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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에라 Jun 22. 2022

2. 기자 (2) 마감 스트레스

인내심 약하면 못 버틴다.

기자 사회에서 수도 없이 듣는 말이 있다. “마감만 안 하면 최고의 직업이 기자”라는 말이다. 그렇다. 날마다 해야 하는 기사 마감은 정말 기자에게는 큰 스트레스다. 돌이켜보면 '그렇게 힘들었나?' 싶지만, 주니어 시절 날마다 마감하는 데는 정말 고충이 많았다.


와이프 출산 앞두고도 마감하던 선배


실제 사례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회사에서 기사를 마감했었다. 어느 날 선배 기자가 와이프가 출산을 앞두고 있다며 새벽에 병원에 들렀다가 출근했다고 전했다. 그리고 대략 오전 11시쯤 와이프가 출산했다는 전화를 가족으로부터 받았다. 하지만 선배는 병원에 가지 못했다. 기사를 마감하지 못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불가피하게 선배는 대략 12시30분 마감을 한 후에야 병원에 갔다. 흔한 경우는 아니지만 그만큼 마감은 기자사회에서 중요하다.


안 써지는 날은 '머리에 쥐가 나'


날마다 하는 마감은 정말 익숙해지지는 않는다. 사람은 모두 바이오 리듬이 있다. 기사가 잘 써지는 날이 있는 반면 안 써지는 날도 있다. 작가 또는 주간지, 월간지 기자라면 ‘오늘은 기사가 도저히 안 써지니 하루 쉬어야겠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기자는 이게 불가능하다. 전날 또는 아침에 발제한 기사 계획은 무조건 출고해야 한다. 데스크가 홀딩(하루 기사 유보)을 지시하기 전까지는 무조건 출고가 원칙이다. 


잘 써질 때는 원고지 6~7매 분량의 기사가 30분 만에도 끝날 때가 있다. 그러면 개인 교열 및 추가할 내용 확인 후 출고까지 1시간이면 끝난다. 하지만 기사가 안 써지는 날은 완전히 다르다. 


한 문장(야마) 쓰는데 1시간 이상 걸리기도


첫 문장 갖고 1시간 이상 끌 때가 비일비재하다. 1시간이 지나면 웬만한 리드는 다 시도해봤기 때문에 초조해진다. 결국 이미 써본 것을 다시 쓰는 일이 반복되고 이러면 더욱 긴장되고 초조해지며 시계를 보는 횟수가 늘어난다.


필자는 ‘리드(첫 문장)’의 중요성에 대해 수도 없이 트레이닝을 받은 터라 더 심했던 것 같다. 첫 문장을 쓰고 지우고를 1시간 내내해도 맘이 안 드는 경우가 많다. 


기사라는 게 첫 문장을 기반으로 풀어가는 역삼각형 전개 방식이다. 즉, 첫 문장이 말끔하고 명확하면 뒤는 이를 설명해주는 문장들이 이어지는 형태다. 따라서 첫 문장이 완벽하면 그다음에는 어렵지 않다. 오히려 기사량이 넘쳐 줄여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하지만 취재기사라는 게 완벽한 팩트를 갖고 쓰지 않는 경우가 많다. 설령 완벽한 팩트라도 이를 한 문장으로 줄이는 게 여간 어렵지 않다. 예를 들어 ‘A사가 세계 최초로 ~~ 개발에 성공했다’와 같은 팩트는 야마를 쉽게 이끌 수 있다. 하지만 세계 최초인지 명확하지 않고 또 아직 100% 완성단계가 아니거나, 기술의 값어치가 어느 정도인지 확인이 안 되는 경우 등  어떻게 풀어써야 할지 난감한 경우가 많다. 혹자는 과거 또는 다른 기사를 참고하면 되지 않느냐고 할 수 있다. 단정적으로 말한다. 기자가 이렇게 고민할 정도 기사라면 참고할 기사는 ‘없다’. 


명필 기사 참고한다면?


필자는 기자칼럼(기자수첩)의 마무리가 깔끔하지 않다는 지적을 받아서 칼럼을 잘 쓰는 선배들의 마무리를 분류해서 데이터베이스(DB)화한 적이 있다. 100건 가까운 훌륭한 칼럼의 마무리 부분을 정리한 것이었다. 칼럼 마무리로 참고하려는 취지였다. 하지만 이들 가운데 필자가 쓰는 칼럼에 적용한 것은 손에 꼽힌다. 20개 칼럼을 쓰면 하나 정도 도움을 받았던 것 같다. 그만큼 본인 기사에 딱 들어맞는 사례를 찾기는 어렵다. 그래서 그 이후에는 DB화한 타인 칼럼들을 참고하지 않았다.


그만큼 기사는 비록 취재를 바탕으로 한다지만 창작의 영역이다. 취재라는 것은 별도의 자료가 있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얘기를 듣거나 아니면 기자 본인이 알고 있는 지식에 취재원의 설명으로 하나의 팩트를 완성한다. 예를 들자. 중국에서 한국의 반도체 기술 추격을 하는 가운데 국내 기업 A사 고위 기술 임원이 중국 업체로 이직한 경우다. 이를 갖고 100% 중국의 기술 유출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 임원이 보유한 기술 그리고 이직한 중국 업체의 최근 기술 수준 등을 추가 취재하면 어느 정도 유출 개연성을 파악할 수 있다. 이를 기사로 풀 때 단정적으로 하면 위험하다. ‘우려’ ‘전망’ ‘시각’ 등 기사의 취재 완성도에 따라 적정한 어휘 선택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소송에 시달릴 수 있다. 


극복하지 못하면 기자로 대성 못해


마감 스트레스는 하지만 기자가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극복해야 할 장애물이다. 스트레스를 참지 못하면 기자로 대성할 수 없다. 즐겨야 한다. 그러다 보면 스트레스도 조절이 가능한 수준으로 내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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