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두 고양이별 여행 1주년
연두가 떠난 지 꼬박 1년이 되었다. 벌써 1년이라니 시간이 빠르다. 연두는 잘 지내고 있을까? 사실 이런 생각을 맨날 하기엔 요즘 나는 연두 동생 돌보기에 바쁜 것 같다. 연두가 가고 5개월 뒤쯤인 10월에 리버라는 아이를 임시 보호하게 되었다. 원래 캐나다 입양 예정인 아이였기 때문에 임시 보호를 하며 사진과 영상을 보호단체에 보내주는 게 내가 맡은 임무였다. 하지만 쉼터에서 적절한 케어를 받지 못한 리버는 심장 사상충에 걸렸고, 치료 때문에 임보가 길어졌다. 그 사이 리버는 나를 주인으로 인식해 버렸고, 나도 정이 많이 들어 버려서 어찌어찌 하다가 연두 크기의 4배가 넘는 진돗개를 입양해 버렸다.
리버와 연두는 닮은 점이 많다. 종도 다르고 크기도 다르지만, 리버는 꽤나 고양이 같은 녀석이고 연두는 꽤나 강아지 같은 녀석이었기에 둘은 많이 닮았다. 나밖에 모르는 것도 닮았다. 나는 그래서 연두의 영혼이 리버의 몸에 들어가 있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집에서 새만 바라보기 지겨웠던 연두가 리버의 몸을 빌려 돌아온 게 아닐까?
그래서 나는 연두인 듯 리버 같은 리버, 리버인 듯 연두 같은 리버를 데리고 매일 산책을 한다. 하루도 빼놓지 않고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아침저녁으로 동네를 돌아다닌다. 연두에 보여주지 못했던 세상을 리버에게 보여주고 있다. 리버는 큰 덩치에 비해 성품이 너무 착하고 좋아서 동네 사람들도 예뻐해 주신다.
오늘은 연두 고양이별 여행 1주년 기념일이기도 하고, 리버의 생일이기도 하다. 리버 생일은 늦봄 어드메로 추정되었는데, 사실 아무도 태어난 날을 몰라서 그냥 내가 5월 15일로 정했다. 5월 15일이 더 이상 슬픈 날이 아닐 수 있도록, 연두가 고양이 몸을 버리고 리버라는 댕댕이 몸속으로 쏙 들어가 버렸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연두 기일 1주년과 리버의 3세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연두 증냥사진을 찍었던 스튜디오에서 리버와 사진을 찍고 왔다. 착한 리버는 연두만큼이나 말을 잘 들었고 멋진 결과물을 내주었다. 초록색 스톤으로 변한 연두 몸뚱이와 댕댕이로 변한 연두 영혼을 함께 데리고 가서 남매 샷을 남겨주었다.
연두, 나는 네가 리버가 되어 내 옆에 있다고 생각해. 그래서 잘 지내는지 묻지는 않을게. 대신 네가 잘 지낼 수 있도록 행복한 댕냥이가될 수 있도록 리버에게 더 잘해줄게! 고양이별로 여행을 떠난 것도, 리버가 된 것도 모두 축하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