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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 Dec 27. 2015

위로

같은 처지라는 공감보다 더한 위로는 없었다


어느 날 혼자 가만히 있다가

갑자기 허무해지고 아무 말도 할 수 없고

가슴이 터질 것만 같고 눈물이 쏟아지는데

누군가를 만나고 싶은데 만날 사람이 없다


주위에 항상 친구들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날, 이런 마음을 들어줄 사람을 생각하니

수첩에 적힌 이름과 전화번호를 읽어 내려가 보아도

모두가 아니었다


혼자 바람맞고 사는 세상

거리를 걷다 가슴을 삭이고 마시는

뜨거운 한 잔의 커피

아 삶이란 때론 이렇게 외롭구나


어느 날의 커피_ 이해인




거짓말처럼 나는 혼자였다


아무도 만날 사람이 없었다

보고 싶은 사람도 없었다

그냥 막연하게 사람만 그리워져 왔다


사람들 속에서 걷고 이야기하고

작별하면서 살고 싶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결코

나와 섞여지지 않았다


그것을 잘 알면서도

나는 왜 자꾸만

사람이 그립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일까


거짓말처럼 나는 혼자였다_ 천상병




언제부터 시를 찾게 되었을까. 정확한 시점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마 사람에게 더 이상 큰 기대를 가져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을 즈음부터, 

그러면서도 사실 내가 사람을 완전히 져버리지는 못한다는 것을 애써 외면했을 즈음부터 

시를 읽기 시작했던 것 같다.


속상한 일이 있을 때 사람들에게 전화를 걸었고, 가끔 시를 찾았다.

전화는 별다른 위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자주 느꼈다. 


점점 더 전화를 걸 사람이 줄어들었고 

점점 더 시에게서 위로를 받았다.


기분 좋은 날도 시를 읽었던 적이 있었을까.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처절하게 슬펐던 날 시를 읽었던 것은 확실하게 잘 기억이 난다.


언젠가 전화를 걸려고 하다가 '받아봤자 어차피'라는 생각에 그만두었다. 

그리고 시를 찾았다.


그리고 언젠가부터 전화를 걸 누군가가 잘 떠오르지 않았고 걸어봤자 받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시만 읽었다.


이제는 더 이상 힘든 날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지 않는다.

그리고 시를 읽다가 문득 깨달았다. 시도 사람이 썼구나.


나는 사람이 아닌 시에게 위로를 받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시인에게 위로를 받고 있었다.


시인들은 나와 같은 수많은 누군가를 위로하기 위해

그 누군가보다 처절한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그래서 그들에게 고맙다. 

인간은 참 잔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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