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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린갓 Nov 09. 2017

크리에이티브가 빛난 자유학기제 광고

어린 광고 리뷰 07. 자유학기제

저는 최대한 최근에 나온 광고를 소재로 리뷰를 작성하려고 합니다. tvcf라는 포털에 올라오는 광고를 살펴보고 쓸 이야깃거리가 있겠다 싶은 광고를 리뷰하곤 하는데요. 이번 자유학기제 마지막 편 광고는 칭찬할만한 요소도 있고 애매한 요소도 있어 이번 광고 리뷰의 소재로 선택했습니다. 그런데 분명 tvcf에는 11월 6일에 공중파 방송을 타기 시작했다고 나왔는데 정작 유튜브에서는 한 달도 더 된 광고였더군요! 이럴 수가... 조회수도 12만 뷰 정도가 되네요! 이렇게 전파 타기가 어려운 건가요?


'따끈따끈한 광고를 바로바로 리뷰해야지'라는 혼자만의 다짐은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습니다. 어차피 조회수 100 넘기기도 힘든데, 어차피 혼자 이번 광고에 대해 어떻게 쓸까 고민하고 또 혼자 떠들고 놀고 그러는 것 아니겠어요? 하하. 


교육부에서는 중학교 자유학기제 바이럴 영상 & 광고 총 5편을 제작하였습니다. 1편부터 4편까지는 광고라기보다는 유쾌한 분위기의 연출을 통해 자유학기제를 알리는 바이럴 영상이고, 마지막인 5편만이 공익적인 분위기를 띄는 40초 분량의 광고로 제작되었습니다. 이번에는 교육부의 중학교 자유학기제 마지막 편 광고를 리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아, 그리고 이 글은 광고에 대한 리뷰 글이지, 시행하고 있는 정책에 대한 평가를 한 글은 절대 아니라는 점, 알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DORNUm1vhwE





ㆍ 이제 정부기관도 광고 꽤 잘 만든다

지금까지 정부 관련기관은 광고를 어떻게 만들었을까요. 만약 출산 장려 광고를 만들었다고 칩시다. 그러면 아기를 보며 행복해하는 부부의 모습을 보여주고 아이는 우리의 미래입니다, 이런 단순한 카피를 내세우지 않았을까요? 찾아보니 역시 그렇더군요. 만약 자유학기제 광고를 만들어야 한다면 어땠을까요? 그냥 수업 중에 교과 수업은 안 하고 실험하고 북 치고 장구치고 하하호호 웃고 행복한 모습을 보여주고, 마지막에는 친구들끼리 껴안으면서 또 하하호호 웃으면서 우리 자유학기제는 최고예요! (엄지 척) 하지 않았을까요? 또 찾아보니 그렇더군요!


하지만 요새는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공익적인 내용을 전달하고 기존의 광고 분위기를 크게 벗어나지 않고도 크리에이티브 요소가 존재하고, 또는 단순한 메시지가 아닌, 국민들에게 더 와 닿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시작했습니다. 최근에 나온 출산 장려 광고는 지금까지 획일화된 메시지(출산은 나라의 기쁨이다 뭐 이런 식)만 주야장천 내세우다가 이번에 메시지 노선을 완전히 틀어버린 것에 굉장히 놀랐고, 국민연금공단도 지금까지 쌓인 내 국민연금은 얼마일지 자연스럽게 궁금해지게 해 직접 찾아보게 하는 광고를 제작했고요. 이번 자유학기제 마지막 편 광고도 꽤 오랜 생각을 거쳐 만들어졌다는 느낌을 받아 꽤 만족했습니다. 장족의 발전이에요.

