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credibles 2, 2018
은퇴한 히어로의 자아/가족 찾기 이야기를 통해 기존의 히어로 서사를 보기 좋게 비틀었던 '인크레더블'이 더욱 현실적인 이야기로 돌아왔다.
미스터 인크레더블 밥은 1편에 이어 이번에도 영웅으로서의 정체성을 잃을 위기에 처하는데, 이번에는 '육아하는 아빠'의 고충이 더해졌다. 대신 엘라스티걸 헬렌에게 액션 신의 대부분을 맡기며 '일하는 엄마'로 대비시킨다. 일반 직장인의 생활이 히어로 활동만큼이나 어려웠던 전작의 '비틀기'는, 아빠 히어로의 육아와 엄마 히어로의 사회 활동으로 구체화된다.
당연하게도, 육아대디, 워킹맘의 일상은 영웅 놀음보다 훨씬 더 어렵다. 부모의 역할은 날로 자라나는 아이들을 단순히 맡아 보호하는 게 아니라, 제대로 길러내는 것이다. 초인적인 힘과 상상을 초월하는 능력이 있다고 해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오히려 세상을 구하는 일이 더 단순하게 느껴질 정도로 말이다.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더 앞세우기 때문에 가족 간의 갈등이 전면에 드러나는 정도는 아니지만, 어쨌든 '인크레더블 2'의 가족들은 우여곡절 끝에 한 번 더 성장하고 더 단단해진다. 전작이 '가족의 발견'이었다면, '인크레더블 2'는 '가족의 성장'을 다룬다.
악당 '스크린 슬레이버'는 존재감과 사연이 전작의 '신드롬'에 미치진 못하지만 나름 시의적절해 보인다. 미디어가 만든 이미지와 이야기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벌어지는 소동은, 마치 Z세대 자식들의 시대를 위해 싸우는 부모들의 분투처럼 보이기도 한다.
시대성은 계속 변한다. 슈퍼히어로 장르의 전형성을 뒤집어 찬사를 받았던 전작이 나온 이래 14년간 정말 많은 변화들이 있었다. 코믹스 세계의 슈퍼히어로들이 사양길로 접어들고 있던 당시와 달리, 다크 나이트 트릴로지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등의 성공으로 슈퍼히어로의 위상이 여러모로 달라졌다. 이제 히어로 장르는 작품성과 상업성 양면에서 모두 최전선에 서 있다.
'인크레더블 2'의 '비틀기'는 자칫 뻔하게 흘러갈 수도 있었다. 하지만 '가족'과 '부모'에 대한 이야기를 한층 더 강화하고 시대 변화를 충실히 반영한 덕분에, 아직 유효한 히어로 서사로 완성됐다. '슈퍼 맘'과 '슈퍼 대디', 그리고 '슈퍼히어로' 이야기가 서로 잘 조응하며 이야기를 끌고 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의문인 건, 과연 이 인크레더블 가족이 성장한 만큼 시대도 함께 성장하고 있느냐는 것이다. 영화의 이야기가 다소 뻔하게 느껴지는 건 시대를 읽는 눈이 틀리진 않았으나 아무리 봐도 지나치게 이상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현대의 가족들이 겪는 일상 속에 내재된 모순은, 과장된 애니메이션 속의 소동 수준을 넘어선다. 우리는 과연 이 수많은 갈등들을 슈퍼히어로처럼 해결해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