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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랑랑이 Dec 17. 2015

4탄 그대와 함께 허송세월을 보내고 싶습니다-이원승

랑랑이가 읊어주는 중국시 4탄

오랜만에 중국 현대시를 포스팅 하네요. 오늘 올려드릴 시는 쉬즈모나 위광중 처럼 중국에 널리 알려진 대가의 작품은 아니지만 요즘 젊은 세대들사이에 인기기 많은 작품입니다. 그동안 정말 유명한 작품만 올렸는데요, 이번에는 요즘 세대에 맞게 통통 튀고 조금은 가볍고 읽기 편한 작품으로 골라봤어요.

녹음: 랑랑이

살면서 한번쯤은 시간을 헛되이 보내보아요!


"我想和你虚度时光" - 그대와 함께 허송세월을 보내고 싶습니다!


제목부터 뭔가 나사 풀린 느낌이 들어서 맘에 든다.

언젠가부터 귀가 닳도록 들었던 설교가 있다. "一寸光阴一寸金,寸金难买寸光阴" - 금으로도 바꿀 수 없는 건 바로 시간이다!  그러니 이 금싸락보다 더 귀한  1분1초도 절대 허비하지 말고 소중히 아껴야 한다! 우리는 그때부터 한번도 의심하지 않고 앞만 보고 열심히 달리다 여기까지 왔다. 그러다 어느날 문득 걸음을 멈추고 주위를 둘러보면...이런 의문이 들때가 있다. 여긴 대체 어디? 나는 대체 누구? 난 대체 무엇을 위해 여기까지 쉬지 않고 달려왔을까? 그래서, 지금의 난 행복한걸까? 그동안 열심히 달리기만 했던 우리, 왜 한번쯤 멈춰서 삶을 허비하면 안되는건가? 시인 이원승의 "그대와 함께 허송세월을 보내고 싶습니다"는 바로 젊은 영혼들의 이런 지친 마음을 밝게 비춰주는 따스한 햇살같은 작품이다.



이원승의 "그대와 함께 허송세월을 보내고 싶습니다"란 작품은 "시간"(诗刊)에서 발표되자마자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웨이신(위챗), 웨이보, 블로그 , 카페 등을 통해 널리 퍼지게 되면서 인터넷 총 스크랩수가 천만을 넘었다고 한다. 이뿐인가?“자기 전 시 한편 읽기"(读首诗再睡觉)란 공식 웨이신에서 이 작품이 실리자, 1주일만에 16만 조회수를 기록했다는것 아닌가?  심지어 이 시를 좋아하는 팬들은 인터넷에 본인이 직접 손글씨로 쓴 시를 블로그에 올려 팬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토록 많은 젊은이들이 이 시에 열광을 했던 이유는 대체 뭘까? 작가 이원승은 "그대와 함께 허송세월을 보내고 싶습니다"가 본인 작품 중 가장 특출난 시는 아니라고 한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 시가 그토록 인기가 많았던 이유는 아마도 현재 젊은 세대들의 지친 마음을 아주 잘 표현을 했기 때문이 아닐까란 생각을 해 본다.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이를 악물고 달리던 우리에게, 시간을 허비한다는 건 감히 해보지도 , 해볼 수도 없는 사치였다. 몸보다 더 지쳐있는 마음이 조금이나마 힐링되는 작품인 것 같다. 사실 이런 관점이 중국에서 처음 나온건 아니지만, 시문학의 형태로 보여준 작품은 아마 이 번이 처음이지 않을까란 생각이 든다.


시를 읽으면서 문득 드는 생각: 삶의 목표가 대체 뭘까? 부자 되는것? 권력을 얻는 것? 진정한 사랑을 얻는 것? 과연 그 목표라는 건 그냥 심플하게 어느 한 지점을 말하는걸까? 나는 내 삶의 목표를 어느 한 점이 아닌, 수많은 점들을 연결시킨 선으로 보고 싶다. 즉 내가 걸어왔던 과정 모두를 다 포함한다고 생각하고 싶다. 그래야 어느날 마지막 목적지에 도달했을 때 부자가 되지 못했어도, 권력을 얻지 못했어도, 사랑을 얻지 못했어도, 그 과정을 충분히 즐겼고 그 속에서 또 충분히 행복을 느꼈기 때문에, 아쉽지 않을 것 같다. 매 순간 순간의 점들에서 삶을 충분히 느끼고 즐겨야, 의미가 있다. 결국 저 길의 끝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보다도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 순간이 더 중요하다고 느낀다. 적어도 내겐 그렇다.



