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어린갓 Nov 20. 2017

DB그룹이 B급도 아닌 C급 광고로 노린 것은?

어린 광고 리뷰 08. DB그룹

광고는 흔히 예술과 과학이 결혼해서 낳은 자식(?)이라고들 하죠. 사람들을 홀릴 좋은 메시지를 도출해내어야 하고, 그 메시지가 나왔다면 그것을 예쁘게 꾸며 세상에 내놓습니다. 일단 예뻐야 보게 될 것이고, 논리적이어야 납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광고 속에서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정말 수많은 광고를 접합니다. 쏟아지는 광고 속에서도 사람들의 눈에 띄기 위해 그들은 더욱 치열한 경쟁을 펼칩니다. 이 때문인지, 광고 안에서의 메시지와 크리에이티브, 디자인이 빠르게 발전되어가고 있습니다.


광고와 마찬가지로, 최근 들어 우리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해주는 수준 높은 영화도 점점 많아지고 있죠. 하지만 재작년, 어느 이상한 영화가 주목을 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바로 <무서운 집>(2014, 개봉은 2015)입니다. 저는 보지는 않았습니다만, 예고편만 봐도 정말 희대의 작품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수준 높은 대사 전달력이 단연 압권이죠! 정말 무서웠습니다(연기력이).


이처럼 상향평준화가 되어가는 영화시장에서 B급을 넘어선 C급 영화가 가끔 주목을 받는 것처럼, 지금 C급(?)같이 정말 단순한 메시지를 내세워 제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는 광고가 있는데요, 바로 동부그룹의 새 이름이라 주야장천 외치는 DB그룹입니다. 지금부터 앞으로 등장하는 DB 로고 이미지 폭격에 주의하세요!


 https://www.youtube.com/watch?v=yuQqeVT-O4Q






ㆍ 아니 이게 뭐야

일단 메시지나 크리에이티브 요소를 살펴보면, 메시지는 'DB!'로 감탄사 포함해서 3글자로 압축할 수 있고요, 크리에이티브 요소로 더욱 큰 DB가 되었다, 또는 되겠다는 의미를 큰 현수막으로 표현한 것 같습니다. 여기에 올리지는 않았습니다만 DB손해보험 광고도 볼까요? 계속 동부의 새 이름인 DB만을 외치고, 로고가 계속해서 나옵니다. 다른 광고는 급하게 개사한 것 같은 노래를 부르며, 동부의 새 이름 DB로고를 향해 (도대체 왜) 환호합니다. 이 역시 로고가 시도 때도 없이 나옵니다. 음.. 이것이 과연 21세기 2017년에 나온 광고인지 헷갈릴 정도로, 촌스럽습니다!


로고가 크고 아름다워(이미지 출처 : DB웹진 유튜브)


'Dream Big!'도 어디선가 많이 봤습니다. dream은 지금까지 카피에 정말 많이 사용돼 요새는 사용하기에는 많이 부담스러운 단어입니다. dream, 꿈이라는 의미와 드림(드린다)은 중의적인 표현 때문에 널리 애용되어 왔던 건 말할 것도 없고 거기에 더 나아가 드림으로부터 파생된 두드림, 다드림, ~해 드림 등등... 어우 이젠 지겹습니다.


이제 남은 요소는 '동부그룹의 새 이름, DB'와 로고 디자인밖에 없군요. '동부그룹의 새 이름', 괜찮습니다. 대체할 카피도 없고 괜히 멋있게 하려고 카피를 바꿨다간 소비자들이 못 알아먹을 수 있으니까요. 차라리 저렇게 쉬운 단어를 쓰는 게 좋습니다. 카피는 무난합니다. 동부그룹의 이미지를 DB로 옮겨오겠다는 의도도 있고요. 하지만.. 로고가 문제군요. 로고가 알파벳 D와 B를 형상화한 그림이라는 건 잘 알겠습니다만, 딱히 잘 만들었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로고의 이미지가 그룹의 이미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인데, 너무 성급히 만들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촌스럽습니다(...). 너무 로고의 상징과 의미부여에 공을 들이지 않았나 생각이 드네요.

