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됐습니다.
브런치를 시작한 계기가 퇴사 후 인생 기록 용이었는데, 민망하게도 5년째 회사를 다니고 있다. 아유참 인생아.
옛날 글들을 보니 그때 생각이 생생하게 나서 신기하다. 그리고 지금은 모든 게 꽤 많이 변했다는 생각이 든다. 상황도, 나도.
무언가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고, 그저 한 명의 직장인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회사에 익숙해지듯 나도 그러했다. 일하고, 사람에 치이고, 문제를 해결하는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얻은 데이터들이 모여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이제 루틴 한 일들은 어렵지 않고, 예상치 못하게 생기는 이슈들도 해결책을 제법 잘 찾아내고, 사람들을 대하는 것도 좀 더 괜찮아졌다(이건 엄마 때문인데 이 얘긴 차차하고). 그리고 요새는 나 스스로가 업무를 좀 더 쫀쫀! 하게 하게 되었다는 느낌이 든다. 스트레스는 물론 받지만 그래도 일은 자주 재밌고 (종종 때려치우고 싶다).
특히 올해는 업무 관련해서 인정을 받기 시작하면서 마음이 부풀었다. 나그네의 옷을 벗기는 건 바람이 아니라 햇살이라더니. 그래서인지, 늘어난 일 덕분에 칼퇴요정직을 사임하게 됐어도 예전처럼 야근에 질색하지는 않게 되었다. 내가 여태 그렇게 원했던 인정을 받아서 더 그런가 보다. 회사는 내게 단순히 돈을 버는 곳만은 아니었기에.
예전 글들을 읽다 머쓱해진 마음으로 새벽에 이 글을 쓴다. 바뀐 내가 신기하기도 하고, 무언가 잃어버렸나 싶기도 하고 (스킬 트리를 잘못 찍었나). 그래도 우짜겠노.. 이래 됐는데..
어쨌든 여러분, 저.. 회사 잘 다니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