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두 덕분에 동물병원의 24시를 경험하고 있다. 오늘 누군가의 반려동물은 무지개다리를 건넜고 보호자는 통곡을 했다.하루 종일 생사의 경계선을 오가는 연두 같은 아이도 있고 누구는 궁둥이 흔들며 신나게 들어와 좋아하는 간식을 사갔다. 전자와 후자 사이에 나와 연두가 있네, 연두 너는 어떤 선택을 할 거야?
많은 집사들이 아이를 안고 뛰어온다. 수의사선생님들과 간호사 선생님들은 정신없이 뛰어다니며 환자를 보고 보호자와 대화한다. 여기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바쁘게 뛰어다니는 사람들 사이에 투명인간처럼 앉아서 안절부절못할 뿐이다 수의사가 될걸 별 도움도 안 되는 그런 망상을 해본다.
하루종일 앉아서 괜찮아졌어요와 위급해요 사이 어딘가를 오가는메시지를 받고 애써 침착한 척하고 있으면 별애별 생각이 다 든다. 오늘 한 번도 울지 않았다 내가 울면 연두가 진짜 죽을 것만 같다. 그러니까 나는 울지 않을 것이다.
연두는 내 옷과 내 목소리에 반응한다. 기분 때문인지 몰라도 내가 병원을 뜨면 위급해지고 내가 여기 있으면 괜찮아지는 것 같다.
연두를 꼭 살려보겠다고 바닥에 쭈그리고 앉아 나와 눈 맞춰 대화하는 따뜻한 선생님을 믿어야지, 연두가 주치의 선생님 복은 있어서 다행이다.
이제 그 누구의 몫이 아닌 너의 몫이야 연두. 고양이 별도 나쁘지는 않겠지만 집에 네가 좋아하는 리클라이너와 티브이가 있어. 그리고 내 무릎이 있지. 고양이별에는 그런 게 없어. 잘 선택해야 해.
너를 오래 살게 하려고 수술한 건 아니었어, 하루를 살더라도 코 줄이 아닌 네 식도로 밥을 먹었으면 했어. 코줄 달고 온 날 네가 너무 싫어하길래. 근데 이게 뭐야 밥 한 끼도 못 먹고 가면 허무하잖아. 갈 때 가더라도 집에 와서 따뜻한 밥 한 끼 먹고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