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대를 어디까지 받아야 할까.
솔직히 기자가 되면 원하는 음식은 뭐든지 먹을 수 있다. 물론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으로 인해 한 끼 식사 예산은 1인당 3만원 이하로 제한이 됐지만 사실 이 제한을 피하는 방법은 많다.
홍보 담당자는 기자 접대를 이유로 법인카드를 대체로 자유롭게 사용한다. 이러다 보니 기자나 홍보팀이나 평소 원하던 음식을 즐길 수 있다. 실제로 홍보를 하다가 다른 부서에 배치받은 사람들 가운데 상당수는 ‘더 이상 맛집을 갈 수 없게 됐다’ 또는 ‘술자리가 줄었다’와 같은 말을 한다. 그만큼 홍보팀 접대비 예산은 충분하다.
대부분 홍보팀에서 접대를 할 때, ‘무엇을 먹고자 하는지?’ 묻는다. 그때 원하는 식당을 얘기하면 ‘비싸다’는 이유로 고사하는 기업은 거의 없었다. 물론 필자가 무리해서 요구하지를 않아서겠지만 분위기상 무리하게 요구한들 고사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실제로 홍보팀에서 추천하는 식당 대부분은 상당히 고급 식당이다. 자연스럽게 그중에서 하나 고르게 되면서 고급식당을 가게 된다.
10여 년 기자 생활을 하면서 접대를 안 받는 기자를 딱 1명 봤다. 한 명은 정부 부처에 출입했던 타 매체 A기자였다. 정부부처는 브리핑 후 간부와 함께 식당에서 오찬을 하는데 A기자는 대변인실에 얘기해서 본인 것만 식대를 따로 냈다. 별도의 기자 대상 브리핑이 없을 때도 대변인실에서 오찬을 챙겨주는데 A 기자는 이 자리에 참석하지 않고 따로 식사했다.
접대를 받는 것은 기자와 홍보담당 모두 목적이 있다. 기자 입장에서는 취재원과 최대한 가까워지기 위해서다. 그래야 편하게 내부 정보를 얘기할 수 있다. 급할 때 취재협조를 위해서도 어느 정도 서로에 대한 믿음이 필요하다. 반대로 홍보담당자는 '부탁' 목적이다. 보도자료를 배포했는데 이 자료를 처리하는 매체가 적다면 그 책임은 당연히 홍보팀에 있다. 제대로 매체를 관리하지 않아서다. 또, 기자가 회사의 문제점을 취재한다면 홍보팀은 최대한 ‘톤 다운(수위가 약하게)’을 부탁하고 기사가 나온 후에는 필요시 기사 수정을 요청해야 하기 때문에 기자와 친분이 필요하다.
사실 기자 가운데는 기사 수정 요청에 응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전화를 아예 받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하지만 친분이 두터우면 이런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협조가 잘 될 수밖에 없다.
필자 입장에서는 기자와 홍보담당자는 공생관계라고 본다. 만약 서로 거리가 멀면 서로 불편하다. 기자 입장에서 취재를 위해서는 협조를 요청해야 하는데 그런 게 힘들어진다. 취재를 하다 보면 경쟁사 동향, 또는 전문가 멘트 등이 필요한데 홍보 담당자와 가깝지 않으면 이게 쉽지 않다. 좋은 방법은 아니지만 경쟁사 동향을 다른 경쟁사에 취재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예를 들어 A사의 공장에서 사고가 난 경우 A사측에서는 ‘확인이 안 된다’ ‘조사 중이다’며 일단 발뺌을 한다. 이 경우 A사와 동종업계에 있는 경쟁 관계 B사에 연락하면 확인되는 경우가 있다.
접대를 받는 것은 기자가 소신만 지킬 수 있다면 문제가 없다고 본다. 홍보팀은 접대를 하라고 예산이 책정되고 기자 입장에서는 그 회사를 알기 위한 자리이기 때문이다. 다만 그 자리가 사회 통념을 넘어서는 과한 수준으로 가면 안 된다. 그렇게 되면 홍보팀의 요구를 들어줘야 하고 결국은 기자로서 포지셔닝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