용에 대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자율운행 자동차에 스마트계약 시스템을 적용하면 주유가 필요할 때 주변에서 유가와 주유소까지의 거리를 계산해 최적의 주유소를 찾아 내 주유를 하러 가고, 보증서비스 기간 내에 알아서 필요한 정비예약을 해서 정비를 받으러 가며, 일정한 기간이 지나 중고차로 판매할 경우 인터넷에 매물로 올리고, 차의 상태를 고려한 최상의 가격으로 거래되도록 중개하는 역할을 하거나, 폐차 절차도 스스로 진행할 수 있다.





5. 스마트계약의 실행 단계 및 구성


스마트계약의 실행 단계를 나눠보면 1. 프로그래머의 코드 작성 2. 코드의 공개 3. 상대방의 조건성취 4. 토큰 이전 으로 정리할 수 있다. 이때 코드 자체는 의사표시가 아니고, 코드의 공개는 청약에 유사하다. 조건의 성취는 승낙의 의사표시에 해당하나 계약의 이행까지 포함한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토큰의 이전은 이행행위에 해당하나 스마트계약 참여자의 의사에 따른 것이 아니다. 



계약의 자동실행 (Self-enforcing)



코드의 작성은 일종의 불특정 다수인에 대한 의사표시인데, 이때 코드의 내용을 통일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 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모든 계약 내용을 코드로 구현하는 것은 아직까지 불가능해서 스마트계약은 자연어로 된 법률문서와 컴퓨터 코드의 두 가지 요소로 구성되고, 법률문서는 법적 구속력을, 코드는 계약의 실행을 담당한다고 해석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러나 앞으로 비즈니스 유형별로 표준화된 스마트계약의 템플릿이 정리되면 계약의 체결과 실행이 코드만으로 이루어지는 스마트계약이 활성화 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6. 스마트계약과 산업의 변화


스마트계약을 통해 상품, 유통시장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해상운송에 자율운행 기술과 스마트계약 시스템이 도입되면 선하증권이 필요 없이 물건의 해외 선적부터 해상 운송 그리고 국내 반입 및 창고에 적재하고 다시 국내에서 유통되기까지 모든 물류와 유통 과정이 자동화 될 수 있다. 그리고 우리가 항상 구입하는 소고기, 해산물 등 농축수산물의 생산지 정보도 신뢰할 수 있게 된다. 그 외에도 의료, 금융, 회계 그리고 공공 부문 등 블록체인을 통한 스마트계약의 응용 범위는 무한하다.



https://youtu.be/iHSA10UzBRc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여 고액물품 거래 추적을 하는 Everledger 사


 그럼 구체적으로 법률산업에는 어떤 변화가 찾아올까. 이미 IBM의 슈퍼컴퓨터 Watson을 기반으로 한 AI 변호사 ROSS가 뉴욕의 대형 로펌 Baker&Hostetler에서 파산 관련 업무를 하고 있다. 로스는 자연어를 이해하는 AI이지만, 위에서 언급한 대로 궁극적으로 법적인 계약을 컴퓨터가 판독할 수 있는 코드로 축소해서 변환할 수 있다면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다른 코드와 마찬가지로 법률 계약의 다양성을 프로그램화 할 수 있게 되고, 이를 통해 계약의 오류 및 모호성을 줄이면서도 계약 체결과 실행의 속도는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게 된다. 결국 앞으로 변호사들의 주된 업무가 계약서를 작성하거나 그 내용을 수정하는 것이 아니라 컴퓨터 코딩을 하거나 매개 변수를 입력하는 것이 될 가능성이 높다. 



https://youtu.be/ZF0J_Q0AK0E

AI (인공지능) 변호사 ROSS




7. 마치면서


최근 가상화폐에 대한 지나친 투기현상과 이에 대한 정부의 과도한 규제 모두 블록체인 기술의 발전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 결국 가상화폐는 투자 자산으로서의 성질보다 계약을 자동실행 시키는 스마트계약과 결합될 때 진정한 가치를 나타낼 것이다. 일상생활의 모든 거래가 블록체인 상의 스마트계약 시스템 안에서 사람의 개입 없이 자동으로 체결되고, 실행되는 데 가상화폐는 인체 내의 혈액 같은 역할을 한다. 


이처럼 가상화폐가 블록체인 시스템 내에서 디지털 자산으로서 본연의 역할을 하게 되면 정부 등 공공기관과 금융기관, 기업들도 자신들의 블록체인 시스템을 위한 결제수단으로서 가상화폐를 발행하고, 이용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법률신문 뉴스 | 연구논단 2018. 2. 2)
기사링크 : https://www.lawtimes.co.kr/Legal-News/Legal-News-View?serial=139920  

D'LIGHT 칼럼링크 : http://www.dlightlaw.com/블록체인-이제-가상화폐를-넘어-스마트계약으로/


법무법인 디라이트 정연택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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