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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울무사 Aug 08. 2022

낸시 펠로시 대만 방문과 북한의 7차 핵실험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아시아 순방으로 인한 소동이 표면적으로는 진정국면에 접어든 것 같습니다. 물론 오는 15일까지 중국이 서해에서 벌인다는 실탄 사격훈련 등 여진은 남아있지만 대만을 6방면에서 포위하고 긴장을 극대화했던 72시간 봉쇄는 일단 끝났습니다.


  그런데 우리 입장에서는 뭔가 찝찝합니다. 워낙 대만 해협 정세가 초점이 되다보니 우리  한테 밀려올 파장은 아직 들여다보지 못한 것 같습니다. 바이든 정부 등장 이후 제가 관찰한 것 중 하나가 바로 대만해협 정세와 한반도 정세는 서로 연결돼 있다는 것입니다. 즉 대만해협의 불안정성과 북한의 군사적 도발이 서로 함수관계처럼 같이 움직인다는 사실이지요. 미국 의전서열 3위라는 하원의장이 중국의 격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대만을 방문한 것도 모자라 시진핑 주석의 이름을 거론하며 공개 저격하는 사태가 벌어졌는데, 그 불똥이 대만해협에서 그칠까요?.  저 공식에 따르면 한반도로도 밀려올 텐데 과연 어떤 방식이 될 거냐는 것이지요.  그동안 대만 해협 정세와 북한의 군사적 움직임을 서로 매칭해서 조절통제 해온 메카니즘이 이번  낸시 펠로시의 대만 방문 사태로 어떤 상황에 처하게 됐을까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아마 제가 지난번 북한의 7차 핵실험이 추진 임박단계에서 왜 더 진행이 안됐는가에 대해 올린 포스팅을 기억하시는 분들은 무슨 얘기를 하려고 하는지 금방 감이 잡히실 것입니다. 저는 이번에 중국이 미국에 항의하고 미국 내에서 바이든 대통령및 백악관안전보장위원회(NSC) 당국자들과 펠로시 측 간에 오고간 뒷얘기를 통해 그동안 제가 설정했던 가설들이 그리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바이든 정부 등장 이후 미중간에 암묵적으로 설정했던 안보 레짐의 작동 과정이 어느 정도 드러난 셈이라 할 수 있지요. 


이례적인 미국 언론의 비판


이미 많은 얘기들이 앞서의 포스팅에서 언급됐기 때문에 이번에 할 얘기는 그리 복잡하지 않습니다. 이번  펠로시의 대만 방문은 지난번 7차 핵실험 중단 관련 포스팅의 연장선에서 예기치 않은 상황 전개에 해당하기 때문입니다.


 펠로시의 대만 방문 관련 해서는 미국 언론의 반응이 이례적이더군요. 자유나 민주, 반독재 같은 미국이 중시 하는 가치에 부합하는 행위에 대해 웬만하면 관대한 편인 미국 언론들이 이번에는 매우 비판적이더군요. 8월3일자 <워싱턴 포스트>는 아예 대놓고 펠로시의 대만 방문이 '어리석었다'고 했습니다. 아무리 '고매한 원칙'을 표방했어도 시진핑 주석이 3연임 당대회를 두달 앞둔 민감한 시기에 꼭 감행했어야 했느냐는 것이지요. 시기 선택에서 현명하고 적절한 행동이라 볼 수 없다는 것입지요. 


  <워싱턴 포스트>의 비판이 다소 일반론적인 것이라면 같은 날자 <블룸버그> 통신 기사는 왜 바이든 정부의 외교안보 당국자들이 표면적으로는 펠로시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하면서도 속으로는 '격분'을 했는지 구체적으롱설명해 줍니다. 펠로시의 대만 방문 계획이 알려진 이후 백악관은 표면적으로는 '그가 대만을 방문할  권리가 있다'는 입장을 견지했지만 동시에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고위관료와 국무부 당국자들을 펠로시에게 보내 이번 방문이 가져올 수 있는 지정학적 위험을 브리핑했으나 설득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비상계획을 세우는 것으로 전환"할 수밖에 없었고 "개인정치를 위해 대만행을 강행하는 펠로시에게 격분"했다는 것이지요.


  이 귀절에서 키워드는 NSC와 국무부 당국자들이 펠로시에게 강조했다는 `이번 방문이 가져올 수 있는 지정학적 위험'이 뭔가 하는 것입니다. 펠로시 방문이 초래할 대만해협의 위기 상황은 당연히 포함되겠지요. 그러나 그것만이라면 구태여 저런 식의 포괄적인 개념은 쓰지 않았을 겁니다. 이와관련한 단서는 의외로 널리 알려진 바이든의 얘기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7월20일(현지시간) 바이든 대통령이 기자들에게 "열흘 내에 시진핑과 대화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얘기하자 기자들이 낸시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 계획에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습니다. 그러자 바이든은 "군에서 지금 당장은 좋은 아이디어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지금은 어떤 상태인지 모른다"라고 대답합니다. 

