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5일 오후 3:15 ·
한미가 북한 핵미사일 도발에 대해 확장억제전략협의체 재가동에 합의하며 이전과는 다르게 대응하겠다고 한 직후 북한이 보란듯이 ICBM을 포함한 미사일 도발에 나섰다. 북한의 도발이 있기 하루 전에는 중국과 러시아군용기가 의도적으로 카디즈를 무단으로 침범했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 중 하나는 중러의 카디즈 침범과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상호조율된 조치인가 아닌가 하는 점이다. 지난해 이래 북한은 도발에 앞서 중국이나 러시아 등의 백엎을 담보한 뒤 도발에 나서는 모습을 보여왔다. 북으로서도 일련의 군사행동은 위험을 각오해야 하기 때문에 중국이나 러시아의 안전보장 조치를 사전에 확인하고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왔던 것이다.
지난해는 우크라이나 전쟁 전이기 때문에 러시아 보다는 중국과의 협의가 주로 이뤄졌다. 바이든 정부 출범 첫해인만큼 중국 측으로서도 대미 기선 잡기를 위한 수요가 있었다. 그러던 중 지난해 11월15일 바이든-시진핑 정상회담으로 미중이 대만과 한반도에서의 긴장 회피에 합의하면서 북한의 행동에도 제약이 가해졌다.
그러나 금년 들어 상황이 달라졌다. 우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돌입하면서 미국과 전선이 그어졌다. 북의 도발에 의한 한반도에서의 제2 전선 수요가 생겼다는 점이다. 중국 역시 한국의 정권 교체로 인한 새정부나 한미동맹의 변화 여부에 대해 테스트 수요가 있을 것이다. 따라서 과거 정부와 다른 대응을 호언하는 새 정부의 대처 방식을 테스트 하는데 있어서 북한 중국 러시아가 각각의 이유로 이해관계가 일치할 가능성이 어느 때 보다 높다. 북한의 오늘 미사일 발사가 중러의 카디즈 도발과 상호 연계된 북중러의 조율된 조치로 여겨지는 이유다.
한국과 미국은 지난번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도발에 대해 '미국 전략자산의 시의적절하고 조율된 조처'를 통한 대응을 천명했다. 이 정부가 호언하는 과거와 다른 대응의 핵심은 결국 미국의 전략자산을 통한 대응으로 나타날 텐데 과연 어떻게 달라질지가 주목거리다.
문구만으로는 선택의 폭이 너무 넓기 때문에 실질적인 새로운 알맹이가 있는 것인지 아니면 시간이 지나면 흐지부지될 립서비스인지 판단하기 어렵다.
관건은 역시 바이든 정부의 의지일 터인데 여기서 주목할만한 포인트가 하나 있다. 지난해 11월29일 미 국방부가 해외주둔미군 재배치(GPR) 결과를 발표한 이후 미 군부의 일부 인사들이 한미연합군의 기존 작전계획 변경을 주장했었다는 점이다. 즉 북한을 주요 대상으로 했던 기존 작전 계획 대상에 중국을 포함시켜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같은 주장은 지난해 11월 말 발표된 GPR 내용과 연동해 묘한 파장을 불러온 바 있다. 원래 바이든 정부가 지난해 초 GPR의 재검토에 착수할 때만 해도 아프간 미군을 인도태평양으로 재배치 하는 것과 맞물려 주한 미군 역시 한국에 붙박이 하는 것에서 벗어나 대 중국 전선으로 분산배치할 여력이 있는지를 탐사하고자 한 것이었다. 그러려면 북한과의 대화를 통한 관계 개선이 필요했다. 그런데 북한이 대화에 응하지 않으면서 예정시간인 8,9월을 넘기고 11월 말까지 늘어지면서 주한 미군의 분산배치 구상은 사라지고 오히려 사실상의 증강이 이뤄졌다.
당시 미군부 일부에서 한반도의 긴장 상황이 계속될 경우 차라리 한국을 대중국 전선의 전초 기지로 삼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나온 바 있다. 한국이 대중국 전초국가가 되면 미국 입장에서는 인도 태평양의 어느 지역 보다 유리하다. 중국 심장부인 북경이나 상해를 직접적으로 타격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바로 이런 일련의 움직임 이후 한미 연합사 작전계획에 북한 뿐 아니라 중국도 포함시켜야 한다는 미국 군부 인사들 발언이 나온 것이다.
그리고 나서 그뒤의 논의 과정이 어떻게 됐는지 알 수가 없다. 문재인 정부 기간 중 한미간에 이런 논의가 실제 있었는지 아니면 일부의 주장에 그쳤는지 알려진 바가 없다. 더불어 새 정부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일단 미군의 움직임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이번 북한의 조율된 도발에 미 전략자산이 실제로 어떻게 움직일지 과거와 다른 새로운 점이 눈에 띠는지 그것의 전략적 함의는 과연 무엇인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