가운데에 DB로고를 한 번 넣어보도록 하자




ㆍ 목표는 확실한 광고

저번에 빼빼로에서 짧게 이야기했듯, 광고 자체가 멋있기 위해 광고를 만드는 것은 물론 아닙니다. 광고는 큰돈이 오가는 비즈니스의 영역이죠. 모든 광고는 저마다의 목적이 있고, 그 목적에 맞는 비주얼과 크리에이티브를 만들어냅니다. 그래서 메시지가 어떻든 크리에이티브가 어떻든 영상미가 어떻든 다 때려치우고, 광고효과가 좋다면야 그 광고가 똥을 싸든 구토를 하든 성공한 광고라 할 수 있습니다. 이번에는 광고를 어떻게 잘 만들었나 이야기하지 말고(얘기할 것도 없지만), 왜 이런 광고를 만들어냈는지 한 번 생각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일단 여러분은 동일 제품군(예를 들어 콜라라 해봅시다)이 있을 때, 익숙한 제품(예를 들어 코카콜라)을 고르시겠습니까, 아니면 처음 보는 제품(예를 들어 막 어린갓콜라라 하자)을 고르시겠습니까? 무조건 코카콜라죠. 누가 공짜로 주지 않는 이상 듣도 보도 못한 어린갓 콜라를 사 먹겠습니까? 저도 안 사 먹을 겁니다. 당연하지만 소비자들은 익숙한 제품에 더 높은 호감을 보입니다. 이것은 제품을 넘어 브랜드, 회사, 심지어는 국가의 이미지까지 영향을 미칩니다. 브랜드가 익숙하다면 일단 반은 깔고 들어가는 것과 다름이 없죠. 대기업이 새로운 브랜드를 론칭했을 때 잘 실패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익숙함'의 관점에서 볼까요? 동부그룹은 꽤 오래 살아온 그룹이기에 이름이 어느 정도는 익숙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DB는 그렇지 않습니다. 올해 11월 1일에 새로 출범한 그룹이니까요. 따끈따끈합니다. 태어난 지 한 달도 안 됐습니다. 사람들은 DB를 당연히 알 리가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DB그룹은 좋은 이미지고 자시고 일단 '이름을 익숙하게 하자'는 전략을 세웠습니다. 일단 보험에 가입하고자 할 때 DB가 떠오르기라도 해야 DB의 보험을 고려해 보지 않겠습니까? 신생 그룹(원래 있던 그룹에서 개명한 거지만)으로서는 적절한 전략을 세웠습니다. 광고에 로고만 계속 노출시키는 것도, 모델인 지진희와 설현이 계속 DB, DB거리는 것도, 동부그룹의 새 이름이라는 헤드카피도 앞으로의 익숙함을 위해 내세운 광고 요소라 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인쇄광고에도 로고와 DB 폭격!




ㆍ 엄청난 광고비가 예상된다

일단 DB를 기억하게 하자는 목표를 세운 것 까지는 좋습니다. 그래서 DB와 로고만 가아아아득한 광고를 만들어냈고요. 그리고 광고를 론칭합니다. 하지만, 여러분의 TV 시청 경험으로도 확실히 아실 수 있듯이, 쏟아지는 수많은 광고 속에서 DB그룹 광고 하나를 봤다고 해도, 사람들의 기억에는 DB가 전혀 남지 않을 것입니다. 무한도전 기다리면서 광고를 시청해봅시다. 수많은 광고를 보고 무한도전 방송이 시작됩니다. 이때 기억나는 광고를 말해보라면 생각나는 게 있을까요? 기억을 하더라도 대부분 마지막 광고만 대충 떠올릴 뿐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간단합니다. 광고를 정말 많이 해야 합니다.


광고를 많이 해야 한다는 것은, 그만큼 비용의 부담이 따라온다는 의미가 되겠죠. 프라임타임에 방영하는 SA급의(가장 높은 등급) 지상파 TV 프로그램에 광고를 한 번, 그것도 15초 전파에 타게 하려면 대략 천삼백만 원 정도가 듭니다. 광고 한 번이 천삼백만 원입니다. 물론 낮은 등급 시간대의 프로그램은 이보다 더 저렴하지만, 그래도 최소 한 번 광고하는데 수백만 원 단위는 써야 합니다. 비싸죠?


