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Knitter's high"
"흥미로운 것은 읽기와 쓰기의 전도이다. 전통적으로 리터러시 교육에서 쓰기는 읽기에 비해 뒤늦게 발달하는 것으로 이해되어 왔다. 하지만 생성 인공지능의 등장으로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쓰기의 난이도가 대폭 낮아졌다. 많은 텍스트가 개인의 몸을 경유하지 않고 (하지만 지구의 몸을 갉아 먹으며!) 생성되기 시작했다. "Generation without body"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그러나 텍스트를 읽고 음미하며 비판적으로 해석해내는 일은 몸 밖에서 생성될 수 없다. 현재 기술 수준에서 읽기 행위를 외부로 꺼내놓을 수 (off-loading) 있는 방법은 없다.
그도 그럴 것이 문자는 그 탄생부터 외재적인 테크놀로지였지만, 이해는 철저히 뇌와 몸의 운동이기 때문이다. 깊이, 고요히, 행간을 채우고 써 내려 가며 읽는 행위는 점점 귀해질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종종 천대받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게 뭐 그리 중요하겠는가. 뜨개질에 몰입한 이의 '뜨개질 하이(Knitter's high)'는 최첨단 AI로 무장한 방직공장의 위용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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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당탕 공장의 기계들이 텍스트를 뱉어내고 그걸 규격에 맞게 다듬겠다고 모두가 혼비백산 분주할 때, 구석에서 책에 얼굴을 파묻고 다른 세계를 유영하는 몸에 주목하는 이들이 쉬이 사라지지 않기를."
#캣츠랩 #콜로키움 #원고작성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