놀라울 정도로 발전하고 있는 정부기관의 광고들(자유학기기제, 국민연금, 출산 장려 순, 이미지 출처 : tvcf, 교육부 유튜브)




ㆍ 도미노, 적절한 비유와 상징

지금까지는 자유학기제를 통해 자신의 꿈을 찾아가는 중학생들의 모습을 그린 광고가 대부분이었는데요. 마지막 편 광고는 내레이션에서도 이야기하듯이 획일화된 수업과 암기 위주의 공부 방식을 비판하고, 잘못된 교육의 굴레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자유학기제가 필요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내세웠습니다. 이번에는 자유학기제를 통한 개인의 꿈을 좇는 과정보다 기존 교육의 부정적인 면을 강조했습니다.


이번 광고에는 도미노가 계속 무너지는 장면이 주를 이룹니다. 도미노는 정해진 경로(획일화된 수업)로만 움직입니다. 그리고 한 번 무너지기 시작하면 끝까지 무너지기 시작하죠(잘못된 교육이 계속되면 미래 또한 무너진다). 전하고자 하는 현재 교육의 문제점과 도미노의 특징이 완벽하게 맞물립니다. 또 각 도미노 블록에는 모두가 똑같은 길을 걷는 모습을 상징하는 그림을 넣었습니다. 그 그림은 어느 한 중학생이 책상에 앉아있는 모습으로 시작해 결국 똑같은 모습으로 취업 면접을 보는 그림으로까지 이어집니다. 어렸을 때부터 모두가 천편일률적인 교육을 받았으니, 그 미래 또한 같을 것이라는 의미가 확 와 닿습니다. 잘못된 교육에 휩쓸려 계속 무너지는 도미노의 굴레를 끊는 모습도 인상적입니다. 인생에 걸림돌이 되었던 획일적 수업, 학생의 부담, 지나친 욕심의 도미노 조각을 자유학기제를 통해 제거함으로써 더 이상 도미노는 무너지지 않습니다.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도미노 안에 모두, 그리고 자연스럽게 담았다(이미지 출처 : 교육부 유튜브)



저는 이 광고를 처음 봤을 때 꽤 놀랐는데요, 이렇게까지 기존의 교육의 특징과 딱 들어맞는 것을 찾아내어 활용했다는 것에 그저 감탄할 따름이었습니다. 어렵게 의미 부여를 하지 않아도 될, 굉장히 좋은 소스를 잘 요리한 크리에이티브를 만들어내었습니다.


광고에서 사용된 크리에이티브는 그 의미가 뇌를 거치지 않고도 바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합니다. 사람들은 광고를 볼 때 집중하며 보지 않기 때문이죠. 저는 도미노 블록마다 그려져 있는 그림, 무너지는 도미노, 내레이션의 꽤 괜찮은 3중주 덕분에 광고를 한 번 봤음에도 그 뜻을 한 방에 알 수 있었는데요. 그만큼 훌륭한 크리에이티브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도미노라는 소재, 현재의 교육 시스템의 부정적이 면과 딱 맞아떨어진다(이미지 출처 : 교육부 유튜브) 




ㆍ 어쩌다 보니 교육부의 셀프 디스

아쉬운 점도 물론 있었는데요. 도미노는 누구나 알 수 있는 확실한 의미를 지니고, 또 강력한 시각적 효과를 발휘한 훌륭한 크리에이티브입니다. 그런데, 정작 그 훌륭한 도미노가 상징하는 것은 교육부에서 이야기해야 할 자유학기제가 아닌, '획일화된 수업'입니다. 물론 그 굴레를 자유학기제가 끊어주는 장면이 나오기 때문에 도미노가 상징하는 것 자체는 그리 크게 아쉬운 점은 아닙니다만, 더 아쉬운 건 자유학기제가 좋은 정책이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기존의 교육 방식을 너무 까내렸다는 점입니다. 그 점은 내레이션에서 찾아볼 수 있었는데요. 한 번 살펴볼까요?


"똑같은 교육을 받고 똑같은 지식을 쌓아서 세상이라는 무대에 선 아이들은 작은 굴곡에도 쉽게 쓰러졌습니다. 교육이 이대로 계속된다면 아이들의 미래 또한 무너지게 되겠죠."

