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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윤 Aug 23. 2022

마이 독 스킵

1942년, 미국 미시시피주의 작은 마을 야주. 이곳도 세계대전의 암운이 짙게 깔린다. 그렇지만 윌리 모리스라는 아이에게는 남의 이야기다. 그가 관심을 두는 것은 야구다. 동네 최고의 운동선수인 딩크 젱킨스가 옆집에 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자랑스럽게 생각할 정도다.


게다가, 그와는 나이를 떠나 친구 사이(?). 모리스의 유일한 바람은 전쟁터에 간 젱킨스가 빨리 돌아와, 커브 던지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사실 모리스는 야구에 열중하지만, 직업 선수를 목표로 하지는 않는다. 이것은 젱킨스도 마찬가지다. 단지 야구는 남자라면 으레 해야 할 의무와 같은 취미이며, 여자에게 인기를 얻을 수 있는 스포츠였을 뿐이다.


그렇기에 모리스에게 야구가 전부는 아니다. 그는 야구보다 애견 스킵과 함께 보내는 시간을 더 소중하게 여겼다. 물론, 동네에서 가장 예쁜 리버스 애플화이트까지 함께한다면 더 바랄 게 없지만.


그래도 야구는 일상의 일부다. 토요일에 친구들과 극장에서 뉴스와 B급 영화를 보는 게 우정을 돈독하게 하는 중요한 의식인 것처럼, 일요일에는 필드에 나가 야구공을 치고 받고 던지는 게 남자아이의 의무와 같았다.


다만 좋아한다고 해서 반드시 재능이 있으란 법은 없다. 안타깝게도 모리스가 그렇다. 타석에서는 삼진, 수비에서는 실책. 그런데도 항상 필드에서 온 힘을 다한다. 실패를 통한 성장. 즉, 야구를 하는 것은 소년이 어른으로 나아가기 위한 첫걸음과 같았다.



여기에 흑인 소년을 통해 흑인 사회 최고의 야구 선수 왈도 그레이스를 알게 된다. 젱킨스밖에 모르던 닫힌 세계에서 열린 세계로 나가게 된 것이다. 이 계기를 만든 것은 스킵과 야구다.


백인과 흑인이 분리되어 살던 시대. 스킵을 비롯한 개만은 색맹이라, 그런 구분이 없었다. 야구 역시 마찬가지다. 피부색과 야구 재능은 전혀 무관하며, 야구를 하는 데 피부색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애초 모리스의 성격은 내성적인 편이었다. 그런 아이가 필드에 나가 치고 달리고 던지게 된 것은 스킵과의 만남이 있었기 때문이다. 스킵과의 우정, 여기에 야구에 대한 열정이 모리스의 인생을 바꾸었다.


야구의 즐거움. 어쩌면 장래의 목표가 아닌 단순히 잘하고 싶다는 욕망, 열정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드는 영화다. '마이 독 스킵'(My Dog Skip/2000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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