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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린갓 Dec 13. 2017

쏘나타 광고에 복고 같은 걸 끼얹나

어린 광고 리뷰 10. 현대 쏘나타 뉴 라이즈 광고 시리즈

저는 남자인데도 자동차나 운전에 딱히 관심이 없습니다. 중학생, 고등학생 때부터 그런 쪽에 로망이 있었던 친구들은 수능을 보자마자 운전면허를 따러 가더군요. 저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미루고 미루고 미루다 군대 전역 직후인 1년 전에 겨우 운전면허 1종을 땄습니다. 그런데 막상 따고 보니 운전할 필요성이 전혀 느껴지질 않아서 장롱에 고이 모셔두고 있죠. 언젠간 운전 연습해야지, 해야지 하면서도 당장 눈 앞에 있는 기말고사가 더 급합니다. 살려주세요.


광고의 주목적은 소비자의 태도변화라고 학교에서 배웁니다. 하지만 그것도 그 제품에 관심이 있어야 태도변화가 일어납니다. 원래 자동차에 관심이 너무 없던 지라 자동차 광고를 봐도 그냥 흘려버리기 일쑤였죠. 하지만 이건 보고 그냥 지나칠 수 없었습니다. 늘 보았던 것과 다른 그 무언가가 있었습니다. 늘 새로운 게 최고죠. 바로 그건 바로 쏘나타 뉴 라이즈 광고였는데요. 특이한 것은 올해 3월에 똑같은 기능을 설명한 쏘나타 뉴 라이즈 광고 시리즈가 있었는데, 크리에이티브가 바뀌어 광고에 재등장했다는 점입니다. 이번에는 쏘나타 뉴 라이즈 광고를 리뷰해 보겠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7Dgy4k_iY2k

쏘나타 뉴 라이즈 - 주의력 결핍엔


https://www.youtube.com/watch?v=qIDbewktlu0

쏘나타 뉴 라이즈 - 답답한 시야엔


https://www.youtube.com/watch?v=Esb-2xWcIGU

쏘나타 뉴 라이즈 - 아이 기침엔






ㆍ 일반적인 자동차 광고는 어떨까

자동차 광고하면 생각나는 장면들을 한 번 생각해 봅시다! 음... 다른 차들은 보이지 않는 한가한 도로를 멋있게, 빠르게 가로지르는 비주얼 샷이나, 거친 협곡과 사막을 거칠게 누비는 비주얼 샷? 그런 것 밖에 생각이 잘 안 나는군요! 주로 자동차의 디자인과 강력한 역동성을 보여주는 장면들이 대부분이네요. 이러한 장면을 바탕으로 그 후에 이와 어울리는 카피와 영상, 음악, 크리에이티브가 들어갑니다.


비주얼 샷은 느낌을 중요시하는 자동차의 특징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고, 자동차 광고 제작 시의 필수 촬영 요소이기도합니다. 거기에 광고주의 자부심도 들어가죠. 누가 자신의 제품을 안 멋있게 만들고 싶겠습니까. 가뜩이나 자동차는 가격대가 높기 때문에 고객들이 큰 맘먹고 돈을 들이밀어야 하죠. 같은 가격대라면 당연히 멋있는 이미지를 지닌 차량을 고르지 않겠습니까?


현재 자동차는 3월에도 똑같은 제품인 쏘나타 뉴 라이즈 광고를 한 바 있습니다. 스마트센스, 공기청정 기능, 후방 영상 기능도 12월 광고와 똑은데요. 하나 다른 점이 있다면 광고를 전형적인 방식인, 멋있는 방향으로 제작했다는 것입니다. 쏘나타의 디자인과 속도감, 감성을 이야기했습니다. 3월 광고에서 제일 두드러지는 요소들은 영상미와 음악 선곡에 있지만, 광고의 내용은 기존의 자동차 광고와 크게 다른 점은 없었습니다.


