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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mzam Nov 16. 2022

다툼의 필요성

최근 결혼을 발표한 회사 동기 언니에게 남편 되실 분과 결혼을 결심하게 된 이유를 물었다. "남자 친구는 싸울 때 끝까지 남 탓을 안 하더라. 그걸 보고 좋은 사람이란 확인이 들었어."


그 답에 연인이 결혼 전에 한 번쯤은 꼭 다퉈야만 할 필연적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다. 남녀 간의 일상적 툼에 100% 한쪽만의 잘못은 있기 어렵다. 고로, 이 툼에 참여한 두 참가자는 서로의 잘못의 무게를 저울질할 게 아니라, 문제가 된 상황과 그 원인을 파악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그니까 이건 스파링이 아니라 방탈출 게임 같은 거다. '네 문제가 뭐고, 네 그 태도  때문에 지금 이 상황이 생겼다'는 식으로 모든 원인을 한쪽에게 전가하는 투로 말하는 사람은 그냥 이 상황을 스파링이라 간주하고, (원래는 본인과 같은 편인)상대에게 선빵 날린 거다. 문제집중해도 겨우 해결이 될까 말까 하는 판국에 엄한 데 삿대질한다는 건, 상황판단 자체가 안 되는 어리숙한 사람이라는 뜻. 그렇게 선빵 날린 본인은 승리의 자아도취에 취해있을진 몰라도, 진짜 본질은 꿰뚫지 못한 사의 일시적 꿀빨기일 뿐이다. 모든 다툼에서 그런 자세로 임한다면, 그 사람은 아마 결국엔 혼자일 확률이 높다. 아님 사랑이 아닌 관계에서만 전전하던가.


연인 간의 다툼은 승패나눌 수 있는 게 아니다. 승자, 패자가 있는 관계에서 사랑이 계속될 수 있을 것이라 보는가. 애초에 둘의 관계는 오직 사랑으로만 시작된 관계인데, 승패가 나눠진 스파링 상대를 사랑할 확률은? 만약 본인의 연인과 스파링하고 있는 것 같다면, 당신은 지금 사랑을 하고 있는 게 아니다. 내가 선빵 날렸는데도 본인을 계속해서 사랑한다고 한다면, 그 사랑은 한 번쯤 의심해봐도 좋을 것. 반대도 똑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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