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다. 아무 느낌이 들지 않는다(!)
이번주 월요일 자정, 팟캐스트 첫 에피소드가 업로드 되었다.
이런 문장 뒤에는 '뿌듯하다', '신난다.', '반응이 기대된다.'와 같은 서술어가 붙는 게 보통인데, (내 팟캐스트에게는 미안하지만) 별 느낌이 들지가 않는다.
내가 느끼는 '별 느낌 없다.'를 조금 더 풀어쓰자면 이렇다.
1) 오류 없이 잘 업로드 되어서 다행이다.
2) 넘나 익숙한 팟빵 앱에서 내 목소리가 나오다니 넘나 이질적이다.
3) 드디어 꼼짝없이 팟캐스트를 매 주 한 편씩 제작해야하는 운명의 날이 도래했구나
... 정도로 설명 할 수 있겠다.
그래도 처음은 처음이다.
나는 출근길에서 본격적으로 지인들에게 팟캐스트 링크를 보냈다. 팟캐스트 첫 에피소드가 막 올라간 지금 꼭 필요한 호기심 많고 너그러운 지인들이다.
몇 달 전부터 팟캐스트 준비하고 있다고 넉넉히 뿌려둔 떡밥 덕에 긴 설명은 필요 없었다. 나의 호기심 많고 너그러운 지인들은 '드디어!'라는 반응과 함께 들어보겠다고 답장했다. 몇몇은 고맙게도 팟캐스트 링크를 간호사 지인에게도 공유한다고한다. 이런 지인들을 두다니. 그동안 꽤 괜찮게 살아온 것 같다.
나의 지인 동원과 발맞춰, 인스타그램 담당인 함작가는 팟캐스트 오픈 며칠 전부터 부지런히 인스타를 관리하고 있었다.
그녀는 꼬박꼬박 피드를 업데이트 하는 것은 물론이고, 다른 사람 글에 열심히 좋아요를 누르며 팟캐스트 홍보에 박차를 가했다. SNS 관리는 함작가에게 전적으로 맡기기로 했지만, 좋아요를 누르는 정도야 나도 할 수 있는 일이다. 나도 합심하여 우리 이야기가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가 닿기를 바라며 다른 사람 피드를 둘러보며 좋아요를 눌러본다.
첫 에피소드를 업로드 하고 만 하루가 지나자, 팟캐스트 크리에이터 스튜디오의 대시보드에 재생 숫자가 찍히기 시작했다. 첫 업로드를 감안하면 재생 수가 나쁘지 않다. 우리 둘을 제외한 구독자도 꽤 생겼다.
출근길에 지인들에게 뿌렸던 팟캐스트 링크는 다양한 형태의 후기로 돌아왔다.
"오~ 생각보다 구성이 탄탄한데?"
"간호사 일을 잘 모르는 일반인인데도 꽤 흥미롭게 들었어"
"다른건 모르겠고 너 웃음소리 때문에 그냥 웃겼음"
인스타그램에서도 어찌저찌 알고 오신 선생님들의 소중한 응원 댓글이 달렸다
"간호사들이 진행하는 팟캐스트라니, 완전 좋네요!"
"간호사의 다양한 시도, 응원합니다."
"임상을 벗어나고 싶어하는 후배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요."
긍정적인 반응을 보자 안도감이 들었다. 사람들의 반응을 확인하니 뒤늦게 조금, 아주 조-금 '뿌듯하고, 두근거리고, 사람들의 반응이 기대되는 것' 같기도 하다.
브런치에 작가 신청을 하고, 첫 글을 올린지 거의 만 2년이 되어간다. 그동안 내가 브런치에 남긴 글들은 나도 모르는 새, 여러 곳에 가 닿아 좋은 인연을 만들어주고, 생각지 못한 기회도 가져다 주기도 했다.
나는 팟캐스트 '시간은 간호사'도 그런 플랫폼이 되었으면 했다. 브런치 글이 내게 가져다 준 좋은 사람들과 기회처럼, 팟캐스트를 통해 우리 이야기가 널리 널리 퍼져서 좋은 사람들이 모이고, 새로운 기회가 생기길 바랐다. 그동안은 막연한 상상 속에 존재했던 청취자들이 정말로 우리 이야기를 듣고 반응해주니, 이제사 정신이 반짝 든다.
첫 에피소드 업로드 이후, 함작가와 나는 매일 팟빵 크리에이터 스튜디오에 들어가 업데이트 되는 재생 요청수를 모니터링한다. 소박하게 올라가는 재생수를 보고 있자면 우리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가 닿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드디어, 뿌듯하다. 신난다. 다음 에피소드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이 기대된다!
팟캐스트 "시간은 간호사"
매주 월요일, 병원을 나온 두 명의 간호사가 전하는 탈간호 이야기.
팟빵, 아이폰 팟캐스트, 유튜브 채널, 네이버 오디오 클립에서 만나보실 수 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