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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seo Jun 06. 2020

알라딘 - 익숙한 원작에 의존한다

Aladdin, 2019


종종 이해할 수 없는 헛발질들을 남긴 가이 리치 감독이 이번에는 자신의 장기를 디즈니 실사화 프로젝트에서 십분 발휘했다. 작품마다 편차가 있긴 해도 특유의 속도감, 리듬감 있는 연출이 돋보이는 감독에게 '알라딘'처럼 기본 플롯이 탄탄하고 실사화에 맞춰 시각적 화려함이 반드시 필요한 프로젝트를 맡긴 게 주효했다.


영화는 모든 면에서 물량 공세를 펼친다. 모험, 로맨스, 판타지가 복합된 이야기에 뮤지컬까지 동승한 뒤 관객들을 절대 내려주지 않는다. 지니의 현란한 등장은 어깨를 들썩이게 하고, 매직 카펫 라이드 신은 여전히 감동적이다. 'A Whole New World'가 흐르며 알라딘과 자스민 공주가 하늘을 나는 이 장면은, 아무런 앞뒤 맥락 없이 언제 나와도 감흥을 주는 힘을 지녔다.


이렇게 귀에 익은 OST도 있고, 신나는 군무도 있으니, 다른 여러 단점들은 잘 가려지는 편이다. 'Speechless'와 같은 새로운 넘버도 이야기 흐름만 보면 좀 뜬금없이 나오긴 하지만 곡 자체만으로는 확실히 마음을 사로잡는 힘이 있다.



하지만 캐릭터 구축에는 완전히 실패했다. 보다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자스민 공주 캐릭터는 타당한 방향이지만, 제대로 제시되진 않는다. 스스로 주체적이고 독립적이라고 소리 높여 노래를 부르긴 하는데, 영화 속 이야기에서 이를 읽을 수 있는 부분은 거의 없다. 자스민 공주가 비중을 가져간 덕분에 알라딘은 색깔이 다소 부족한 캐릭터가 되었고, 악당 자파는 애니메이션에 비해 심각하게 매력을 잃어버렸다.


'알라딘'은 애니메이션을 접했을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익숙한 이야기임에 틀림없다. 그래서 맘 놓고 이야기 외적인 부분에 집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익숙함에 지나치게 의존하다 보니, 이야기의 모든 국면이 이미지와 함께 빠르게 지나갈 뿐이다. 각 인물들 역시 행동이나 동기를 납득할 수 있을 만큼 캐릭터를 구축할 시간을 부여받지 못한다.


극단적으로 말해, 이 영화가 애니메이션 원작 없이 나온 작품이었다면 이 정도의 평가를 받을 수 있었을까? 이 영화의 탁월한 점들은 여전히 대부분 원작에 빚을 지고 있다. 그러니 원작과 비교해 뒤떨어진다는 평을 받는 것도 실사화된 '알라딘'이 어쩔 수 없이 감수해야 할 부분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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