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온천고래 Oct 03. 2018

Prologue_목욕탕 덕친을 찾아서

도쿄 목욕탕 산책


수많은 사람만큼이나 세상에는 다양한 여행법이 있습니다. 저는 언젠가부터 목욕 여행을 떠나기 시작했습니다. 이유는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나는 왜 그렇게 목욕 여행을 가는 걸까. 목욕탕 여행만큼이나 이상한 여행도 없을 것입니다. 목욕탕이 특별한 곳에서 살고 있다면 모를까, 제가 살고 있는 동네 한 바퀴만 돌아도 목욕탕 몇 군데쯤은 얼마든지 내키는 대로 갈 수 있을 테니까요. 그럼에도 저 멀리로 자꾸자꾸 목욕 여행을 떠나는 건, 어쩔 수 없이 자꾸자꾸 저 멀리에 궁금한 것들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이번에는 '친구'를 찾고 싶었습니다. 외로웠냐고요?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정확하게는 덕후의 외로움입니다. 좋아하는 게 있으면 으레 누군가와 나누고 싶잖아요. 덕후들은 더 그렇습니다. 좋아하는 걸 나누는 기쁨을 누리려면, 덕후 친구의 존재가 필요해요. 그래서 친구들을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그럼 어디여야 할까. 사람이 제일 많은 곳으로 가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단순하죠. 그런데 의외로 적중했습니다. 도쿄는 목욕탕 덕후들의 도시였어요.


5일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많은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4대에 이어 목욕탕을 경영하고 있는 가족을 만났습니다. 목욕탕과 부동산이라는 재미있는 콘셉트로 사업을 펼치는 사람들도 만났습니다. 목욕탕 경영 수업을 받는 또래의 아가씨도 있었고요. 시즈오카현의 한 온천 료칸에서 자랐다던 아저씨는 엉뚱하게도 도쿄의 목욕탕 활동가로 살고 있었습니다. 목욕탕 아파트에 살며 도쿄를 배운 사람, 형제가 각각 다른 도시에서 목욕탕을 경영하는 사람, 젊은이들의 목욕탕 문화를 견인하는 사람, 도쿄에서 제일가는 상냥한 프런트맨으로 입소문이 난 사람 등. 살짝 건드리기만 했는데 주렁주렁 고구마 줄기처럼 사람들이 나타났습니다. 이제 첫 여행인데도요.


그래서 이 카테고리에 얼마만큼의 글이 채워질지 아직 저는 알 수가 없습니다. 앞으로 어떤 친구들을 만날지 모르니까요. 시간과 돈과 건강이 허락하는 한 돌아보고 기록하려고 합니다. 아마도 아주 느린 산책이 될지 몰라요. 여차하면 도쿄가 아닌 다른 동네로 친구를 만나러 갈 수도 있고요. 모든 것이 미정인 상태에서, 새로운 프로젝트의 시작을 조심스럽게 알려봅니다. 목욕탕 덕후 친구들을 만나는 여정을 시작합니다.


본격적인 시작에 앞서서 이번 여행의 장면들을 사진으로 살짝 소개합니다.


도쿄 목욕탕 스탬프 랠리. 제가 88개나 도장을 모은 사람인데 이거 지나칠 수 없었죠. 그리고 9개 모두 모으는 데 성공했습니다! 


카페인지 목욕탕인지 헷갈릴 정도로진짜 맛있었던 커피 우유. 상냥한 사장님이 만들어 줘서 더 맛있어요.
흔한 사우나 팔찌. 사우나는 대개 유료 옵션이라 이런 팔찌를 채워준답니다. 팔찌를 끊는 걸 깜빡해 몇시간 동안 차고 시내를 누볐습니다.
도쿄의 전망대 스카이트리가 보이는 이곳은 목욕탕 내부입니다! 허가를 받고 촬영했음을 밝힙니다.
귀여운 목욕탕 그림. 분쿄구의 후쿠노유는 사진 대신 그림을 찍어 왔습니다. 똑같아요.
이 사진 속에 제가 만난 친구가 있습니다. :) 무척 유쾌한 만남! 안되는 일본어로 두 시간을 마시고 떠들었습니다.
갑자기 분위기 부동산. 부동산 투어입니다. 역시나 도쿄의 집세 비싸더라고요. 진짜로 집 알아보러 간 건 아니지만 시세 파악에는 도움이 됐습니다.
안과 밖 빈틈없이 훌륭하던 코엔지의 코스기유. 역시 이곳의 원동력도 사람이었어요.
너무나 재미있었던 목욕탕 2대째 사장님과의 만남. 길가던 외국인 아무나 데려와서 집에 재워주던 친화력이 어디서 나오는지 알겠더라고요.
다다미에서 구조되어서 다다미쨩. 키라쿠유의 훌륭한 접객묘입니다. 표정만 저렇지 완전 순둥이었어요.



그럼 천천히 산책을 시작해봅니다. :)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