3월 론칭했던 같은 쏘나타 뉴 라이즈 광고, 쏘나타도 이렇게 광고가 멋있을 때가 있었다(이미지 출처 : 현대자동차 유튜브)




ㆍ 처음 보는 자동차 유머 광고

하지만 상반기의 멋있는 이미지와는 완전히 상반된 분위기의 광고를 제작했습니다. 이런 자동차 광고는 처음 보는 것 같습니다. 최근에 공개된 쏘나타 뉴 라이즈 광고는 차량의 디자인이나 감성을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3가지 기능이 우리 몸에(?) 유용하다는 걸 이야기하는 방향으로 광고를 제작했습니다. 유쾌하게 말이죠. 특이합니다. 그렇게 한때 B급 또는 유머 광고가 판을 칠 때도 자동차 광고에서는 그 재미를 딱히 찾아볼 수 없었는데, 드디어 나오는군요. 작년 5월쯤 투싼 Fever 광고에서 에이미를 외치는 두 남자를 활용한 짧은 유머 광고를 현대가 만든 적이 있긴 했지만, 이번 쏘나타 뉴 라이즈 광고는 아예 다른 광고 길을 가겠다 선언했다고 보아도 괜찮습니다. 어떤 유머를 활용했는지, 과연 유머가 소비자들에게 먹힐 것인지, 한 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ㆍ 복고에서 나오는 분위기를 활용한 재치

하루가 멀다 하고 혁신적이고 시선을 사로잡을 디자인을 추구해야 할 자동차 시장에서 복고라는 특이한 광고 소재는 왜 사용했을까요? 복고는 옛날엔 멋있게 보였을 수도 있지만, 지금 볼 때는 촌스럽기 그지없습니다. 게다가 '어쩜! 나도 달걀 반찬 참 좋아하우'같은 어색한 대사와 연기, 지나칠 정도로 정확한 대사전달력, 무스로 떡칠한 듯이 정확하게 2대 8로 갈라진 앞머리, 과장된 몸짓과 말투, 투머치한 패션감각, 느끼함 등이 짬뽕돼 현대의 사람들에게는 소소한 웃음의 요소로 활용되고 있죠. 현대 자동차 광고가 복고에서 주로 사용되었던 요소(대표적으로 광고에선 크으으으게 놀라는 것)를 잘 나타내었습니다. 대놓고 웃기는 건 아니지만, 복고라는 아이템에서 나오는 분위기를 적극 활용한 사례라고 볼 수 있겠군요. 유머라기보단 소박한 재치에 가깝습니다. 여담이지만, 자동차 디자인마저 복고로 돌아가지 않은 건 다행이네요.

표현한다 난 굉장한 놀라움을(이미지 출처 : 현대자동차 유튜브)




ㆍ 색감 때문에 눈에 띈다

전체적으로 복고라는 콘셉트와 잘 어울리는 색감인 모노톤, 그 중 조금 밝은 베이지톤을 사용하였습니다. 쏘나타엔 흑백 처리를 하지 않아 더욱 시선이 가도록 했군요. 저는 이런 색감, 괜찮다고 봅니다. 오래된 필름 같은 분위기를 내는 데에도 적합하지만, 수도 없이 쏟아지는 형형색색의 TV광고들 사이에서 오히려 눈에 잘 띄지 않을까요? 광고에서 제일 중요한 역할은 사람들의 기억에 남게 하는 것이죠. 오히려 눈에 띄는 색감과 '오, 자동차 광고를 이렇게?'하는 생각이 맞물려 아무래도 오래 머리 어딘가에 이 광고가 남아있을 듯하군요.

색깔이 즐비한 기존 광고와는 다른 모노톤을 전반적으로 사용해 오히려 시선을 잡을 수 있다.(이미지 출처 : 현대자동차 유튜브)




ㆍ 왜 신체증상을 광고 소스로 사용했을까

이런 의문이 들었어요. 공기청정 기능은 그렇다 치더라도, 스마트센스와 후방 디스플레이는 운전 시에 필요한 기능들인데, 왜 신체 증상과 묶었을까요.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주의력 결핍과 스마트센스를 연관시킨 것, 답답한 시야와 후방 디스플레이를 각각 연관시킨 것이, 어떻게 말은 되지만 무언가 억지로 엮은 느낌이 들기 때문이었는데요. '운전 시의 상황으로 구성했어도 꽤 괜찮았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추측입니다만, 아무래도 한 때 잘 쓰였던 표현인  '두통, 치통, 생리통엔 게보린!'처럼,  '~엔 무엇!'이라는 표현은 주로 제약광고에서 많이 쓰였던 표현이기 때문이었던 것 같군요. 우리 약이 직빵(?)이라는 걸 알려주는 데엔 저만한 표현이 없죠. 꽤 인상적인 표현이기도 하고요.


