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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그때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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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마언니 Jan 11. 2024

잘났다고 나댄 값

정초부터 멍청비용 

남편과 나는 이탈리아 로마에서 1인 여행사로, 현장에서 발로 뛰며 가이드 하는 건 남편의 몫, 전반적인 예약업무를 비롯한 사무일은 내 담당으로 감사하게도 별다른 마케팅이라 할 것도 없이 현장에서 잘 뛰어주고 있는 남편 덕에 잔잔하게 십여년 넘게 운영해오고 있다. 

주 된 나의 업무는 투어, 픽업 관련 문의에 대한 견적서 발생, 로마를 기반으로 이탈리아 전역으로의 활동을 하며 차량통행을 위한 각 도시마다의 제출양식이 다른 차량허가서 서류업무라던지, 입장권을 필요로하는 입장지에 대한 티켓구입, 식당 어레인지 등 투어에 필요한 전반사항의 서포트이다. 

사실상 15년 넘게 해오는 업무이기에 나름 배테랑이라 여겼건만 한 번씩 불쑥하고 터지는 사고들을 마주할 때면 내 그릇이 이 쯤이었던가 하며 나를 다시 돌아보게 된다. 


2023년엔 각종 입장지의 티켓 구하기가 너무나 어려웠다. 

로마에서 가이드업을 하고 살면 평생 밥 굶을 일 없을 줄 알았건만, 우리는 감히 상상도 하지 못했던 코로나라는 대 역병을 겪으면서 로마시내에 관광객이 없는 초유의 사태를 맞이했다. 

그 후로 3년 여행의 정상화가 회복되면서 로마는 이전보다 더 없는 관광객이 몰려들었고 콜로세움 내부 입장을 위한 티켓은 늘 솔드아웃이었다.

로마 속에 있지만 분명한 작은 하나의 국가인 바티칸 역시 마찬가지였다.

전세계 관굉객은 바티칸박물관을 보기를 희망했고, 코로나 이후의 여행판도는 완전하게 달라졌다.

줄을 서서 입장하던 입장지들은 대부분 예약티켓으로 전환되었고 덩달아 티켓 암표상은 활개를 쳤다.

암표상이 늘어날 수록 공식 사이트를 통한 티켓은 그야말로 하늘의 별따기 60일전 티켓 오픈으로 오픈 시각대기를 하고 있지 않으면 단 한장의 티켓도 구할 수가 없어 결국은 웃돈을 얹어 암표를 사야만 하는 실정이 되고 보니 바티칸박물관 측에서도 이를 가만히 두고 볼 수는 없었을거다.


2024년엔 많은 부분이 달라질겁니다.  


바티칸에서는 공표를 했지만 기원전 역사의 그때나 지금이나 큰 변화가 없는 이탈리아 로마의 생활에 내가 너무 젖어버린걸까, 바티칸의 공표를 깡그리 무시해버렸다. 


2023년 연말께 2024년 1월의 바티칸을 비롯한 로마투어를 여러건 예약 받아두었고 60일전 티켓오픈이 무색하게 12월이 끝나가는 마당에도 2024년 바티칸 박물관 티켓은 좀처럼 오픈 될 기미도 보이지 않았다.

매일을 사이트를 들락거렸고 막 오픈 된 티켓을 이틀 분에 해당하는 10장을 구입했다. 

그 짜릿함 이루 말할 수 없었건만 짜릿함은 찌릿함으로 이내 되돌아왔다 


2023년 수없이 예약하고 행사했던 바티칸박물관 이었다. 

예약시 투어에 참여하는 전체인원의 영문이름을 작성하게 되어있다. 초기엔 손님들께 전체의 영문이름을 부탁하고 모두의 이름을 작성하고 예약하고, 일분일초를 다투는 티켓전쟁터에서 이탈리아와 한국의 시차는 거의 사치에 가까웠다. 그렇게 하나의 티켓을 완벽하게 구입하기 위하여 대략 이틀의 시간이 소요되어 발권했다 한들 정작 티켓에 나타다는 건 대표자 한명의 영문이름 뿐이었다. 자연스레 기재되지 않는 나머지 인원의 영문이름은 뻥 이름이 되어갔다. 적어도 2023년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2024년엔 많은 부분이 달라질거라던 바티칸은 확실하게 달라졌다. 

이름하야 바티칸박물관 예약의 실명제 화

전년과 동일하게 전체인원의 영문이름을 기재하게 되었고 각 이름으로 발권 된 티켓은 별다른 전환없이 그 자체만으로 바티칸박물관 입장 티켓이 되었다. 

문제는 입장 전 티켓의 이름과 신분증을 대조하는데서 불거졌는데 이 역시 콧방귀를 꼈던 나의 무지함을 대체 어찌해야 할지...


- 아니 도대체! 하루에 바티칸박물관 대기 줄이 얼만데 그 많은 사람들 신분증을 일일이 대조한다고? 

말이 된다고 생각해? 


새해가 시작되고 열흘이 지났다. 

많은 잡음이 있었고 거의 매일이 전쟁같은 현장이었다. 바뀐 룰 적용에 서툰 사람들은 나와 같은 실수를 저지른 이가 허다했고 입장 불가하다는 바티칸측과 투어 가이드의 대립은 팽팽했다. 

새해 첫 주에나 가능한 일이었다. 

열흘이 훌쩍 지나 입장할 땐 싸워봤자 투어가이드는 아무런 힘이 없다.

로마에선 로마법을 따라야하 듯, 바티칸에서는 바티칸 법을 따라야하는 법 


10장의 티켓을 모조리 날렸다. 

손님들께 전체 영문 성함을 전달 받고 새롭게 티켓 10장을 구입했다. 

안일했던 명백한 나의 실수란 걸 안다. 그래서 더 화가 난다. 

분명 바티칸은 새해엔 달라지겠노라 공표했고, 바티칸측에서 보내 온 메일 어딘가에는 이에 대한 내용이 분명 있었을테다 하지만 나는 모조리 스킵했고, 티켓 발권 전에도 팝업의 안내사항이 있었지만 익숙함에 젖어 창을 무자비하게 닫아버렸다. 

잘났다고 나댄 값으로 정초부터의 멍청비용을 호되게 지불했다. 


티켓을 버리고 티켓을 새로 사고, 그나마 천만다행인 건 바티칸의 이러한 정책 덕분에 코 앞의 행사를 앞두고도 티켓을 구입할 수 있었다는 안도. 티켓을 버리고 티켓을 새로사고 금전적으로 이중의 손해는 났을지언정 손님들께는 더이상의 양해를 구하지 않아도 되는 점, 가슴을 쓸어내리는 다행 중의 다행이다. 


하지만 나 자신만이 아는 그 씁쓸함이 가슴에, 머리 속에 가득 차 속상함이 떠날 생각을 하지 않는다.


침착해야지, 돌 다리도 두드려야지, 

호된 멍청비용을 지불하고 새해의 다짐아닌 다짐을 읖조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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