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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주우 Jun 28. 2016

금수저 일기 1

새로운 직장으로의 출근에 앞서

엄청나게 대단한 각오와 결기에 찬 결심은 아니었다.

회사 생활 4년 차, 담당하고 있던 프로젝트의 부진, 

그에 따라 자연스레 수반되는 매너리즘이랄까.


요즘 같이 어려운 시기에 배부른 소리일지도.

그리고 사장 아버지를 둔, 운 좋은 자식이기에 가능한 선택이었음을 부인하진 않는다.


작년 이맘때, 작은 동요가 마음속에 일었다.


IT 분야의 스타트업 열풍을 전하는 수많은 기사를 통해서,

직간접적으로 만난 스타트업 창업자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직장인이 아닌 기업가로서 살아가는 그들을 엿볼 수 있었다.


멋졌다. 

나도 하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기술, 돈, 용기, 경험, 사람,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아이템'이 없었다.

'숟가락을 얹어야겠다' 마음먹었으나 이내 부끄러워졌다.


그러나 기업가는 멀리 있지 않았다.


아버지.

작은 공장을 운영하며 가정을 건사한 아버지.

내가 관심 있는 분야도, 트렌드를 주도하는 기술력도, 이익률이 높은 업종도 아니지만

30년 넘게 업력을 쌓으며 고령에도 불구하고 살아남은 아버지와 공장이 있었다.


사실 대학 졸업 후, 아버지 밑에서 6개월 간 일했던 경험이 있다.

다만, '대기업 직원'이 인생 목표였던 당시의 내게 

아버지 공장은 잠시 스쳐 지나가는 곳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회사원으로서 삶이 나태해질 때 즈음,

고령의 아버지는 회사를 매각하려 하셨고 

인수자가 나타나 계약이 성사되기 직전, 내가 막아섰다.


그리고 나는 그 회사로 다시 출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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