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생각] 소외되면 안 돼?
왜 안 돼? 그래도 돼!
중고등학생 시절부터 나는 줄곧
내 편을 찾는 습관이 있었다.
학년이 바뀌고 새학기가 시작되면
담임선생님도 반 친구들도 바뀐다.
선생님께서 몇 반이 되는지 발표해 주실때면
심장이 쿵쾅거리고 손에 땀이 났다.
새 담임 선생님이 무섭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보다,
조금이라도 얼굴이 익고
친하게 지내는 친구들과 같은 반이 되었으면 하는
소박한 바램이 더 컸다.
가뜩이나 조용하고 존재감 없는 성격덕에(?)
친한 친구들이 별로 없어서
내 바램이 이루어질 확률은 그만큼 낮았다.
반 배정이 끝나면
올해는 어떤 친구와 짝꿍을 이뤄서
친하게 지내야 할까, 새로운 고민이 생겼다.
혼자만의 시간이 제일 편한 나였지만
그렇다고 소외되고 싶지는 않았다.
소외된다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내가 걱정하고 두려워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소풍가는 버스 안에서 짝꿍없이 멀뚱이 앉는 것.
체육시간에 떠들며 운동장으로 향하는 무리들
뒤에서 뻘쭘히 혼자 따라가는 것,
화장실 같이 갈 사람이 없다는 것,
(대체 왜 화장실은 삼삼오오 같이 갔는지,
지금 생각하면 귀엽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점심시간에
반찬 나눠먹을 친구없이 밥을 혼자 먹는 것.
그래서 '사회성 없고 어딘가 문제 있는 애'로
낙인찍힐 지 모른다는 것.
그래서 그렇게 필사적으로
내 짝꿍과 내 편을 찾았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무던히도 애를 썼다.
그 시절 학교, 우리반은 내 세상의 전부였으니.
회사를 다니는 요즘도
그 두려움은 희미해졌을 지언정
완전히 사라지진 않은 듯 하다.
사람들이 나 빼고 속닥속닥 얘기하면
'어, 내 얘기하는 거 아냐?' 신경쓰이고
아무런 의미 없는 사람들의 표정에
'화났나?' 감정을 부여하고 해석하는 걸 보면.
어쩌면 그래서 내가 더 피곤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잘못한 일이 있었고
그래서 사람들이 내 얘기를 했다면
사과해야 한다.
하지만 내 잘못과 관계 없는 일이었다면,
그래서 나라는 존재와 관련 없이 말이 돌았다면?
쉽진 않겠지만
나도 미움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계속 생각하고 상기해야 된다.
나도 싫어하는 사람이 있지 않은가.
왜 모두가 내가 소외되지 않도록
나를 챙겨야 하고 배려해줘야 할까.
왜 나는 뒷담화의 대상이 되어선 안되는가.
내 기분을, 나의 가치를
다른 사람들에게 전적으로 의지하는 것은
어리석은 욕심이고 에너지 낭비다.
소외될 수 있다.
소외되어도 내가 문제인 것은 아니다.
그러니 억지로 내 편을 만들려고도,
좋은평을 들으려고 내 모습을 숨기지도 말자.
혼자서도 오롯이 서있는 사람.
나는 그렇게 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