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취미가 되기까지,
레고는 어릴 때 동생과 집에서 큼지막한 걸로 조립하면서 놀았던 거 외에는 만져본 적이 없었습니다.
조립서대로 묵묵히 차곡차곡 블록을 쌓는 거 말고도 재밌는 것들이
성장하면서 너무나도 많았기 때문입니다.
성인 이후로 레고를 접하게 된 이유는 전 연인의
1년남짓 잠깐 만났던 그의 취미가 바로 레고였기에, 나 또한 자연스럽게 레고를 접하게 됐습니다.
그는 레고의 모든 신상품과 시리즈를 꿰차고 있었고,
못 구한 신상품은 개인거래로 어떻게든 구해 왔습니다.
나이만큼 경제력이 두둑했던 그의 방 3면은 완성된 레고로 빽빽하게 채워져 있었습니다.
주인의 취향대로 진열하고 커스텀해서 전시해 둔 광경은 특별하고 독특했습니다.
여기서 감명받았던 것 같습니다.
나는 뿌듯함, 안정, 평화로움을 느끼는 활동을 좋아하는
비교적 얌전한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된 것도 한몫했습니다.
이런 나의 성향에 레고는 안성맞춤인 좋은 취미였습니다.
레고 상품 대부분 채도가 높고, 여러 색이 조합되어 있는 데다가,
각종 캐릭터를 비롯해, 여러 애니영화 작품과 콜라보하기 때문에
누군가는 완성작만 보고 '아이들 장난감'이라고 치부해 버릴 수 도 있지만,
그 장난감을 조립하며 겪는 인내하는 시간 속 과정은
분명 어른이 좀 더 잘할 수 있는 영역입니다.
그래서 내가 레고를 직장인의 취미로 추천하는 이유는 아래와 같이
몇 가지로 들 수 있습니다.
1. 비교적 빠른 시간 안에 볼 수 있는 결과물
블록 개수에 따라 다르지만, 나는 엘사의 얼음성을 넷플릭스 보며 혼자 4시간 반 정도 걸렸습니다.
토요일에 느지막이 일어나 아점을 먹고 느긋하게
2. 독특한 인테리어 소품으로도 안성맞춤
완성하고 끝이 아닙니다.
공간의 여유가 있다면 자리 한편 내어 줍니다.
나 같은 경우는 공간(인테리어)에 따라 레고의 색을 맞춰 배치하는 편입니다.
색상을 잘 활용하면 훌륭하게도 인테리어 포인트로써의 역할을 하게 합니다.
3. 질려도 관두고 되팔 수 있는 물질화된 취미
맨날 봐서 질려버렸거나, 공간이 부족해졌다면 중고거래하여 판매하기에도 용이합니다.
다 큰 성인뿐만 아니라, 아이들도 즐길 수 있기 때문에 은근히 수요가 많은 취미입니다.
특히 단종된 시리즈나, 국가별 한정판인 경우일수록 값을 잘 쳐서 받을 수 있습니다.
4. 값어치 하는 높은 퀄리티
레고는 저렴한 편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피겨 느낌의 '브릭헤즈' 시리즈는 내 주먹만 하면서 1만 원을 훌쩍 넘고,
마트에 있는 상품도 보통 몇만~ 몇 십만 원을 호가합니다.
하지만 가격에는 다 이유가 있는 법.
레고는 압력과 물기에도 강하여 쉽게 변형이 없고 색도 잘 바래지 않습니다.
잘못된 사출로 아다리가 안 맞은 적도 없고, 마감이 깔끔하고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나의 경우엔 조립서대로 순서에 맞춰 하나씩 차곡차곡 쌓으면서
조용히 몰입하는 그 시간이 즐겁습니다.
맞는 블록을 끼워 맞췄을 때 '딸각'하며 맞물리는 느낌의 손맛도 기분이 좋습니다.
완성돼서 예쁜 인테리어 소품이 생기는 건 덤입니다.
멋있는 결과가 눈에 확연히 보이는 것도 흡족스럽고,
이 덕에 성취감은 물론 시간을 알차게 썼다는 나만의 뿌듯함도 생깁니다.
레고를 모두 조립하고 난 후에 손에 쥐어 쥐는 건
남는 여분의 블록뿐만이 아니기에
멋진 취미로써 레고를 적극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