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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테리어브라더스 Apr 27. 2020

한옥을 한옥답게_칵테일 바 어비스


한옥을 보면 왠지 모를 특별한 느낌을 받는다. 소재가 주는 따뜻함과 고즈넉한 정취가 어우러진 한옥의 매력은 비슷비슷한 형태로 특색 없는 외형을 갖춘, 성냥갑 같은 직사각형 건물 사이에 있을 때 그 진가가 두드러진다. 그래서일까, 요즘은 한옥의 구조와 건축 양식을 그대로 살리면서 현대의 감각을 담아 믹스매치한 공간이 많다.


이번에 소개할 공간은 서울 도심 중심에 위치한 종로구 내자동의 칵테일 바 ‘어비스(Abyss)’다. 기와, 서까래, 살문 등 전통 한옥의 구조와 건축 양식은 유지하고 기존의 물성과 현대의 재료가 이질감 없이 어우러지도록 완성한 공간이다. 간단히 해결할 수 있는 현대식 시공법을 쓰기보다 두세 배의 품과 노력이 들어가는 전통 방식을 재현하여 옛 한옥의 고유한 멋을 살려낼 수 있었다.


어비스 입구 전경, 붉은 벽돌과 기와, 창호 등 한옥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큰깃


이 프로젝트를 진행한 큰깃은 “예전부터 전통 한옥 리모델링에 관심이 많았는데, 마침 우연찮게 전통 한옥을 살려 칵테일 바를 만들고 싶어 하시는 고객님을 만났다”며 “전통 한옥이 삼삼오오 모인 내자동에 위치한 이 공간을 어떻게 정통 칵테일 바로 잘 풀어갈 수 있을까 많이 고민했던 현장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어비스는 정말 오래된 한옥을 복원하며 디자인을 더한 공간이기 때문에 예기치 못한 어려운 공정 과정이 수없이 많았고 전문가들의 숨은 노고가 있었기에 프로젝트를 잘 끝낼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서까래를 복원하고 애자로 전선을 연결하여 보기 좋게 마무리했다 ⓒ큰깃


한옥 내부 모습을 그리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천장의 서까래를 복원하기 위해 오랫동안 막아 두었던 천장을 뜯어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묵은 나무의 표면을 깎아내는 과정을 통해 소나무 본연의 색을 살렸다. 서까래를 손보고 나니 비로소 전통 한옥 고유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었다. 


전통 한옥의 문은 창호나 얇은 댓살에 유리를 끼운 것이 보통이다. 리모델링 전 공간은 여러 주인을 거치며 현대식 섀시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어 이질감이 느껴졌던 상황. 창호문을 복원하여 전체적인 분위기와 어우러지도록 배치했다.


한옥의 느낌 그대로, 창호문을 복원했다 ⓒ큰깃


메인 출입문은 전통적인 한옥의 이미지와 조화를 이루면서도 전체적인 분위기를 압축하고 있어야 했기에 컬러감을 입혔다. 한옥의 단청에서 주로 쓰이는 청록색을 주조색으로 사용하고 오래된 문과 어울리는 모루 유리를 넣어 레트로한 느낌을 더했다. 


레트로한 느낌을 더한 주 출입문 ⓒ큰깃


오래된 한옥이기에 단열 성능이 낮을 수밖에 없었다. 상업 공간이긴 하지만 벽면의 상태가 워낙 좋지 않았기 때문에 이보드로 내·단열성을 보강했다.


한옥 공사에서 중요한 공정 중 하나인 전기. 최대한 예전 방식을 활용하고 꼭 필요한 부분만 전선을 노출했다. 한옥은 천장이 노출되어 있기 때문에 전선이 그대로 드러나는데, 최대한 보기 좋게 마무리하려고 관심을 기울였다고 한다. 


어비스의 메인 전경, 조명을 켜면 또 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큰깃


바텐더와 손님이 밀접하게 소통하는 메인 공간, 바(Bar)는 전체에서 가장 중요한 곳인 만큼 무게감을 실었다. 클라이언트는 이 공간이 어비스에서 가장 중요한 가교 구실을 하는 곳이기에 원목 우드슬랩(통원목상판/통판)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이에 디자이너는 6m 길이의 초대형 퍼플 하트 우드슬랩을 제안했다. 보랏빛 상판이 자아내는 고풍스러운 컬러감과 원목이 주는 무게감이 공간에 깊이감을 더해주었다. 


펜던트 조명은 서까래, 술 진열장 등 우드 소재와 믹스앤매치를 이룬다 ⓒ큰깃


다음으로 중요한 공간은 모든 술을 보관하는 진열장이다. 전체 구조를 이루는 소나무와 잘 어울리는 원목에 오일 스테인을 발라 컬러를 맞추고 간접 조명을 매입하여 은은한 무드를 만들었다. 


아지트 같은 분위기의 시크릿 룸 ⓒ큰깃


아궁이와 주방 겸용으로 쓰던 곳은 현대식 건물로 보면 복층 구조라 할 수 있다. 아궁이 위쪽 다락방은 비밀스럽게 위스키를 즐길 수 있는 시크릿룸으로 만들었다. 주방이던 공간은 조용하게 술을 마시고 싶은 고객을 위해 4인 테이블 룸으로 바꾸었다. 


조용한 분위기를 원하는 손님을 위한 테이블 룸 ⓒ큰깃


복층 공간은 날이 좋을 때 문을 열어 놓으면 한옥의 작은 정원이 보이고 이 정원을 통해 하늘을 마주할 수 있어 어비스만의 특색 있는 장소가 되었다. 


화장실도 많은 고민을 안겨준 곳이었다. 좁은 공간에 남녀 구분되는 화장실을 만들고 모든 설비 라인을 신설해야 했던 것. 남자 화장실의 사이즈를 조금 더 작게 만들어 공간 활용을 극대화하여 니즈를 충족했다. 


'어비스' 화장실 외관, 붉은 벽돌 마감이 레트로한 느낌을 자아낸다 ⓒ큰깃


전체 분위기에 맞게 레트로한 느낌을 풍기도록 외관은 붉은 벽돌을 사용하고 짙은 녹색 컬러와 모루 유리로 통일감을 주었다. 


유럽의 도시들은 100년 혹은 그 이상 오래된 건물을 보존하며 그대로 사용한다. 불편함을 감수하더라도 말이다. 아파트나 고층빌딩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우리나라 건축물들의 경관에서 한옥이 주는 특별함은 남다르다. 그래서 이번 어비스처럼 한옥을 그대로 살리는 방식의 프로젝트가 반갑다. 앞으로도 아름다운 한옥 건물이 오래도록 남기를 바란다.


어비스 프로젝트 자세히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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