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 날짜를 잊은 놀라운 나를 도운 놀라운 이
요즘 나의 정신 상태는, 뭐랄까 빠르게 달리는데 부품 하나가 빠져서 위태로운 자동차 같다.
일을 주도하기보다는, 일에 끌려다니는 느낌을 받는다. 잠시 멈춰서 생각해 보면, 일 자체가 많고, ‘생존’에 초점을 두고 게걸스럽게 지원사업을 쓰는 것도 문제 중 하나일터.
열심히 밭을 일구는 농부도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하루를 마무리하듯, 나 또한 열심히 달려온 하루하루를 그저 스치듯 지나 보내기보다는 오늘 하루를 감사로 기도하듯 글을 남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이런 마음은 늘 있으나, 몸과 의지가 나약해 따라주지 않을 때가 많다.)
오늘은 엄청 대박 사건이 있었다. 지원 사업의 발표 날이었는데, 나는 그 날짜를 다음 주로 알고 있었던 것이다.
생각해 보면, 어제 하루 종일 몸이 좋지 않아 이른 저녁 잠자리에 들었다. 새벽에 또 잠이 오지 않아 책 “이방인‘을 읽었다. 그리고도 잠이 오지 않아 영상을 봤다. 그리곤 루틴이 깨져서 오늘 아침 10시에 눈을 떴다. 그렇게 어영부영 시간을 보내는데, 지인들에게 연락이 왔다.
‘oo 지원사업 썼어요?’라고.
사실 쓰지 않으려고 했던 것인데, 문득 써야 할 것만 같은 느낌(?)을 받았다. (최근 비슷한 지원사업에서 마지막 발표 평가의 분위기가 내심 걱정되었던 것 같다.) 그래서 부랴부랴 3시간 동안 지원사업을 써서 냈다.
한숨 돌리려던 차에, 전화가 왔다.
“대표님, 어디세요? 곧 발표시간인데..”
헉!!! 심장이 뛰는 소리가 귀에 들렸다. 죄송하다는 거듭된 인사와 함께 택시를 잡아 발표장으로 갔다.
끝에서 2번째였던 나는 제일 마지막 발표자가 되었다. 어찌어찌 발표를 했다. 못했으면 너무 후회될 뻔했다.
담당자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저 원래 연락 잘 안 하는데, 왠지 연락을 하고 싶더라고요.”
이 말씀이 내 마음에 오래 남았다. 누군가 나를 떠올리고 연락을 주었다는 것, 그리고 그 연락을 내가 마침 받았던 것(원래 모르는 번호 잘 안 받는 편), 때마침 지원사업을 제출하고 한숨 돌리던 차에 택시를 타고 발표장에 갔을 때 다른 팀이 발표 중이었다는 것 등.
발표 결과를 떠나, 이 모든 상황들이 정말이지 감사헀다. 나의 큰 실수 또한 아찔했지만 지나고 나니 감사한 사건이다.
브레이크 타임. 잠시 멈춰서 해야 할 일들을 점검하고 생각하는 것. 나에게 필요한 것을 엄청 아찔하고도 감사하게 알려준 것이다.
오늘 하루도, 감사하게 마무리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