신체증상을 소스로 사용하는 것이 조금 의아했던 것은, 몸에 이상이 있을 땐 자동차 운전을 멀리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답답한 시야나 기침 같은 것은 운전대를 무조건 멀리해야 한다, 이런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좀 놀랐던 편은 주의력 결핍인데요. 남자가 무언가를 하다가도 눈꺼풀이 깜빡깜빡합니다. 저건 주의력 결핍이 아니라 졸음이고, 저 상태에서 운전을 하면 졸음운전입니다. 잠이 쏟아질 땐 운전을 하면 안 되죠! 애당초 주의력이 너무 없는 사람이 운전대를 잡으면 안 되기도 하고요. 광고에서는 졸음을 주의력 결핍으로 말을 돌리긴 했습니다만, 좀 문제가 될 수 있겠네요. 당신이 졸음운전을 해도 괜찮다는 메시지가 은연중에 전달되니까요.


차가 도로에서 이리저리 흔들리는 상황이라면, 차라리 '초보운전엔 소나타!'가 더 이상적일 수 있겠습니다. 졸음운전은 해서는 안 될 위험천만한 행동이지만 초보운전은 앞으로 운전에 익숙해지기 위한 필수 관문이라 반드시 밟아야 할 코스죠(그렇다고 안 위험하다는 건 아닙니다). 초보운전은 아까 이야기했듯 운전 시 상황이므로 조금 더 광고 소재로 괜찮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광고에서 활용된 신체증상과도 연관 지어 볼까요? 초보운전일 때는 온몸에 힘이 팍 들어가고, 평화로워 보였던 도로가 전쟁터로 보이고, 끝도 없이 긴장하게 될 테니, '과도한 긴장' 편은 어떨까요? 저는 제 생각이 꽤 좋아 보이는군요. 과도한 긴장 편으로 내용을 다시 구성해 보았습니다.

주의력 결핍 편을 새롭게 구상해보았다

<과도한 긴장 편>
남1NA : (목에 버터칠) 어, 너무 무섭군! 운전은 쉬운 게 아니었어!
여NA : (천상 도도) 너무나도 긴장한 당신, 불안하시죠? 걱정 마세요.
 - 쏘나타가 옆 차선에 갑자기 등장. 당연히 놀란다 -
남2NA : 과도한 긴장엔! 소나 타! 타! 타!
여NA : (스마트센스 소개) 제 맘대로 꺾이는 운전대라도, 알아서 사고 예방을 척, 척!
남1NA : (만족) 이야, 제법인걸?
여NA : 운전자를 위한 모든 케어, 쏘나타 뉴 라이즈.

이렇게 하면 기존의 신체증상 소스를 활용하면서 기능까지 소개하고, 더불어 초보운전, 운전 새내기들이 반드시 선택해야 할 자동차라는 새로운 표적 시장을 창출할 수 있지 않을까요? 허허.. 그냥 제 생각입니다.


운전 중엔 졸지 말자(이미지 출처 : 현대자동차 유튜브)





ㆍ 단순히 웃고 지나갈 광고일 수도

사실, 자동차 광고에서 유머를 활용하기는 굉장히 어렵습니다. 광고에서 유머가 맡는 역할은, 오래 기억에 남게 하거나 갑자기 제품을 떠올리게 해 갑자기 '어디 한 번 구입해보자'의 과정을 유도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트로피카나 스파클링이나 비락식혜처럼 말이죠. 하지만 자동차는 광고가 재밌어 기억에 남는다고 덜컥 구입할 그런 가벼운 것이 아닙니다. 연비는 좋은지, 디자인은 마음에 드는지, 소리는 조용한지, 그 차의 평소 이미지는 어떠한지, 어떤 목적으로 이 차를 구입하는 것인지 여러 조건을 따져보고 심사숙고하여 결정합니다. 여러 요소들을 세세히 따지고 선택할 필요가 있는 제품군은 보통 이미지를 진지하고 무겁게 끌고 갑니다. 이런 경우엔 광고의 유머가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소리죠. 제품의 이미지를 붕 뜨게 만드니까요.


이번 광고 시리즈의 총평은 '재치는 있으나 효과는 물음표'라 할 수 있겠습니다. 광고의 측면으로 본다면야 지금까지 시도하지 않았던 유머를 곁들이는, 독특하고 창의적인 자동차 광고라는 의미가 있죠. 하지만 이건 광고로써만 바라본 의견이고, 실제 판매에 좋은 영향을 미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자동차는 자동차만의 이미지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차주를 바라보는 시선까지 영향을 미칩니다. 요즘 들어 집보다 차를 먼저 구매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왜 그럴까요? 실제 형편보다 남들이 보는 시선이 더 중요하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죠. 그만큼 자동차의 이미지는 굉장히 중요한 요소입니다. 이 광고 시리즈가 쏘나타 뉴 라이즈의 이미지를 더 좋게 만들었는지, 아니면 이미지를 깎아먹었는지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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