 

  그냥 자기 생각을 얘기하면 될 텐데 왜 굳이 군을 거론했을까. 좀 이상했지요.  군이야 늘 자기가 관할하는 영역에서 골치 아픈 일이 발생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겠지요. 그렇다고 미국의 대통령이 늘 군을 앞세워 자기 생각을 에둘러 표현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저 얘기는 펠로시 의장이 지금 대만을 방문할 경우 시기적으로 미군 입장에서 뭔가 곤란한  사정이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비교적 최근에 미군이 대만이나 남중국해 등과 관련해 중국군과 접촉한 적이 두차례 있었습니다. 그중 하나는 6월10일 국방장관 회담이고 또하나는 7월7일 미중 합참의장간 통화입니다. 그 중 6월10일 있었던 미중 국방장관 회담은 당시 언론에도 크게 보도됐지요. 지난번 포스팅한 글에서 저도 이 회동에 대해 언급했기 때문에 기억이 납니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과 웨이펑허 중국 국방부장이 싱가포르 아시아 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 참석중인 6월10일 현지에서 양자 회담을 했는데 두사람간 만남은 지난해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첫대면이라 주목을 끌었지요. 당시 언론들은 "남중국해와 대만 근해 등에서 미중간의 갈등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열린 회담에서 두 장관은 현안에 대한 입장을 교환하는 한편 충돌 방지를 위한 '가드레일'(안전장치)에 대해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습니다. 여기서 언급한 '충돌방지를 위한 가드레일'은 지난해 11월15일 바이든-시진핑 화상정상회담에서 미국 측이 제시한 개념입니다. 대만 해협과 남중국해에서 우발적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안전장치를 만들자는 것이었지요. 국방장관 회담의 결과에 대해 후속보도에서는 "오스틴 장관이 대만과 관련한 현상 변경을 시도할 생각이 없다고 약속하고 중국 역시 이번 회담이 솔직하고 긍정적이었고 건설적이었다고 평을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지 않나요? 미국이 약속한 것은 나오는데 중국이 그 댓가로 무슨 약속을 했는지는 나오지 않습니다. 참고로 당시는 북한이 7차 핵실험을 곧 단행한다는 것이 거의 확실시 되던 시기였읍니다. 

  바이든 정부 들어 북한의 도발 움직임에 대해 미국이 중국을 움직여  억지를 한 경험이 이미 여러차례 누적이 돼있습니다.  이때 미국이 중국에게 제시한 카드가 바로 '대만과 관련한 현상변경을 시도하지 않을 것'이라는 약속입니다. 미국의 이같은 약속은 올해 10월 20차 공산당 대회에서 3연임을 관철해야 할 시진핑 주석에게는 무엇보다 중요하고 긴요합니다. 시진핑을 권좌에서 몰아낼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는 장쩌민 잔존세력들이 틈만 나면 대만해협과 관련한 과격한 주장을 피력하는 데 비해 시진핑은 방어하는 입장에서 몸을 사려왔지요. 


  미국이 이처럼 시진핑 주석에게 긴요한 약속을 했다면 시진핑도 그에 상응하는 뭔가를 내놔야 합니다.  그것이 그때그때 해당하는 시기에 벌어지는 북한의 도발에 대한 협조 약속입니다. 지난해 10월6일 취리히에서 있었던 설리번-양제츠 회담에서  이같은 미중간 안보 레짐이 실무적으로 만들어지고 11월15일 미중 정상간 화상회담에서  대만해협에서의 충돌방지를 위한 가드레일 설정과 함께 북한과 대만을 둘러싼 양측의 협조체제가 구축이 정상간 레벨에서 구축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지난 6월로 다시 돌아가면 6월10일 미중 국방장관 회담에서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이 '대만과 관련한 현상 변경을 시도할 생각이 없다'고 중국 국방장관에게 약속하고 난 3일 후인 6월13일 룩셈부르크에서 이같은 미중협조체제의 실무책임자들인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안보담당 보좌관과 양제츠 외교담당 국무위원이 다시 만납니다. 즉 이 자리에서 미국측이 국방장관 회담에서 한 약속에 대한 중국측의 답이 주어졌다고 봅니다. 국방장관까지 나서 대만 해협의 현상변경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으니 중국은 당시 가장 큰 지정학적 위험이었던 북한의 7차 핵실험과 관련한 약속을 했겠지요.  실제로 두 사람 회동이후 북한의 핵실험 움직임이 잦아들었습니다. 6월23일 대통령실의 모 씨가 그 이유에 대해 '중국 변수가 작용한 것 같다'고 언급한 내용이 보도되기도 했지요.  중국이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는가, 북한이 왜 중국의 말을 들을 수 밖에 없는가에 대해서는 지난번 포스팅에서 상세히 소개했으니 생략합니다.