치열한 경쟁속에서 치고박고 싸우면서 걸어온 우리, 아이러니하게도 성공을 갈망했던 너와 나, 어느날 문득 뒤돌아보며 발견한 사실:  주위에 대부분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우린 결국 그냥 평범한 삶을 살아왔던 것.  구름 한점 없는 맑은 날씨아래 산책을 즐기고, 조용히 일출일몰을 바라보며, 차 한잔으로 시간 때우며, 가끔은 멍 때리기도 하면서 말이다. 이런 단순하고 평범한 시간속에서, 내 옆에 누군가가 함께 있다면 그것보다 더 완벽한 건 없을것이다.


나와 함께 기꺼이 허송세월을 보낼 수 있는 그런 사람이 있다면, 그건 아마도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차분한 고백일거다. 영화 "before Sunset"의 제시와 셀린처럼 굳이 뭔가 하지 않아도,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서로에게서 느낄 수 있는 담담한 행복. "그대와 함께 허송세월을 보내고 싶습니다"를 읽으면서 느낀 또 다른 잔잔한 감동이다.



제목 : 그대와 함께 허송세월을 보내고 싶습니다(我想和你虚度时光)

작가 : 이원승(李元胜)


*다른 대가의 시보다는 훨씬 분위기가 가벼워요. 쉬운 단어들을 많이 사용하여 친근감을 느끼게 하면서 이해하기도 쉽더라고요.


번역 : 랑랑이


我想和你虚度时光,

比如低头看鱼
比如把茶杯留在桌子上,离开
浪费它们好看的阴影

我还想连落日一起浪费,

比如散步 一直消磨到星光满天
我还要浪费风起的时候
坐在走廊发呆,直到你眼中乌云
全部被吹到窗外

我已经虚度了世界,它经过我
疲倦,又像从未被爱过
但是明天我还要这样,虚度
满目的花草,生活应该像它们一样美好,

一样无意义,

像被虚度的电影
那些绝望的爱和赴死
为我们带来短暂的沉默
我想和你互相浪费
一起虚度短的沉默,长的无意义
一起消磨精致而苍老的宇宙
比如靠在栏杆上,低头看水的镜子
直到所有被虚度的事物
在我们身后,长出薄薄的翅膀


그대와 함께 허송세월을 보내고 싶습니다.

고개숙여 물고기 구경을 하거나,

혹은 찻잔을 테이블위에 두고, 떠나면서

아름답게 비친 그림자를 허비하는 겁니다.

해지는 순간도 함께 허비하고 싶습니다.

밤하늘에 별빛 넘칠때까지 함께 산책 하는겁니다.

바람이 넘실대는 순간도 허비하고 싶습니다.

복도에 앉아 멍 때리는 겁니다.  

그대 눈속에 핀 먹구름을 창밖으로 날려보낼때까지.  

나는 세상을 헛되이 보냈습니다. 그런 세상은 나를 지나치며

지친 듯, 사랑을 한번도 받아본 적 없는 듯 합니다.

그래도 나는 내일 또 이렇게 보낼겁니다.

눈앞에 한가득 꽃과 나무들처럼, 삶은 아름답고,

무의미해야 합니다.

대충 훑어본 영화마냥

절망속의 사랑과 죽음은

우리에게 잠깐의 침묵을 가져다줍니다.

그대와 함께 서로 허비하고 싶습니다.

함께 짧은 침묵과, 긴 무의미한 시간을 허비하고 싶습니다.

함께 섬세하고 오래된 이 우주를 허비하고 싶습니다.

난간에 기대어, 고개 숙여 거울같이 맑은 물을 보는 겁니다.

우리가 허비했던 모든 것들이

등뒤로 얇디얇은 날개가 솟아나올때까지.



작가에 대w하여

작가에 대하여...


이름    : 이원승/리위안썽(李元胜)

국적    : 중국

민족    : 한족

출생지 : 사천 우성현

출생    : 1963년 8월

직업    : 시인, 작가

학력    : 충칭대학

수상    : 제1회 충칭 문학상

             인민 문학상

대표작 : "이원승시집"(李元胜诗集) , "충칭생활"(重庆生活)


이미지 출처 : 바이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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