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룬 것과 잃은 것
런던에서 도자기를 해보겠다고 고집에 고집을 부려 이것저것 시도해 보았다.
인스타그램 회사에서 연락이 와 내 작업 과정을 찍어 갔고,
세계 최고의 갤러리 중 하나인 테이트 모던에 내 도자기를 납품했고,
런던 디자인 페어에 참가도 했고,
한국 출판사에서도 같이 책 만들어 보자며 연락이 왔고,
폴 스미스 (Paul Smith) 아저씨를 만나 도자기를 드리기도 했다.
맨체스터 공예&디자인 센터에서 연락이 와 처음으로 초대 개인전을 열어보기도 했다.
원스타 미쉐린 레스토랑에 그릇을 납품하기도 했고,
내가 납품하고 싶었던 샵에서 먼저 연락이 오기도 했고,
퐐로워들로부터 좋은 피드백이 담긴 메시지도 많이 받았다.
( 은근 이것저것 많이 했네? )
땀 흘려 일하고 하나씩 차근 차근 일구어 가면서 오는 성취감이 물론 있었다. 먼 나라에 와서 영어도 못하는데 많은 사랑받아가며 이룬 것들을 돌이켜보면
내가 대견했다.
그런데, 그 성취감은 내 안에 오래 머물지 않았다. 행복한 기운은 일주일 만에 사라졌다. 주변에서는 축하한다고 멋있다고 문자가 오는데, 나는 이전과 마찬가지로 곰팡이가 펴있는 방에서 끓인 신라면을 먹고, 허리가 아파 소파에 다시 누웠다. 가족은 저 멀리 한국에 있고, 밥은 이게 뭔지, 몸 상태 꼬락서니는 거의 환자 수준이다. 밤에 추워서 커튼을 쳤는데, 멀리 보이는 저 시꺼멓고 우중충한 커튼이 마치 내 모습과 같았다. 뭐가 달라진 걸까?
지난 포스트에서도 썼듯이, 나는 허리가 많이 아프면서 건강을 잃었다. 살이 쪘다. 이빨 앞니가 부러졌다. 벼룩에 100군데 물렸다. 천식끼도 생겼다. 타국에서 살면서 가족들과 공유하는 하루하루의 일상도 잃었고, 한국에 흔하디 흔한 맛집도 못 갔다.
결론은, 그냥 그렇다고요...
인생은 기회비용! 항상 얻는 것과 잃은 것이 공존 한 다는 것. 후회하지 않기. 어떤 길이던 다 경험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