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주가 멀디 않고 들리는 기자의 홍보맨 변신. 과연 그 세상은?
기자로 어느 정도 인지도가 쌓이면 홍보 담당자로 전직 기회가 생긴다. ‘매우 많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래도 꾸준히 기업체에서 제안이 들어온다. 모든 기업의 벤치마킹 대상인 삼성전자가 기자 출신을 뽑기 시작하면서 그런 움직임이 더욱 일반화된 경향이 있다.
기자의 홍보맨 변신 기회는 점점 늘어나는 추세이고 앞으로도 그럴 것으로 예상된다. 아무래도 기자의 장단점을 잘 아는 게 기자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과거에는 홍보 담당자가 기업 홍보에 방점을 뒀다면 지금은 기업 홍보보다는 리스크 헷징을 위한 언론사 관리 목적이 크다. 즉 신문, 온라인 매체를 통해 홍보 효과를 본다기보다는 기업 리스크를 줄이고 기자를 잘 관리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그러다 보니 홍보 전문가보다는 기자를 잘 아는 '기자'가 필요해진 것이다.
홍보로 전직을 결정하면 주변에서 상당히 ‘만류’한다. ‘왜 기자가 되려고 했냐?’ ‘돈 때문에 전직하냐’ ‘너는 충분히 기자로 성공해, 편집국장까지 갈 수 있다’ ‘너는 홍보가 절대 안 어울린다’ 등 다양한 말을 듣게 된다. 기자와 홍보는 함께 일하면서도 성격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홍보로 전직해 성공 여부는 절대적으로 ‘케바케(케이스 바이 케이스)’다. 주변에 보면 홍보인으로 전직해 성공한 전직 기자가 적지 않다. 특히 대기업이 많다. 아무래도 충분한 연봉과 언론 재직 당시와 비교해 높아진 복지 등이 영향을 줬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필자도 대기업군으로 분류될 수 있는 곳으로 이직했다. 공기관 성격상 연봉상에서는 큰 차이가 있지는 않았지만 복지 등을 고려할 때는 확실히 좋아졌다.
하지만 연봉과 복지가 모든 것을 말하지는 않는다. 일단 일하는 것은 확실히 재미가 없다. 기자는 기본적으로 자신이 취재하고 싶은 것을 취재한다. 자존감이 높다. 그리고 사건 현장, 제품 발표회, 기자 간담회 등 흥미로운 이벤트도 많다. 그 현장에 자신이 있다는 것에 자부심도 느낀다.
반면 홍보에서는 그런 것을 찾아서는 안 된다. 홍보는 어디까지는 지원 파트다. 타 부서의 성과를 잘 포장하는 서포트 조직이다. 또한 사고가 발생했을 때 대응을 하거나 또는 대표 등 회사 관계자를 언론 등 외부에 알려야 한다. 즉 주인공이 아닌 서포터가 돼야 한다. 홍보가 주인공이 되면 안 된다.
이런 연유로 홍보직으로 전직한 기자들 가운데 적지 않은 사람들이 다시 언론으로 돌아오거나 또는 같은 조직내 타 부서로 전직을 희망한다. 지인 중에는 정부 대변인실과 공기관 홍보팀으로 들어갔다가 각각 실무부서와 연구부서로 옮기는데 성공(?)한 케이스를 봤다.
둘 다 내부 전보를 위해 무진 노력을 기울였다. 전보 인사발령을 받는데 5년 안팎의 시간이 소요됐다. 아무래도 기자 출신으로 홍보팀에 발령을 받은 후 '보직 변경'을 희망한다고 해도 전문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회사 입장에서는 맡기는 것을 꺼려한다. 사실 업무를 맡긴 후에도 업무가 생소하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적지 않은 고충을 겪는다. 하지만 원하는 부서에서 확고히 자리를 잡는다면 길게 보면 조직내에서 나름의 경쟁력을 가졌다고 볼 수 있다. ‘홍보’도 알고 ‘실무업무’도 안다면 승진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 도전할 만한 값어치가 충분하다.
하지만 실패 사례도 적지 않다. 필자가 아는 후배는 상사의 갑질을 못 참고 내부 고발 후 퇴사했다. 모 대기업이었는데 직속 상사는 결국 작은 계열사로 좌천 발령 후 결국 그만뒀다. 다른 기자 출신 홍보맨도 대표의 무리한 요구를 참지 못하고 결국 사표를 던졌다. 아무리 기자가 '기레기'라고 불리더라도 기본적으로 기자는 '사실' '팩트' '공정'을 지향한다. 이런 습관이 몸에 배어서 조직의 불합리한 행동을 눈감지 못해서 나타난 사례들이다.
둘 다 모두 언론으로 돌아왔는데 비교적 성공적으로 복귀했다. 다만 홍보맨 변신 후 언론으로 모두 돌아올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언론사 입장에서는 홍보 출신을 받는 게 부담스럽다. 과거 언론사 기자는 홍보팀 실무자를 잘 상대하지 않던 관습이 남아 있어서다. 따라서 홍보맨 출신이 다시 언론사로 돌아오면 대개 기존 매체보다는 인지도가 낮은 언론사로 옮겨가는 경우가 많다. 꼭 그런 것은 아니지만 특히 30대가 아닌 40대 이후 언론으로 돌아가려고 한다면 아무래도 '수요'가 적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기자의 홍보맨 변신을 통한 성공과 실패사례는 다양하게 존재한다. 연봉이 많이 오른다고 안착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연봉이 적다고 적응 못하는 것도 아니다. 모두 경우에 따라 다르다. 전직 판단은 본인이 해야 하는 것이다. 다만 모든 변화에는 그만큼 부담과 책임감이 따른다는 것은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