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lcetto o scherzetto
아이는 할로윈 할로윈 하며 한껏 신이나서는,
Dolcetto o scherzetto 하고 싶어! 했다.
우리 부부는 할로윈 자체에 별 관심이 없고, 이태원 사태 이후 더더욱, 축제라지만 기괴한 복장과 분장에 반감만 커질 뿐인데
그리고 만7세 인생을 살고 있는 큰 아이 또한 지금껏 단 한 번도 할로윈에 사탕 받으러 다니고 싶다고 말한 적 없어 둘째 아이의 한마디에 우리 부부는 적잖이 당황했다.
하교하고 큰 아이 손에 들려있는 작은 호박 바구니,
할로윈 분위기로 우리반 전체에 엄마들이 돌린 선물이었다
인근 공원에서 할로윈 행사도 있다길래, 반 친구들이 간다길래 썩 내키진 않지만 따라나섰고 역시나 얼마 버티지 못하고 나왔다
아이들을 설득해서 저녁을 먹고 주차해 둔 곳으로 걸어가는데 곳곳에 무리지어 상점들을 들락거리며 Dolcetto o scherzetto 소리가 우렁차다. 괜히 무섭다며 호들갑떠는 큰 녀석과 연신 형아들만 바라보는 작은녀석, ‘까짓거 네가 하란다고 하겠어!’ 마음으로 너도 가봐! 했더니 눈치 한 번 슥 보더니 쏜살같이 형아가 받아 온 작은 호박 바구니를 들고 성큼성큼 홀로 상점 안으로 들어가 큰소리로 외쳤다
Dolcetto o scherzetto
와..무리 떼도 아니고 5세가 저 홀로 할 줄은 진정 몰랐다.
형아한테 한 번 같이갈래? 묻지도 않고 그렇게 홀로 상점 몇몇 곳을 다니더니 바구니 대비 과분 할 만큼 사탕과 젤리를 받아왔다.
늘 큰 녀석으로 골치 아파하는 내게 언젠가 친정엄마는 그러셨다.
아무리 그래도 나중에 애틋하게 엄마 챙기고 든든한 아들은 큰 녀석일거라고 (물론 지금부터도 너무 엄마에게 애틋하고 든든해서; 벌써 큰 무게를 짊어지게 한 듯 미안하다)
언젠가 내가 만일 뒷목 잡는 일이 생기거든 그건 당돌한 둘째녀석 때문일거라던 엄마 말이 뭔지 조금은 알 것 같다.
아무리 내가 싫다한들.. 이렇게들 좋아하니.. 엄마는 힘이 없고,
내년엔 호박 바구니 하나 라도 제대로 사줘야 하나 싶다
아이들이 그렇게 고대하던 할로윈이 지난다,
올해가 두 달 밖에 채 남지 않았다는 게 실감나지 않는
10월의 마지막 날, 밤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