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언론사 가운데 광고에 자유로운 곳이 몇 곳이나 있을까.
이번 챕터에서는 20년 가까이 기자생활을 하면서 좀체 얘기하기가 힘든 기자의 치부를 거론하겠다. 매체마다, 기자마다 상황은 다소 다르다. 여기에 나오는 내용은 필자가 종이신문과 온라인매체에서 경험했던 것을 전제로 한다. 일반화 시킬 수는 없지만 필자가 알기로는 적지 않은 매체에서 관행으로 자리 잡은 내용이다.
모든 매체가 이런 상황은 아니니 이 글을 읽는 예비 기자 가운데 만약 이런 조직을 용납하기 힘들다고 판단한다면 미리 취업하고자 하는 매체 상황에 대해 알아 볼 필요가 있다. 다시 한번 말하자면 필자가 몸 담았던 매체 그리고 주변에서 보고나 들은 매체에 대한 내용이다. 일반화하지는 않길 바란다.
정말 딜레마다. ‘기자가 광고영업을 해?’
과거에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심지어 필자는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광고국 직원이 'A기업에서 낸 보도자료를 잘 부탁한다'는 전화를 나에게 했을 때 심하게 화를 낸 적이 있었다. ‘제가 광고 때문에 기사 쓰는냐?’고 화를 냈다.
하지만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2000년대 중반 이후 언론사 광고 시장은 급속히 축소됐다. 정확히는 언론 광고 효과는 줄어드는 반면 다른 광고시장은 팽창했다. 대부분 효과가 신문보다 컸다. 온라인 그리고 거리 광고 규제가 풀리면서 더 이상 신문에 광고를 할 필요가 없어졌다. 게다가 온라인은 낮은 광고 단가에 더 높은 효과를 자랑했다. 수치도 구체화됐다. 신문은 매체에서 10만 부를 찍는다고 10만 명이 본다고 전제할 수 없다. 모 대기업 외국계 임원이 ‘100만 부 신문과 100만 명 구독자 유튜버 가운데 누구에게 하는 게 더 효과적이냐?’고 홍보팀에게 따진 게 좋은 사례다.
시대는 변했다. 매체도 기업이다. 안타깝게도 수익성이 악화되면 안정적인 매체 운영이 힘들다. 경영상황이 악화되면 기자 수를 줄여야 된다. 기자 수 감소는 매체력 약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 언론사는 궁여지책으로 대책을 찾아야 한다.
그게 신사업일 수도 있지만 대부분 광고 감소 차단이다. 광고가 줄어드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신문 매체에 집행한 광고의 효과는 크지 않다. 결국 광고국은 광고 감소를 막기 위해 펜을 들고 있는 기자, 정확히는 편집국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2000년대 중반부터 언론사에서는 치열하게 논쟁했다. 과연 팀장, 부장, 데스크 등 편집국 중간 간부가 광고영업을 해야 하느냐이다. 결론은 ‘해야 한다’로 나왔다. 광고 없이는 수익성 악화를 막을 수 없고 그렇게 되면 기자 축소 및 매체력 약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사실 편집국 간부 누구나 기자가 광고를 하는 것에는 반대할 것이다. 펜이 중심을 잡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열악해지는 경영 상황이 이를 허락하지 않는 것이고 결국 간부를 중심으로 움직였다. 지금은 대부분의 매체에서 공감대가 형성됐다. 내부적으로는 ‘기사를 써주는데 광고를 안 하는 게 맞느냐?’는 것이다.
이런 공감대는 주요 매체에서 기자 능력 평가로도 활용하는 것으로 안다. 대부분 차장, 부장 등 승진 과정에서 드러난다. 광고를 유치하는 것뿐만 아니라 협찬 기사 유치 등 방식은 다양하다. 작년보다 실적이 빠지냐 아니냐로 간부급 기자를 평가하는 것이다.
필자가 알기로는 대부분 매체에서 주니어(5년차 이하) 기자는 광고 영업 대상이 아니다. 물론 팀장이나 데스크가 광고 목적으로 기사를 쓰거나 취재하라는 지시를 하는 경우는 발생한다. 이는 영업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광고 또는 협찬을 하는 업체 가운데 실체가 변변치 않은 허무맹랑한 곳도 있기 때문이다. 경쟁사와 비교해 규모나 기술력 등이 떨어짐에도 일부는 ‘절대 그렇지 않다’고 주장한다. 이런 곳을 어떻게 기사로 처리해야 할지 기자는 딜레마에 빠진다. 광고를 유치한 데스크 입장에서는 ‘적당히 써줘라’고 말한다. 기자 입장에서는 기자직에 대한 회의감이 들 수 있다.
그럼 과연 언제부터 영업을 해야 할까. 상당수 매체가 그렇지만 영업을 챙기는 기자는 대개 승진이 빠르다. 정확히는 팀장 또는 데스크 인사에서 누락되지 않는다. 심지어 필자는 타 매체 기자 가운데 취재력은 약하지만 영업력이 뛰어나다는 이유로 데스크를 빨리 단 케이스를 본 적이 있다. 정말 안타까웠다. 심지어 그 기자는 데스크로 꽤나 오랫동안 승승장구했다. 경영진이 능력을 높이 쳐준 것이다. 그다음에는 안 봐도 뻔한 상황이 연출됐을 것이다. 후배들도 영업을 잘해야 데스크를 달 수 있다는 분위기가 형성된다. 그리고 만약 광고 유치 자질이 있다면 그쪽으로 개발하고 그렇지 않은 기자들은 전직에 나섰을 것이다.
시대가 변했다. 필자가 기자의 광고 영업을 지지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광고국 전화에 화부터 냈던 게 필자다. 하지만 언론사도 어쩔 수 없이 기업이다. 수익이 발생하지 않으면 투자를 못한다. 언론사에서 투자는 인건비, 즉 편집국 인력이다. 매체 경쟁력은 기자 수에서 나온다. 기자 수를 꾸준히 유지하려면 안타깝게도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해야 한다.
물론 경영진에서 매체 이외의 분야에서 수익성을 확보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다. 하지만 언론사가 다른 분야에서 수익성을 높이는 것이 만만치는 않다. 모양새도 좋지 않고 무엇보다 주객이 전도될 수 있다. 예컨대 언론사가 부동산 임대업에 뛰어들어 안정적 실적을 거둔다고 했을 때 보기가 좋을 것인가.
결국 기자 입장에서는 잘 판단해야 한다. 제일 좋은 방법은 본인 취재를 열심히 하면서 협찬 기사는 힘을 빼지 않으면서 적당히 처리하는 것이다. 그리고 영업에 대해서는 본인의 능력을 보고 판단해야 한다. 사실 성공한 기업가를 보면 영업능력이 없는 사람은 거의 없다. 고고하게 기술만 개발해서는 오래갈 수 없다. 결국 기업이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영업이 핵심이기 때문이다. 기자가 영업을 해야 한다는 것은 안타까운 현실이다. 이것이 많은 기자들에게 어렵게 발을 들여놓은 기자직을 때려치우는 이유가 됐다. 하지만 능력 있는 기자면서도 영업을 챙길 수 있다는 것도 명심하길 바란다.
참고로 일부 매체에서는 취재력은 매우 뛰어나지만 영업에는 소질이 없는 경우 ‘전문기자’ ‘선임기자’ 형태로 계속 취재만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