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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에라 Jul 07. 2022

3. 기자 출신 홍보인 (1) 누가 적성에 맞나

기자들은 한번쯤 홍보맨 변신은 꿈꾼다. 누가 어울릴까?

필자가 홍보맨으로 전직한 곳은 중견기업 이상 규모였다. 홍보팀은 3명 수준에 불과했다. 

기자가 홍보맨으로 변신하면 불가피하게 여러 시행착오를 겪는다. 기자와 언론의 생리를 잘 안다는 장점은 있지만 기자로만 활동했다면 일반 직장 적응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홍보직,  '잔일' 많아


언론사, 특히 편집국에서는 단순하게 구두 보고로 끝날만한 일에 대해서도 기업에서는 서류를 남겨야 한다. 특히 서류는 적당히 흔적만 남기는 수준이 아니다. 양식 서류에 맞추거나 양식 서류가 없으면 다른 양식을 참고해 그럴듯하게 서류를 만들어야 한다. 이들 서류는 때론 법무팀 법무검토를 받아야 한다. 언론사에 있을 때는 구두 보고로 끝날 대수롭지 않은 일까지 흔적을 남겨야 하니 사실 짜증도 나고 귀찮기도 했다. 돌이켜보면 일련의 행동들은 승진 등 인사고과 평가 그리고 인력 구조조정 등에 활용되기 위한 용도로도 쓰인다.

 

이 뿐만이 아니다. 실무팀 협조를 받아야 하는 게 좀처럼 만만치 않다. 사실 기자 시절 취재원에게는 반 강제로 자료 협조를 요청하곤 했다. ‘취재협조’를 근거로 말이다. 


언론 홍보 원치 않는 실무팀 협조 구하는 것도 '일'


하지만 홍보팀 입장은 다르다. 필자의 경우 20여 개 팀 가운데 대략 15개 안팎 팀과 보도자료 생성을 위해 커뮤니케이션을 했는데 이들 가운데 5~6명 팀장은 언론보도에 매우 부정적이었다. ‘왜 보도자료를 배포하려고 하느냐?’이다. 심지어 일부 팀장은 ‘홍보팀의 성과를 위해 우리를 활용하려고 하느냐?’는 반응도 들었다. 어이가 없었다. 대표에게 찾아가 보도자료 배포 실적을 KPI(개인 및 팀 평가)에 반영하자고 건의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는 않았다. 뒤돌아보면 좀 이해도 할 수 있었던 게 보도자료를 배포할 정도 사안이라면 그 팀은 매우 바쁠 수밖에 없다. 그럴 시점에 익숙지 않은 보도자료 협조를 요청하니 귀찮을 수 있다.


이를 매끄럽게 설득하려면 아무래도 꾸준한 대인관계가 필요하다. 그래서 실무팀과 지속적으로 술자리를 가지며 좋은 관계를 유지하라는 얘기를 들었다. 필자의 경우 술을 즐기지도 않았고, 회사 업무를 위해 그렇게까지 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만약 술을 좋아한다면 이 정도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


인내심도 필요하다. 언론사 편집국은 모두 기자 출신이고 기자를 이해한다. 하지만 기업체는 다르다. 기자 출신 홍보인은 언론사 관점에서 일을 처리하려고 하지만 기업체 임직원들은 그렇지 않다. 이 때문에 언론이 전혀 좋아하지 않을 만한 내용을 홍보를 하자고 제안하는 경우도 있고 때론 보도자료에 심하게 과장을 하자는 경우도 있다. 필자는 설득을 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우리 홍보팀은 너무 홍보를 못한다’고 비아냥으로 돌아왔다. 언론을 모르니 홍보팀이 언론 관리를 잘할 것으로 막연하게 생각한 것이다.

 

젊은 세대일수록 기자에 대한 인식이 매우 나쁘다는 것도 참고해야 한다. 그래서는 안 되겠지만 ‘나는 기자 출신이라서 언론에 대해 잘 안다’는 어필이 안 통한다. 이런 경우도 있었다. 하루는 소위 메이저 경제지와 부수가 극히 미미한 후발 경제지를 갖다 놓고 ‘어느 매체 영향력이 크냐?’고 젊은 직원들에게 물은 적이 있다. 답변은 이렇다. ‘비슷하지 않나요. 차이가 있나요?’라는 말을 들었다. 포털사이트에 둘 다 나오니 별 차이를 못 느낀다는 것이다.


온갖 사내 행사 챙겨야


이 밖에 홍보팀은 대외행사도 챙겨야 한다. 예를 들어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계속 사진을 촬영해야 하거나 또는 행사 사회를 맡아야 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산행 같은 경우 사진과 영상을 찍어야 하는 등 어찌 보면 번거로울 수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소관팀에서 받은 자료로 보도자료를 만들고 그리고 기자 관리만 잘하면 되지 않나?’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그보다 내부 관리가 훨씬 만만치 않다. 게다가 실무팀이 돌아가는 것을 잘 파악해야 한다. 

필자의 경우 대표로부터 가끔 영업팀의 구체적인 실적을 체크받기도 했다. 언론에서 문의 들어오면 어떻게 대응하겠느냐는 취지였다. 맞는 얘기다. 홍보팀은 회사를 대표한다. 그만큼 내부 사정에 정통해야 한다. 그래서 홍보팀장임에도 실장 이상의 준간부 회의에 참석했었다. 


돌이켜보면 기사만 작성하면 어느 정도 역할이 끝나는 기자와 비교해 챙겨야 할 일이 많다. 모 대기업 홍보팀장은 언론 관리가 30% 기타 업무가 70%라고 말해 놀란 적이 있다. 실제 홍보업무를 하다 보면 공감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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