찾아보니 TV, 라디오, 신문, 케이블 TV, IPTV 등 정말 다양한 매체에서 광고를 접할 수 있었습니다.(옥외, 인터넷은 아직 찾지 못함) 거기에 이 광고들을 여러 번, 수십 번 돌린다고 생각하면, 저 단순한 광고를 사람들에게 노출시키기 위해 대략 한 두 달 동안 수십 억은 썼을 것이라는 대략적인 추측이 가능합니다. 후덜덜합니다. 광고정보센터에서 매달 4대 매체 광고비 TOP 100 기업들을 공개하는데, 얼마나 썼을지 궁금해지네요.


KBS2 광고단가표. 15초 광고 한 번하는 데 드는 가격이다. 저 숫자는 천 원 단위이니, 광고비를 잘 계산해보자. 



ㆍ 그렇다면 이게 과연 DB를 기억하게 할 만한 광고일까?

일단 광고를 보면 광고의 질보다는 양으로 승부하겠다는 느낌이 굉장히 강하게 다가옵니다. 광고 제작비까지 광고방송비로 몰빵한 느낌입니다. 뭐 광고비가 충당된다면야, 양으로 승부하는 것이 인지도를 높이는 데는 더할 나위 없이 좋습니다. 그렇다고 양으로만 승부하는 것도 그리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한 번 봐도 그 내용이 강렬해 기억에 남는 광고가 있는가 하면 여러 번 보아도 그게 뭐였는지 전혀 생각나지 않는 광고도 있기 때문에, 한 번 할 거 여러 번 광고를 돌려야 그나마 같은 효과가 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과연 DB 광고는 인지도를 높이는데 제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제 의견은 '어느 정도는 인지도가 높아질 것이다'입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15초 동안 쭉~ DB로고만 비치고, 로고가 화면을 차지하는 비율도 굉장히 크기 때문입니다. 광고의 질 낮음이 대빵 큰 로고로 덮이는 느낌이랄까요? 로고가 굉장히 커서 시선을 사로잡는 면도 존재합니다. 회사 이름도 알파벳 두 글자로 그렇게 어렵지 않아 외우기도 좋고요. 하지만 이렇게 말은 해도 일단 광고를 많이 하는 게 장땡입니다. 광고는 많이 하니까, DB를 아는 사람은 많아질 겁니다. 그냥 아는 사람만 많아진다는 게 함정이지만...

DB.. DB만 보자..






ㆍ 개인적으로는 처음 보는 광고 사례

보통 광고 안에는 사람들에게 알려야 할 브랜드나 제품이 있고, 광고 기획자들은 그 브랜드와 제품을 좋게 표현하고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다양한 크리에이티브 요소(+광고주의 욕심)를 집어넣습니다. 네, 보통은 그렇게 하죠. 하지만 DB그룹 광고는 독자적인 광고 노선을 만들어갔습니다. 그냥 동부그룹의 새 이름이라는 이유만으로 DB를 외칠뿐입니다!! 그렇다고 이게 그렇게 못 만든 광고냐고요? 그것도 아닙니다. DB의 목적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관계없이 일단 자사 그룹을 알리는 것에 주력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단순한 목적이라면 크리에이티브에는 공을 들일 필요, 딱히 없습니다. 그 때문인지 그냥 그까짓 거 대충 만들고 론칭하였고, 개인적으로  오히려 광고의 무성의함 때문에 눈에 들어오더군요. 광고 공부하면서 처음 보는 사례입니다.


뭐 어찌 되었든, 흥미롭습니다. DB로 이름을 바꾼 덕을 볼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 인지도를 높이고 시작하는 것은 좋은 전략이고, 또 당연한 전략입니다. 앞으로 DB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려는 행보를 보일 텐데요, 그때도 이런 광고하면, 안 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