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화이트삭스 토니 라루사 감독은 역대 메이저리그 최고 지도자 가운데 한 명이다. 1979년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지휘봉을 잡으며 메이저리그 감독에 데뷔해, 오클랜드와 세인트루이스를 거쳐 올해(기준일 9월 23일)까지 37시즌을 보내며 역대 3번째로 많은 2,897승(승률 0.536)을 거두고 있다. 그 사이, 월드시리즈 우승도 3차례 경험했으며, 올해의 감독상도 4차례나 받았다.
그런 라루사가 처음 감독을 맡았을 때, 1979년 피츠버그를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이끈 척 태너 감독에게 조언을 구했다. 그러자 태너 감독은 "항상 임대주택에서 살아라!"라고 일갈. 이것은, 감독은 언제든지 해고될 수 있으므로 그 준비를 하고 있으라는 의미다. 비슷한 말로는 "감독은 해고되기 위해 고용된다"도 있다.
감독은 결과에 책임을 지는 자리다. 과거의 성공이 지금의 성공을, 혹은 지금의 실패에 변명이 되지 않는다. 또 결과에 대한 평가는 그 팀의 상황에 따라 다르다. 우승을 노리는 팀이라면 때로는 단순히 가을야구를 했다는 것으로 면죄부가 되지 않을 때도 있다. 그렇기에 가을야구도 못한다면 바로 단두대에 올라도 할 말이 없다. 혹은 팀 전력을 구축해나가는 팀(리빌딩)이라고 해도 단순히 올해 선수 한두 명을 발굴한 것으로 평가받지 않는다. 지휘봉을 잡은 2, 3년의 결과에 연속성이 없다면 문책을 피할 수 없다.
야구 감독뿐만이 아니라 모든 직책을 맡은 이에게는 공과가 있다. 그 공이 과보다 크다고 평가된다면 새로운 곳에서 자리가 생긴다. 그 새로운 곳에서 좋은 결과를 낸다면 전 소속팀의 관계자가 '이불킥'! 거꾸로 새로운 곳에서도 결과를 내지 못한다면 그를 새롭게 영입한 팀 관계자가 '이불킥'을 할 수밖에 없다.
감독은 그런 자리다. 그런데도 요즘은 '남 탓'과 'IF'라는 가정법이 횡행한다. 그만큼 책임지지 않는 이가 늘어난 듯한 느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