  바이든이 왜 펠로시 의장 대만 방문에 대해 군부 입장을 얘기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설명 됐으리라고 봅니다. 바로 얼마 전 미군부 책임자가 중국 군부 챔자에게 대만 해협의 현상변경시도를 하지 않겠다고 약속을 했기 때문입니다. 펠로시의 대만 방문이야 말로 이 약속을 무참히 짓밟는 것이지요. <블룸버그> 보도에서 NSC와 국무부 관료들이 언급한 '지정학적 위험'이 무엇인가도 어느 정도 드러났으리라 생각합니다. 쉽게 얘기하면 이런 거죠. 지난번 북한의 7차 핵실험을 막는 과정에서 우리 미군이 대만에 대한 현상변경을 하지 않겠다고 중국군에 약속했다.  펠로시 의장이 대만에 가게 되면 우리가 약속을 어긴 게 된다. 그러면 중국도 더이상 북한 핵실험을 막지 않을 것이다. 구체적으로 이렇게까지 얘기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상황에 대해서는 충분히 전달됐을거라 봅니다. 


  그런데도 펠로시가 가겠다고 했으니 NSC와 국무부 관료들이 개인정치만 생각한다고 격분한 것이지요. 그런데 이 스토리를 따라가도 보면 당사자는 바로 우리입니다. 펠로시의 개인정치 때문에 바로 우리가 피해를 보게 된 것입니다.


  중국이 이번에 문제를 제기하는 방식에서도 무엇을 문제 삼고 있는지가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중국이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과 관련해 미중 화상정상회담을 제안한 것은 7월9일 인도네시아 발리 섬에서 있었던 미중 외무장관 회담에서였습니다. 당시 G20 외교장관회담이 발리에서 열렸는데 이를 계기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간 회담이 열려 왕이 부장이 제안한 것이지요. 그리고  7월12일자 VOA가 이 내용을 보도했지요. 왕이 부장이 화상정상회담 일자로 제시한 것은 원래 7월25일이었는데 7월20일 바이든 대통령이 날자 변경을 시도합니다.  기자들에게 앞으로 10일 이내 시진핑 주석과 통화가 있을 것이라고 했고 실제로 7월28일(현지시간) 2시간17분간 양 정상간 전화통화가 이뤄집니다. 여기서 시진핑 주석의 "대만 가지고 불장난 하면 반드시 불에 타죽는다"는 거친 언사가 다시 등장하지요. 지난 11월15일의 화상전화 때의 톤으로 다시 돌아간 겁니다.


   미중이 지난 1년간 구축한 협조 시스템을  따라서 문제를 제기했는데 펠로시 의장이 이 시스템을 무시하고 대만 방문을 강행합니다. 그러자 중국은 대만에 대한 무력시위와 함께 미국과의 8개항에 걸친 대화협력 채널 중단을 선언합니다. 그중 세가지가 '전구사령관 통화, 국방부 실무회담, 해상군사안보협의체 회의'  등입니다. 즉 이번 사태로 일단 미중간 우발적 충돌을 막을 '군사적 가드레일'이 무너진 것이지요. 그렇다고 해서 중국군이 미군을 감히 군사적으로 도발하지는 못하겠지요. 이럴 때 중국입장에서 요긴하게 써먹기 좋은 게 바로 북한의 무력도발입니다. 그 도발의 양상이  7차 핵실험이 될지 다른 방법을 택할지는 모르겠지만 미중간에 작동하던 안전핀이 뽑힌 상태인 것은 분명합니다. 때마침 8월8~9일 신의주-단둥간 국제화물열차 운행이 재개된다고 하는군요. 북한측이 경제난 해소를 위해 중국에 거듭 부탁했는데 중국이 들어줬다는 거지요. 단동발 신의주행 화물열차는 중국이 북한의 무력 도발에 대한  댓가를 지불하는 통로로서 기능을 해오기도 했지요. 


  이 글이 윤석렬 대통령이 낸시 펠로시 의장을 만나지 않은 것을 정당화하는 것으로 읽히지 않기를 바랍니다. 이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에 대해 여러번 깜짝깜짝 놀랍니다. 지난 6월29~30일 마드리드에서 열린 나토회의 당시 '가치와 규범에 입각한 글로벌 중추국가'를 내세울 때 어느 정도는 이런 방향일 것이다는 예상은 있었지만 대통령실 경제수석이 "중국을 통한 수출호황의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며 '탈중국 선언'까지 나갈 때는 그 과감함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지요. 그래도 뭔가 대책이 있으니 저런 얘기를 했겠지 했는데, 그뒤 아모네퍼시픽 등 중국 소비재 관련 주가가 뚝뚝 떨어지고 '칩4동맹' 문제를 둘러싸고 중국의 어필이 본격화하자 우왕좌왕하는 듯한 모습을 보며 또다시 놀랍더군요. 이 정도도 예상 못하고 지른 건가 싶었지요.  그런데 전후 사정이야 어떻든 내집에 온 동맹국의 중요한 손님조차 안만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치와 규범을 앞세운 글로벌 중추국가'는 이제 더이상 안하는 건가요? 대한민국 외교의 신뢰에 위기가 생겼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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