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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니 Mar 03. 2020

화요일에는 글을 씁니다.


화요일 저녁에는 글을 쓴다. 


누군가가 읽어주길 바라며 브런치에 글을 적기 시작한 것이 재작년 여름이었다. 그때는 백수였던 터라 하루 종일도 썼다. 뭘 해도 조바심이 났던 그 시기에, 글쓰기는 내가 죄책감 없이 즐길 수 있었던 유일한 취미였다. 글을 쓰면 불안함이 가시고 내가 서 있는 곳이 명확해져서 좋았다. 명상하듯 글을 쓰던 시간이었다. 


시간이 흐르고, 일을 시작하면서 글쓰기에 할애하는 시간이 자연스레 줄었다. 일주일에 두 세편의 글을 쓰던 내가, 한 달에 두 편을 쓰기가 어려웠다. 슬슬 혼자 글을 쓰는 것도 지겨워졌다. 혼자 쓰는 것은 그만두고, 누군가와 얘기하며 쓰고 싶었다. 어떻게 하면 잘 쓸 수 있을까 함께 고민할 사람이, 내 글을 읽고 눈 앞에서 반응해 줄 사람이 필요했다. 


나는 글 쓰는 사람들을 찾기 시작했다.




맘에 드는 모임을 찾기는 어려웠다. 모임 장소가 내 생활 반경에 있어야 했고, 규칙이 너무 느슨하거나 타이트하지 않아야 했다. 일방적으로 가르치고 피드백을 주는 형식도 제외했다. 많지 않은 선택지 중, 고심 끝에 '화요일의 글쓰기'라는 모임을 선택했다. 모임 장소가 회사와 가까웠고, 규칙도 적당히 느슨해 마음에 들었다. '모여서 글 쓰는' 데 초점을 맞춘 군더더기 없는 글쓰기 모임이었다.


그렇게 10달 동안 매주 화요일 저녁에 글을 썼다. 평일 저녁 하루를 글 쓰는 날로 정하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글을 쓰는 것은 즐거운 일이었다. 화요일 저녁은 내게 주 초를 견디는 힘이 되었다.



하지만 모두가 나와 같이 느끼지는 않았던 듯 하다. 


모임 참여에 강제성이 없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참여율이 들쭉날쭉해지며 관리가 어려워졌다. 새로운 사람이 들어와도 상황은 비슷했다. 어느 순간 분위기가 쳐지기 시작했다. 출석률은 낮아지고, 회복되지 않았다. 글 쓰는 화요일 저녁에 애정이 많았던 나는 모임을 지속해보려고 노력했지만 버거운 일이었다.


결국 모임장이 바빠지면서 작년 말, 화요일의 글쓰기는 잠정 중단되었다.  




화글이 중단되고, 첫 몇 주간은 혼자 글을 썼다. 다음 몇 주 간은 드문 드문 썼다. 그다음 몇 주는 거의 글을 쓰지 않았다. 10개월 동안 잡아놓은 습관은 빠르게 휘발되었다. '다시 글쓰기 모임을 찾아봐야 하나' 생각했다. 매주 정해진 시간에 글을 쓰고, 같이 쓴 글에 대해 이야기하는 그 시간이 그리웠다. 


그 시기에, 우연히 네이버 쪽지를 받았다. 예전에 내가 올렸던 화요일의 글쓰기 모집 글을 보고 합류하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그 쪽지를 받고 나는 내게 맞는 글쓰기 모임을 찾는 것을 그만두었다. 대신 다시 화요일의 글쓰기를 시작할 사람을 모집하기 시작했다. 


화요일 저녁에 글을 쓰고 싶다는 사람을 찾기는 여전히 어려웠지만, 어쨌든 '모임'이라 할 정도의 사람이 모였다. 다시 시작한 화요일의 글쓰기는 벌써 3회 차를 맞았다. 


나는 천천히 다시 화요일 저녁 글 쓰는 습관을 들이고 있다.




일주일에 한 번, 평일 저녁에 글 쓰는 모임을 꾸준히 지속하기는 쉽지 않다. 화요일 저녁은 항상 피곤하고, 글을 쓰지 않을 이유는 이백 개쯤 된다. 


그래도 여전히 화요일 저녁에 글을 쓰고, 글 쓰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은 매력적이다. 나는 우리 멤버들이 화요일 저녁에 글 쓰는 것이 익숙해지고, 편안해졌으면 좋겠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화요일 저녁을 생각하며 주 초를 버텼으면, 화요일 저녁이 각자에게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


나는 화요일의 글쓰기만의 적당한 느슨함과 자율성을 사랑한다. 그래서 이번 주 화요일에 쓸 글의 주제를 고민하다, 사심을 가득 담아 이 글을 쓴다.


모든 멤버들이 화요일에 글 쓰는 매력에 흠뻑 빠졌으면, 그래서 이 모임이 관성으로 오래 지속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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