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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레인 Dec 08. 2022

[오늘의생각] 가스라이팅은 거절합니다.

사회생활의 모범답안을 거부합니다.

모범이라는 건 뭘까.

"위 학생은 솔선수범하며 타의 모범이 되어.."로 시작하는 표창장 속에서만 존재하는 문구일까.

정답은 아닐지언정,

누구에게나 혼쾌히 권할 수 있는 기준일까?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는,

그래서 정상적이라 부를 수 있는 표준일까?

회사생활의 "모범",

내지는 "기준", "표준"이 되는 삶은

정해져있는 듯 하다.


어디서나 분위기를 주도하고

사람들을 어려워 하지 않는 외향인은

내면을 파고들기 좋아하는 내향인보다

사회생활에 더 능숙하다.

낯선 사람들과도 쉽게 친해지고,

친한 사람들이 많으니 협업이 필수적인 회사생활에서 도움을 얻기도 수월하다.

넓은 인맥에서 오는 정보력도 남다르다.


반면에 내향인들은 있는듯 없는듯 자리를 지킨다.

사람들과 가까워지는데 시간의 힘이 필요하고,

때로 그들의 과묵함은 냉정하게 보이기도 한다.

혼자만의 충전시간이 꼭 필요한지라,

왁자지껄한 친목도모의 장에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인간 내면에 관심이 많고 독서, 일기쓰기, 음악듣고 쉬기와 같은 개인적인 시간을 통해 에너지를 얻기 때문인데 종종 안티 소셜(anti-social)로 오해받기도 한다.


이는 타고난 성향의 차이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너무도 쉽게 내향인에게

"사회생활은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라는 말을한다.

외향인의 삶이 모범이자 기준,

표준이 되는 회사생활에서

조용하지만 단단하게 일하 사람들은

점점 움츠러든다.


닮은 사람은 있어도 똑같이 생긴 사람이 없듯이

성격 또한 다양할 수 있는데

내향인이 그 다양함을 존중받고 살기가

회사에서는 특히 힘들다.


MBTI 검사를 하면 열이면 열, 무조건 처음은

I가 나오는 슈퍼 내향인인 나는

회사를 다니면서 말수가 늘었고,

가끔씩은 친한 사람들에게 넉살스럽게

장난을 치기도 했다. 딱 거기까지였다.

사람들과의 적당한 선을 중요시하는 나는

일로 만난 사이에서는

서로 상처줄 만큼 가까워지는 것을

조심하는 편이였는데

다른 사람들에겐 그 선이 벽처럼 느껴졌을까.

벽을 깨고 나와 사람들과 허물없이 지내야 했을까.


"좀 더 활발하게 지내봐~ 사람들과 더 친해져야지~",

"넌 존재감을 좀 키우면 좋을 것 같은데" ,

"더 많은 사람들하고 자주 어울리며 지내야 네게도 좋은거야~" 와 같은 충고는

내 성격과 성향이 모범적이지 못하니

고쳐야 한다는 뜻으로 들렸다.

날 위해 안타까움과 걱정 속에 하는 말이더라도.


사회생활의 모범답안을 권하는

많은 목소리들 속에서

나는 자주 '정녕 이렇게 살면 안 되는 건지', '나에게 문제가 있는 건지' 고민했다.

 이 것이 말로만 듣던 가스라이팅인걸까?


사람들과 척지며 사는 것도 아니고

내 기분이 태도에 드러나는 것이 싫어서

감정적으로 뚱해있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모두에게 사랑받지는 못 해도

같이 일하기 싫은 사람은 되지 않으려 애쓰는데.

사회생활을 해내기 위해 나름의 에너지를

쏟아붓는데도 부족해 보였다는 사실이 씁쓸했다.


누가 더 우월한지 아닌지,

어떤 모습이 모범인지 아닌지는 정해져있지 않다.

내 성격이 회사에서 유리한 편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회사란 본디 일을 위해 다니는 것 아니던가.

일을 매번 그르치고 어딜가나 불화만 일으키며,

1인분의 몫을 다하지 못해

늘상 민폐가 되는것이 아니라면,

그 누구도 본연의 성격을 바꿔야 할 필요는 없다.


내 스스로가 지금의 내 생활에 만족하는 한,

나는 조용하지만 주관이 뚜렷하고,

다정하지만 필요할 땐 단단할 줄 아는

많은 내향인 선배님들의 뒤를

기쁘게 따라가려한다.

그 것이 사회생활의 모범답안이 아닐지라도,

내 모습을 잃지 않는 삶이 내게는 더 어울리니까.


그러니 걱정을 담아 얘기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는 지금의 제 모습이 싫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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