 지금까지 시행해왔던 교육 정책 전체는 교육부가 추진하고 유지해왔던 것일 텐데, 너무나도 좋은 소스인 도미노에 집중하다 보니 정작 지금까지 해왔던 일을 모두 부정하는 표현이 나와버렸습니다. 교육부가 광고주인 이 광고에 저런 내레이션이 나왔다는 건, 현재의 교육이란 좋지 않은 교육이라는 것을, 작은 굴곡에도 쉽게 쓰러지는 교육이라는 것을, 더 나아가 아이들의 미래를 무너트리는 교육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는 뜻이 되기 때문입니다. 또, 자유학기제는 중학교 6학기 중 한 학기만 시행합니다. 그럼 나머지 다섯 학기는 뭘 하냐는 질문이 들어오면 당연히 다시 아이들의 미래를 무너트리는 교육을 받을 것이라는 대답이 돌아오지 않겠습니까?


저는 자유학기제를 경험해보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미래에 대해 어두운 전망만을 내놓지 않습니다. 세계 제일의 IT 기술력과 의료기술을 갖고 있고, 패션과 문화를 선도하고, 허를 찌르는 창의적인 전략으로 국제 게임대회마저 휩쓰는 우리나라를 보면 말이죠. 글쓰기를 배우지 않은 저도 이렇게 저도 글을 쓰고 있고요. 물론 지금의 교육이 그리 좋다고는 말을 못 하겠습니다만, 그렇다고 너무 미래를 파멸시키고 절망시키는, 뭐 그런 표현 또한 못하겠습니다. 그래서 결론은! 광고에서 기존의 교육을 디스하는 건 좋으나 너무 디스하지는 말아야 한다는 겁니다!

그래도 지금의 교육이 모든 미래를 망쳐놓는다는 표현은 조금 심하다(이미지 출처 : 교육부 유튜브)



ㆍ 자유학기제를 시작으로 더욱 노력하겠다는 메시지를 넣었으면

물론 교육 정책이라는 것이 한순간에 바뀌어서는 절대 안 됩니다. 큰 혼란이 올 수 있기 때문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오랜 시간에 걸쳐 새로운 정책인 자유학기제를 시행해보고, 그 효과를 살펴보고 검증해 효과가 있다면 더 확대해 교육 시스템을 천천히 바꾸어가야 합니다.


자유학기제는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교육 방식의 시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시초'라는 단어를 사용, 도미노라는 크리에이티브와 연관 지어 자유학기제를 긍정적으로 홍보하기 위해서는 이 제도를 통해 점점 더 나은 교육으로 나아가겠다는 교육부의 의지와 다짐의 목소리를 내었어야 합니다. 자유학기제 자체 또한 아직 확대 단계여서 기대한 만큼 학생들의 지지를 얻었는지, 성과를 거뒀는지 모르고, 무엇보다 한 학기만 시행하기 때문에 그 영향력이 절대적인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자유학기제가 현재 교육에서 발생하는 모든 문제의 해결책이라는 뉘앙스를 풍기는 표현 역시 자제할 필요가 있습니다.






ㆍ 괜찮은 광고!

제가 비판한 부분은 어찌 보면 조금 삐뚤어진 시선에서 바라봐야 나올 수 있는 의견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정말 안 좋은 교육이라는 것을 교육부가 인정했다는 건 앞으로 제도를 열심히 개선하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으니까요. 


이 광고의 좋았던 점은 획일화된 교육을 도미노와 굉장히 잘 엮었다는 것이고, 아쉬웠던 점은 광고 제작자분들 입장에서도 도미노가 정말 마음에 들었는지 그걸 너무 강조했다는 것입니다. 그 때문에 자기비하(?)라는 숨은 메시지가 보이기도 했고요. 무언가 양날의 검이 되어버렸네요. 그래도 이번 광고는 지금까지 동일하고 천편일률적이었던 광고보다야 훨씬 낫고, 마음에 듭니다. 이래야 광고 리뷰할 맛이 나죠. 앞으로도 이렇게 크리에이티브가 빛나는 광고를 만들어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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