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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ytimeMoon Oct 10. 2017

우리가 사는 현재도 언젠가 역사 된다.

히가시노 게이고 '몽환화'를 읽고


이 글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름을 알 수 없는 노란 꽃'

'몽환화'를 읽고




'몽환화'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이다.


다만, 이 책은 히가시노 게이고가

처음으로 (어쩌면 마지막일지도 모른)

쓴 '역사물'이다.


옮긴이의 말을 따서 표현하면

"쓰기만 하면 팔린다는"

히가시노가 처음으로 도전한 역사물이다.


1년에 많으면 5편까지의 책을 내면서도

내는 족족 베스트 셀러가 되는

히가시노 게이고가 유일하게

약점으로 생각하는 역사물을

출간한 것 만으로도

큰 화제가 된 작품인 '몽환화'는

'이름을 알 수없는 노란 꽃'이 중심인

미스터리 스릴러 작품이다.


히가시노 게이고 作 '몽환화'의 표지



이 책의 줄거리는

1962년 9월의 아침,

주택가에서 벌어진

무차별 살상사건으로 시작해,

주인공 소타의 어린 시절 이야기,

여주인공 리노의 사촌인 나오토의 자살,

 할아버지의 살해사건을 시작으로

소타는 평소 사이가 안 좋은 형이자

경찰관인 요스케의 비밀을 풀고자,

할아버진 사건의 진상을 찾아나선

리노외 손을 잡고 미스터리를 풀어나간다.


그리고 사건을 맡은 형사 하야세 역시

다른 쪽에서 사건을 파고든다.


이야기는 소타, 리노, 하야세가 번갈아 화자가 된다.


소타는 단순한 호기심에서 시작해

집안의 비밀에 이르는 진실에 다다르고

리노는 할아버지의 죽음을 파헤치면서

자신의 트라우마와 직면한다.

하야세 역시 불륜으로 인해

멀어진 아들에게

 아버지 노릇을 제대로 하기위해

몸부림치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이 부분부터 책에 대한 주요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스포일러가 싫으신 분들은 뒤로 가주세요!)



우리가 사는 현재도

언젠가 역사가 된다.




1. 역사물?

이 책을 보는 사람들 중에서는

약간 의문이 드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분명 히가시노 게이고의

'역사물'이라고 해서 읽었는데

 '역사물'이라고 할 수있는 부분은

겨우 이름 모를 노란 꽃이

일본 에도시대 때 나타나

사람들을 홀리는 탓에

나라에서 금지해서 사라졌다가

21세기에 나타났다는

어쩌면 아주 소소한 부분의 모티브가

전부이기 때문이다.


흔히 역사물은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는데

하나는 역사적 사건이나 실화을 바탕으로

철저한 고증으로 이루어진 대서사시,

혹은 역사적인 사실을 중심으로

작가의 상상에 따라

전혀 다른 이야기로 새로 창조되는 논픽션.

 대부분 이 두 가지의 큰 틀을 벗어나지 않는다.


'몽환화'는 사실 이 두 가지에

어느하나 정확히 속해있는 작품은 아니다.


그래서 어쩌면 나는 히가시노 게이고가

자신이 역사물에 취약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아예 자신만의 새로운

역사물의 한 장르를 만든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역사물은 과거를 중심으로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과거를 재현해내야 한다.


그러나 히가시노 게이고는

현재, 지금을 중시하는 작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등장인물들을 그려낼 때도

과거의 기준에 맞춰

고리타분하고 단순하게 그려내기 보다는

현실적이고 요즘 사람들의 모습을

가장 많이 반영해 그려낸다.


그래서 일까?


'몽환화'는 역사 속에서

하나의 모티브를 가져오되

이야기는  '현재'에서 이루어진다.

사실 그냥 현대 미스터리

스릴러물이라고 해도 되는데

왜 굳이 역사물이라고 구분지었을까?


사실 여기서 '역사물'이라는 장르자체가

 하나의 상징적인 의미인거 같다.


아마 우리가 사는 현재도

결국 시간이 흐르면 역사라고 불리게 되고

 지금 이 시간들 역시 모이고 모이다 보면

 언젠가 역사가 된다.


그렇기 때문에 히가시노 게이고는

역사란 멀리 있는 게 아닌

결국 우리가 살아가는 시간들이

역시 역사라는 것을 말하고싶은 게 아닐까.


그리고 역사 속 미스터리를

현재에서 풀게 되면서

소타와 리노, 하야세는

각자 자신들만의 트라우마,

그들을 가로막던 벽과 맞닥뜨리면서

미스터리를 풀면서

자신들 앞에 놓인 장애물을 깨부수고

앞으로 나아간다.


즉, 그들 역시 이 사건으로  

자신들만의 역사 한 페이지를 써내려 간다.


그래서 '몽환화'는 바로 소타와 리노,

하야세의 역사를 담은 책인 거 같다.


