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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에라 Jul 21. 2022

4. 종이신문  vs 온라인 매체 (2) 업무강도

어느 곳의 업무 부담이 클까?

정확히 비례하지는 않지만 업무강도는 매체 영향력과도 어느 정도 비례한다. 소위 부수가 많고 인지도가 높은 매체일수록 업무강도가 세다. 이유는 두 가지를 꼽을 수 있다. 하나는 매체 영향력이 클수록 광고가 많다. 광고가 많다는 것은 특집이 많다는 것으로 연결된다. 특집은 사실 기자에게 별도의 업무로 느껴질 대가 많다. 즉 평상시에 단독기사 2개씩 썼다면 특집을 마감하는 기간에도 하루 단독기사 2건은 변화가 없다. 물론 특집 부담이 크면 양해가 될 수 있지만 대개 기자 본인 출입처를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대개 양해를 받을 수 없다. 매체 영향력이 크면 그만큼 연봉이 세다고 볼 수 있으니 이는 어느 정도 감수를 해야 한다. 연봉뿐만 아니라 대우에서도 어쩔 수 없이 차이는 있다.


여기에 데스킹도 영향이 크다. 메이저 매체일수록 아무래도 데스킹을 깐깐이 본다. 데스크가 기자가 쓴 기사의 손을 많이 보는 것이다. 심지어 부국장, 국장 또는 내부 임원들도 한마디를 던지기도 한다. 예를 들어 ‘야마(리드)가 틀렸다’이다. 이러면 당연히 데스크의 불호령이 기자에게 떨어진다. 다시 손을 봐야 하는 것이다. 필자가 아는 후배 기자는 국내 굴지의 메이저 매체에 이직했다가 6개월 만에 그만뒀다. 이유는 데스킹을 과하게 본다는 이유에서다. 기자 길들이기도 있었는데 거의 매일 밤 10시, 11시까지 ‘다시’ ‘다시’ 주문을 받았다고 한다. 밤 11시에는 지면이 마감됐으니 ‘킬(삭제)’되기도 했다고 한다.


처리해야 할 꼭지수는 기자수와 반비례


써야 하는 기사건수만 비교한다면 대개 온라인 매체가 일이 많다. 모든 온라인 매체는 아니겠지만 기자 수가 열세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출입처가 많고 그러면 처리해야 할 기사가 많다. 

여기에 기자 본인이 컨트롤만 잘하면 문제없겠지만 마감시간이 따로 없는 것도 관련이 있다. 즉 신문에 있을 때는 마감시간인 예컨대 오후 3시 이후에는 더 이상 기사를 처리하지 않았다. ‘이미 마감됐으니 이해해 달라’는 식으로 홍보팀에 얘기했다.


온라인매체에서는 이런 말이 최소한 홍보팀에는 통하지 않는다. 마감시간이 따로 정해지지 않으니 대부분의 자료를 처리해야 한다. 주말, 연휴 등에도 마찬가지다. 신문매체에서는 사실 신문 발행일을 중심으로 움직인다. 하지만 온라인에서는 대개 연휴에도 인터넷 사이트가 죽어있는 것을 막기 위해 많은 노력을 쏟는다. 최근에는 온라인 조회수가 중요해지면서 신문매체들도 온라인 사이트 관리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손 쳐도 신문이 나오는 날에 비해서는 부담이 적다.


신문기자, 기사량 조절해야


기사량 조절에서도 신문매체 기자의 부담이 크다. 온라인 매체의 경우 기사량에 대해 부담이 거의 없다. 사건이 매우 크거나 연이어 불거지는 기사는 원고지 10매 이상도 가능하다. 하지만 신문 기사는 기사량이 정해져 있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팩트만 전달하는 스트레이트 기사는 원고지 6~7매를 원칙으로 한다. 박스 기사로 해설성 기사도 원고지 8매를 넘지 말라고 한다. 최근에는 이 경계가 어느 정도 허물어지고 있지만 지면이라는 제약 때문에 완전히 허물어지는 것은 불가능하다. 결국 기사 작성하는 내내 원고지 매수가 얼마인지 확인하면서 작성해야 한다. 이게 은근히 부담된다. 더욱이 취재한 내용이 많은데 기사량을 5매로 줄이라고 하면 난감하다.


기사 분량 때문에 온라인매체 기자가 신문매체로 이직한 후에 적응에 상당한 시일이 소요된다. 즉 온라인매체에서는 기사량 관계없이 썼는데 신문에서는 데스크가 매수를 지정해주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원고지 10매 이상으로 써서 넘기면 데스크는 줄이라고 얘기한다. 그동안 수년 동안 기사량 제약 없이 써왔기 때문에 줄이는 게 무척 어렵다. 혹자는 그냥 뒤에 중요하지 않은 부분을 지우면 되지 않겠느냐고 생각하겠지만 왠지 이 부분을 없애면 기사 완성도가 떨어질 것 같거나 또는 기자가 전하고자 하는 뜻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할 것 같이 느낀다. 이 때문에 기사량을 맞추는데도 한참의 시간이 소요되기도 한다.


다양한 기사 소화 가능한 온라인매체


온라인 매체는 연성 기사도 처리가 가능하다는 측면에서 이점이 있다. 연성 기사란 지면에 싣기에는 다소 팩트가 약하거나 아니면 가십성 기사를 말한다. 신문기자는 지면 기사를 위주로 취재하기 때문에 데스크는 대개 연성기사 취재를 권하지는 않는다. 반면 온라인매체는 이런 제한이 상대적으로 적다. 기본적으로 젊은 층이 많이 보는 온라인을 타깃으로 하기 때문에 조회수에 비중을 많이 두고 있고 연성기사라도 많이 읽힌다면 말리지 않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업무강도에서 신문 기자는 정해진 마감시간 이내만 일을 하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큰 반면 일하는 시간에서는 다소 줄어든다. 반면 온라인 매체는 마감 압박은 적지만 하루 종일 일을 하는 경우가 발생하는 등 오히려 본인 조절이 안되면 시간적으로 강도가 심할 수 있다.


기사량 조절 측면에서는 온라인 매체가 유동적인 만큼 부담은 적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또한 무조건 장점만은 아니다. 대개 모든 기자들은 본인이 취재한 내용을 다 담으려 하면서 기사량이 크게 늘어난다. 취재기자 입장에서는 모두가 중요하다고 볼 수 있지만 독자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다. 마치 기술자는 본인이 개발한 기술 모두를 대단하다고 평가하듯이 기자는 자신이 취재한 게 대단하다고 평가하고 기사를 쓰는 착각에 빠질 수 있다. 


기사량이 제한돼 있으면 최대한 정제해 기사를 만들려 하고 이 과정에서 뺄 것은 뺀다는 장점도 지닌다.

연성기사 역시 마찬가지다. 온라인 매체 기자의 기사 범위가 넓다는 장점이 있지만 어느 기사가 더 영향력이 크고, 파장이 큰지 분간을 못할 소지가 있다. 즉 신문은 제한된 지면 때문에 팩트가 확실한 기사를 요하고 이는 기자들에게 그런 기사를 찾도록 만든다. 이것이 자연스럽게 기자들에게 그쪽으로 취재를 많이 하는 트레이닝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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