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룩 실즈의 '블루 라군'

조 스웰에 얽힌 야구 배트 이야기

by 손윤

1980년대 중•고교를 다닌 세대에게 '아이돌'과 같은 미녀 3인방이 있었다. 잡지 사진 등을 코팅해서 책받침으로 써서, 이른바 '3대 책받침 미녀'로 불린 그들. 브룩 실즈와 피비 케이츠, 그리고 소피 마르소다. 실즈가 백인 미녀의 전형이라면, 케이츠는 동양과 서양이 혼합된 듯한 신비감이 있었고, 마르소는 우수에 젖은 눈망울이 매력적인 프랑스 요정과 같았다. 각자의 매력 포인트는 달라도, 청순함과 풋풋함이라는 절대무기의 소유자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브룩 실즈가 처음 존재감을 드러낸 것은 '프리티 베이비'(Pretty Baby/1978년)를 통해서였다. 그 귀여운 여자아이가 전 세계의 여신이 된 것은 '블루 라군'(The Blue Lagoon/1980년)에 출연하면서다. 외부와 단절된 무인도에서 살게 된 어린 소년과 소녀의 성장, 사랑 등을 그린 이 영화에 아쉽게도 야구는 등장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야구의 원형과 같은 장면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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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는 바닷가에서 나뭇가지를 들고 작은 돌멩이를 멀리 때리며 놀곤 했다. 마치 코치가 펑고를 치듯, 한 손으로 돌을 위로 던지고 그것이 내려오는 타이밍을 맞춰 나뭇가지를 휘두른다. 또한, 에믈린과 싸우거나 했을 때 화를 푸는 방법이기도 하다.


초창기 야구 배트는 에믈린이 쓴 것처럼 나뭇가지 등을 다듬은 단순한 나무 봉이었다. 아마 나무 봉으로 공이나 돌 등을 쳐낸 것은 인류 역사의 처음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할지도 모른다. 배트는 나뭇가지 등에서 발전해, 배의 노나 마차 바퀴의 살 등을 재활용하거나 스스로 적당한 목재를 다듬어 만들어 쓰거나 했다. 초창기 메이저리그의 최고 스타인 캡 앤슨은 동네를 돌아다니다가 적당한 목재가 있으면 그것을 다듬어 썼다고 한다.


이것은 영화를 통해서도 쉽게 알 수 있다. 영화 '내츄럴'에서 로이 홉스가 쓴 배트 '원더보이'는 벼락을 맞은 나무로 만든 것이다. 그러다 보니, 배트 규격, 길이나 무게 등과 관련한 규칙도 없었다. 선수 자신이 쓰고 싶은 것을 쓰면 됐다. 극단적인 이야기이지만, 헐크처럼 힘만 있는 선수라면 통나무도 OK.


당시 배트 목재로 가장 좋은 것은 교수대 나무가 손꼽혔다. 사람 몸무게를 버틸 정도로 튼튼한 나무였으니까. 실제로 1880년대 오하이오주의 어느 교도소가 폐쇄됐을 때 나온 교수대 목재로 배트를 만들어 선수들에게 제공됐다. 그 배트로 역전 홈런이나 적시타를 친 선수도 꽤 있을 것이다. 죽음의 나무가 사람들을 기쁘게 하는 나무로 탈바꿈한 것. 즉, 나무의 변신은 무죄!


역사상 가장 단단한 배트 가운데 하나는 조 스웰의 배트일 것이다. 1920년대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에서 주전 유격수로 활약한 그는, 통산 타율 0.312를 기록할 정도로 타격 정확성이 뛰어났다. 공을 맞히는 재주만큼은 역대 최고라는 주장도 있다. 통산 1,903경기에 출장해 7,132타수를 기록하는 가운데, 삼진으로 물러난 것은 고작 114차례밖에 없었다. 1930년과 1932년에는 한 시즌 삼진 3개 만을 당했다. 삼진 기록보다 더 대단한 것은 그가 14년간 메이저리그에서 뛰며 쓴 배트가 단 한 자루였다는 점이다.


운 나쁘면 한 경기에서도 두세 자루를 쓰는 경우도 흔한데, 14년간 한 자루만 쓴 것은 마술과 같은 기예라고 해도 틀림없다. 그는 자신의 배트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 적이 있다. "항상 그 배트는 집에서 소중하게 관리해왔다. 무게는 40온스(약 1,134g)다. 어떻게 14년간 부러지지 않고 써왔느냐고 하면, 그것은 내가 올바른 스윙을 할 줄 알았기 때문이다. 물론, 정성껏 손질도 해왔다."


그가 말하는 올바른 스윙은, 배트에는 낙인을 찍은 마크가 있다. 그 부분으로는 공을 때리지 않은 것을 뜻한다. 김용달 전 삼성 타격 코치는 "제조 회사는 배트의 약한 부분에 낙인을 찍어 선수가 알 수 있게 해 준다. 말하자면 이 부분으로 공을 맞혀서는 안 된다고 경고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한다. 여기에 배트 손질도 달랐다. 소 뼈로 문지르는 게 일반적인 방법이었지만, 그는 좀 더 복잡한 방법을 썼다.


"닭뼈로 문지른 뒤, 씹는담배로 닦아낸다. 그러고 나서 빈 병으로 문질러서 매끄럽게 만들었다. 이것을 하루도 빼먹지 않고 매일 반복했다."


그런 기술과 정성이 있어, 14년간 한 자루의 배트로 8,333타석을 소화할 수 있었다. 어떤 의미에서 매일 같은 배트, 즉 변화를 주지 않고서 스웰은 성공했지만, 브룩 실즈는 실패했다. 실즈는 '블루 라군' 이후로도 자신의 미모만을 내세웠다. 아무리 아름다운 얼굴이라도 매일 보면 물릴 수밖에 없다. 연기나 배역의 성격 등에서 변화가 없었다. 이것이 그녀의 필모 그래프가 황폐해진 이유기도 하다.


덧붙여서, 스웰은 1977년 베테랑 위원회를 통해 명예의 전당에 헌액 됐다. 그때 명예의 전당 관계자가 박물관에 배트를 전시하고 싶다고 제안하자,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것은 말도 안 된다. 팔만 박물관에 건네줄 수는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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