 


다시는 나팔꽃 시장에 가지말자.

그렇게 결심했다. -본문 중에서




2. 나팔꽃

앞서 말한  '이름을 알 수없는 노란 꽃'은

바로 노란 나팔꽃이다.


사실 이 책에서 중점적으로 다루는 것은

나팔'꽃'보다도 '나팔꽃'의 씨이다.


여기서 노란나팔꽃의 씨는  마치 마약처럼

일을 능률을 높여주고 환각 작용을 일으킨다.


에도 시대에 등장해

이 씨를 복용한 사람들을 중독시켜

결국 죽음까지 이르는 무시무시한 꽃이여서

'몽환화'라고 불린다.


이 꽃은 에도시대 때 금지되어

철저히 감시되지만

다시 마취와 환각제의 용도로

암암리에 의사들 사이에서 사용되다,

시대가 바뀌면서

정부는 이 꽃의 환각작용을 이용해

자백제로 이용하기 위해

사람들을 실험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환각 작용은

끔찍한 부작용을 일으켜

실험은 끝나지만

이로인해 이 씨는 민간에 반입되어

당시 음악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비밀리에 거래된다.

결국 밴드를 하던 리노의 사촌오빠가

약에 취해 사고로 죽고  

이 약의 비밀을 아는

리노의 할아버지가 죽는다.


그리고 이 약을 이용해

자백제로 실험한 경찰가문(쇼타의 집안)과

의사가문이 노란 나팔꽃을

평생 추적하는 내용이다.


이 책을 낸 2014년으로 부터

2년 전인 2012년에 히가시노 게이고는

일본의 원전사고와 더불어

원자력발전에 대한

자신의 소신을 밝힌 글을 썼는데

이 글에서도 나팔꽃이

그러한 히가시노 게이고의 입장을

대변해주는 소재인거 같다.




"세상에는 빚이라는 유산도 있어."

소타가 말했다.

"그냥 내버려둬서 사라진다면

그대로 두겠지.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누군가는 받아들여야 해.

그게 나라도 괜찮지 않겠어?"

-본문 중에서  




위의 대사는 소타가 모든 사건이 마무리되고

 자신이 돌아가지 않으려했던

대학의 '원자력 공학'부로 돌아오며 하는 대사다.


소타는 노란 나팔꽃은

사람들에게 어마어마한 피해를 입힌다는

명백한 사실을 알게 되었고.

나라에선 이러한 노란 나팔꽃의

무시무시한 힘을 이용하기 위한 욕심때문에

각종 실험으로 꽃을 발전시키려고 했다.


그러나 결국 실험은 실패로 끝나고

민간에 유통되어

다시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힌다.


이는 마치 '원자력'을 대하는

일본 정부의 태도와 똑같다.

그들은 일본 대지진 이후

일어난 후쿠시마 원전 유출사건 이후에도

여전히 원전에 대한 경각심없이

원전피해를 숨길려고만 한다.


그래서 노란 나팔꽃을

원전으로 바꾼다면

이 이야기들은 소설이 아닌 현재가 된다.


주인공인 소타는

원자력 공학을 공부하지만

 원자력 공학을 싫어한다.


그러한 상반되는 입장에서

자신의 가문이 노란 나팔꽃을

 민간으로 퍼뜨린 죄책감때문에

아무도 모르게 이를 추적하고

파괴한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그리고 이 사실은

 포기하려던 원자력 공학을 

계속 공부하는 원동력이 된다.


왜냐면 원자력 역시

사람들에 피해를 입히고 있기에

자신이 공부를 계속하여

이러한 문제점을 고치기 위해서이다.


마지막에 보인 노란 나팔꽃과 쇼타의 모습은

히가시노 게이고가

우리에게 하고 싶었던 말인 거같다.


노란 나팔꽃이던, 원자력이던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힌다면

그를 포기해야하고 만약에

그를 포기하지 않아 문제가 생긴다면

이를 숨기고 회피하는 것이 아닌

당당히 문제와 직면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책임지는 태도를 가져야한다는 것,


어쩌면 '몽환화'는 히가시노 게이고가

원전문제를 회피하는 일본정부,

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욕심때문에

생긴 문제를 회피하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전하는 메시지일지도 모른다.



p.s. 사실 몽환화는 단행본이 아닌

자그마치 20년 전 <역사가도>라는  

일본잡지에 연재되었던 작품으로

이를 소설로 출간 되기까지는 이후로

10년이 더 걸려 2014년 출간된 작품이다.


p.s. 2  소설 속 '노란 나팔꽃'은

절대 교배로 만들어 질 수없다.
현실에서도 이와 같은 꽃이 있는 데

바로 '파란 장미'이다.
(그래서 몽환화의 모티브이다!)
파란 장미 역시 결코 사람이

만들 수 없는 꽃이기 때문에
'불가능'이라는 꽃말을 가지고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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