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듦에 대하여
나는 아버지와 원만한 대화가 되는 아들은 못된다. 근본적으로 40살이 넘는 나이 차이에 따른 부차적인 요소들 때문이기도 하고 더불어, 사고의 근간이 되는 정치성향도 한 350도 정도는 다르다.
부모와 자식 세대간의 소통이 언제고 쉬운 적이 있었으랴 마는 요즘 들어 퍽이나 힘들다고 느낀다. 같은 회사에 몸담고, '회사의 번영'이라는 동일한 목표를 갖고 있음에도 말이다.
이 곳에서 일하기 시작한 지 6개월 째로 접어들고 있다. 그 동안 내 눈에 보이던 비효율과 비능률적인 요소들을 제거하고 생산성을 높이고자 노력했고 일정부분 성과가 있었으나 많은 부분에서 의견차이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물론 아버지를 설득하고 이해시키는 것도 내가 해야 할 일이다. 다만 어려운 시절을 살아오신 탓인 지, 이런 일련의 과정들이 본인의 흔적을 부정한다고 여기는 건지(무언가 복합적인 감정이 뒤섞여 있으리라) 오래되어 아무도 찾지 않아 녹슨 제품이나 반제품, 본인의 습관 등 어떤 것이라도 쉬이 버리지 못한다.
나는 나대로 주먹구구식으로 처리하는 부분을 매뉴얼화 하고 설비를 시스테믹하게 개선 한다면 충분한 가능성이 보이는 데, 왜 아버지는 한 발자국 더 나가지 못했을까 라는 아쉬움이 있다.
아버지께서 살아 온 지난 삶과 그 굽이굽이에 배어 있는 노력은 존중 받아야 마땅하지만, 그것이 앞으로의 장밋빛 미래도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 나이듦에 따라 쌓이는 연륜과 지혜의 깊이가 항상 비례하는 것이 아닌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