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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seo Jun 01. 2020

존 윅 3: 파라벨룸 - 확장된 세계관, 훼손된 직진성

John Wick: Chapter 3 - Parabellum, 2019



'존 윅' 시리즈의 매력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극한의 액션이고, 다른 하나는 한 줄의 서사를 비교적 그럴듯하게 안착시키는 독특한 세계관이다. 


존 윅의 이야기는 강아지에 대한 복수로 한 조직을 궤멸시키고, 표식이라는 과거의 업보에서 벗어나지 못해 쫓기는 것이 전부다. 


이 단순한 이야기를 특별하게 만들어 주는 건, 무법자들이 자기들만의 룰을 적용해 만든 지하세계가 있다는 설정이다. 금화라는 독자적인 화폐로 움직이고, 킬러들을 위한 프라이빗 서비스가 제공되며, 살인이 금지된 중립지대로서의 호텔이 있는 세계는, 존 윅 시리즈의 서사를 풍성하게 만들어준다. (존 윅은 이러한 세계관을 바탕으로 프리퀄에 해당하는 드라마 '컨티넨탈'과 스핀오프 영화인 '발레리나'를 준비 중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 세계관은 후속편이 나올 때마다 조금씩 더 확장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2편에서 더 많은 조직들을 만났던 관객들은, 3편을 통해 최고회의가 어떻게 이 세계를 움직이는지, 존 윅은 어떤 과거를 갖고 있는지 조금 더 알게 된다. 



하지만 확장된 배경들은 그저 편의에 의해 만들어진 것처럼 보인다. 다소 억지가 섞인 세계관은 별다른 새로움 없이 익숙한 폭력조직들의 모습을 반복해 보여준다. 


레트로, 클래식한 매력이 있었던 전작들의 세계관 디자인에 이국적인 스타일을 덧씌우려고 한 것 같은데, 제대로 성공하지 못했다.


게다가 전작들의 세계관은 은연중에 드러나는 것이었다면, '파라벨룸'의 그것은 설정의 구멍을 메우기 위한 끝없는 부연 설명처럼 보인다. 


분명히 더 확장된 세계관을 들고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파라벨룸' 속 존 윅의 행보는 더 좁은 세계에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인지 이야기 전개나 주인공의 행동도 좀 이상하다. 최고회의에 권위에 도전해 모두를 죽여버릴 것 같았던 2편 마지막 장면의 기세는 온데간데없고, 최고회의의 파문을 취소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다 별안간 다시 명령을 거역하는 갈지자 행보만 남았다. 


이는 직선적이어서 매력적이었던 전작의 이야기들과는 확연하게 다르다. 그렇다고 진퇴양난의 상황이 제대로 드러나는 것도 아니다. '파라벨룸'의 존 윅은 그저 갈팡질팡한다. 


그의 매력은 어찌 보면 도저히 이길 수 없는 다수의 적과 강력한 조직을 이겨내고 세상을 지배하는 질서에 반항하는 모습에 있었는데, 3편의 존 윅은 그런 장점을 완전히 잃어버렸다. 



이해 안 가는 행보를 그나마 납득시키는 건 결국 액션 영화 장인들이 모은 컬렉션에 가까운 액션 시퀀스들이다. 결국 존 윅 시리즈의 팬들이 가장 기다렸던 부분은 어느 정도 충족된다.


1편에서 시작해 2편에서 정점에 오른 '건푸' 스타일은 좀 내려놓은 대신, 동시대에 동서양에서 펼쳐지고 있는 총격 및 격투 액션 스타일들을 모두 모아놓아 박람회식으로 보여준다. 수많은 액션 시퀀스들이 오마주 되어 액션 영화의 역사를 일람하는 듯한 느낌도 든다. 


'파라벨룸'은 말 그대로 21세기 액션 영화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신선함 여부를 떠나 자극만큼은 확실히 업그레이드됐다. 액션 시퀀스 구성만큼은 현재 존 윅 시리즈를 따라갈 수 있는 영화가 없다. 이야기는 점점 쫓기는 존 윅처럼 지쳐가는 가운데, 후속편에서는 어떨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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