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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눌프 Jul 11. 2020

사랑은 실패가 없으니

실패를 대하는 나의 방법

  실패라는 건 인생에 떼려야 뗄 수 없는 동반자와도 같았다. 실패와 동반자라는 단어가 공존하는 것이 이질적으로 보일 수 있으나 내 인생에는 이질적인 시간들이 늘 공존했다. 실패는 나를 성장시켜주는 역할보다 언제나 또 어디서나 나타나서 나를 서서히 짓밟지만, 또 완전히 으스러뜨리지는 않는 그런 형체를 가지고 있었다.
  어떤 시절에는 이 실패의 굴레에서 벗어나려고 안간힘을 쓰기도 했다. 이제는 이 어두운 터널에서 벗어날 때가 되지 않았을까라는 아주 작은 희망을 가지려고 할 때면 그것은 늘 어디선가 나타나 나를 짓밟았다.
  자기 위로라는 핑계를 가지고 얼마든지 이 비참한 현실을 긍정의 영역에 넣어볼 수도 있었다. 종교심으로 모든 것을 끌어안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나이를 먹어갈수록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 사회적 기준에 의하면 난 완벽히 실패한 인간이었고 내키지도 않는 긍정의 힘을 가지고 괜찮은 척 하기에 나는 너무나 연약한 사람이었다.
  나에게 진짜 실패가 무엇일까에 대해 묻는다면, 실패의 두려움이 무서워 더 이상 아무것도 하지 않는 무력 하디 무력한 나의 삶이 곧 실패라고 대답할 것이다. 과거에도 나는 짓밟혔으니 앞으로도 짓밟힐 것이라는 확고한 단정은 어디로부터 시작되는지 여전히 잘 모르겠다. 실패가 주는 상실감으로부터 일까 아니면 실패한 나를 향한 주변의 비웃음이 두려워서일까.
   다양한 형체를 가진 실패가 인생 곳곳에서 나를 지켜본다. 그것이 가정이든, 직장이든, 인간관계이든 어떤 것이든 상관없이 때로는 두려움의 모습으로 때로는 상실감의 모습으로 때로는 나락의 절망감으로,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답답함의 모습으로 찾아온다. 성공의 범주에 속하지 않으면 모든 것을 실패라고 여기는 나의 태도가, 그것에 두려움으로 반응하는 내 감정이 곧 실패였다. 그래서 나는 감정의 영역에 대해 깊이 파고들었고 내가 가진 감정을 어떻게 하면 잘 다스릴 수 있는가에 대한 진지한 고찰들을 계속해서 이어왔다. 완벽히 정해진 답은 없었고 또 적당한 대안을 찾는 것도 쉽지 않았다. 그런데 내 현실과 감정에 대한 사유가 깊어질수록 나를 완전히 으스러뜨리지는 ‘않는’ 실패가 나를 완전히 으스러뜨리지 ‘못하는’ 것이라는 생각으로 이끌었다. 실패가 주체가 되어 나를 괴롭히는 것이라 여겨왔던 지난 세월들이 뒤바뀌었다. 내가 보내온 모든 시간의 주도권은 이러니 저러니 해도 나에게 있었다. 나를 괴롭히지만 내가 완전히 파묻히지 않고 계속해서 꿈틀거리는 것은 실패가 나를 봐준 것이 아니라, 나를 만든 창조주가 부여한 이 생에 대한 자생력이 내 안에서 여전히 숨 쉬고 있다는 증거였다. 그래서 어느 날은 실패가 두려워 도망치며 안주하고, 어느 날은 무력감에 사로잡히고, 또 언젠가는 나를 미워하고 자책하며 원망하는 날도 있을 것이며, 또 어느 날은 아무 생각 없이 밥 잘 먹고 마냥 즐거워하는 날도 있고, 공허하게 흘러가는 시간을 바라보는 날도 있을 테지만 그 모든 것이 결국 흘러가는 삶을 위한 내 꿈틀거림이라는 걸 인정한다면, 그게 결국 나 자신이라는 것을 받아들인다면 그것만큼 스스로에게 숨 쉴 틈을 허락하는 좋은 길은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나에게 ‘숨 쉴 틈을 주자’는 것이 삶의 곳곳에 심어놓은 작은 목표가 되었다.

  실패가 무서워 두려워하는 내 모습은 당연한 것이었다. 인생의 모든 것은 늘 새롭고 처음 맞이하는 낯선 것들이니까. 그러나 누군가 나에게 알려주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계속하여 사유하고 자생하는 힘으로 인생의 의미를 발견하고 나아가고자 하는 움직임만으로도 지금의 나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내 삶 곳곳에 숨겨진 작은 행복을 찾아 나서기 위해 아주 약소하지만 꾸준한 목표들을 심고자 노력하고 있다. 지극히 평범하고, 실패했고, 매번 넘어지고 있으며, 또다시 마주할 실패가 나를 기다리고 있는 현실을 살아가고 있지만 부디 누군가의 기억 속에는 잔잔하게 오랫동안 여운이 남는 ‘또 다른 인생’을 병행해서 살아보자고. 내 인생은 두 갈래의 세계가 있다 여기며 살아보자고. 결국 모든 인생에서 남는 것은 사랑이고, 사랑의 최후에는 결코 실패가 없으니 내 힘닿는 곳까지 사랑해 보자고.

   그렇기에 물감이 번지듯 차근차근 스며드는 사랑을 나누는 것이 나의 작은 목표가 되었다. 현재의 목표는 먼저 내 주변 사람들에게 힘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 목표를 위해 비록 영향력은 미미할지 몰라도 내 나름의 사소한 사랑들을 실천하고 있다. 더 많이 사랑하고, 더 많이 나눠보자는 것이 실패를 대하는 오늘의 내가 선택한 방법이다. ‘사랑은 결코 실패가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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