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목욕탕 산책
수많은 사람만큼이나 세상에는 다양한 여행법이 있습니다. 저는 언젠가부터 목욕 여행을 떠나기 시작했습니다. 이유는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나는 왜 그렇게 목욕 여행을 가는 걸까. 목욕탕 여행만큼이나 이상한 여행도 없을 것입니다. 목욕탕이 특별한 곳에서 살고 있다면 모를까, 제가 살고 있는 동네 한 바퀴만 돌아도 목욕탕 몇 군데쯤은 얼마든지 내키는 대로 갈 수 있을 테니까요. 그럼에도 저 멀리로 자꾸자꾸 목욕 여행을 떠나는 건, 어쩔 수 없이 자꾸자꾸 저 멀리에 궁금한 것들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이번에는 '친구'를 찾고 싶었습니다. 외로웠냐고요?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정확하게는 덕후의 외로움입니다. 좋아하는 게 있으면 으레 누군가와 나누고 싶잖아요. 덕후들은 더 그렇습니다. 좋아하는 걸 나누는 기쁨을 누리려면, 덕후 친구의 존재가 필요해요. 그래서 친구들을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그럼 어디여야 할까. 사람이 제일 많은 곳으로 가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단순하죠. 그런데 의외로 적중했습니다. 도쿄는 목욕탕 덕후들의 도시였어요.
5일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많은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4대에 이어 목욕탕을 경영하고 있는 가족을 만났습니다. 목욕탕과 부동산이라는 재미있는 콘셉트로 사업을 펼치는 사람들도 만났습니다. 목욕탕 경영 수업을 받는 또래의 아가씨도 있었고요. 시즈오카현의 한 온천 료칸에서 자랐다던 아저씨는 엉뚱하게도 도쿄의 목욕탕 활동가로 살고 있었습니다. 목욕탕 아파트에 살며 도쿄를 배운 사람, 형제가 각각 다른 도시에서 목욕탕을 경영하는 사람, 젊은이들의 목욕탕 문화를 견인하는 사람, 도쿄에서 제일가는 상냥한 프런트맨으로 입소문이 난 사람 등. 살짝 건드리기만 했는데 주렁주렁 고구마 줄기처럼 사람들이 나타났습니다. 이제 첫 여행인데도요.
그래서 이 카테고리에 얼마만큼의 글이 채워질지 아직 저는 알 수가 없습니다. 앞으로 어떤 친구들을 만날지 모르니까요. 시간과 돈과 건강이 허락하는 한 돌아보고 기록하려고 합니다. 아마도 아주 느린 산책이 될지 몰라요. 여차하면 도쿄가 아닌 다른 동네로 친구를 만나러 갈 수도 있고요. 모든 것이 미정인 상태에서, 새로운 프로젝트의 시작을 조심스럽게 알려봅니다. 목욕탕 덕후 친구들을 만나는 여정을 시작합니다.
본격적인 시작에 앞서서 이번 여행의 장면들을 사진으로 살짝 소개합니다.
그럼 천천히 산책을 시작해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