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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ytimeMoon Oct 21. 2017

당신이 사랑했던 난, 누굴까?

길리언 플린 '나를 찾아줘 Gone Girl'을 읽고

이 글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당신이 사랑했던 난, 누굴까?

'나를 찾아줘'를  읽고




내가 사랑한 사람이 알고 보면

이 세상에 없는 사람이라면 어떨까?


분명 겉모습은 처음 본 그대로인데

내면은 전혀 다른 사람이라면?


길리언 플린의 장편소설 '나를 찾아줘'는

이런 무시무시한 상상에서 시작한다.


난 '나를 찾아줘'를 영화로 먼저 봤는데

한마디로 '끝내줬다'


정말 충격적인 스릴러였다.


사실 내가 주로 봤던

스릴러 영화나 드라마는

살인이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그러나 '나를 찾아줘'는 달랐다.


물론 살인이 나오지만,

살인이 중심이 되지는 않는다.


살인은 그저 이야기가 흘러가는데

필요한 소도구로 작용된다.


그래서 더욱 끔찍한 스릴러가 되었다.

'나를 찾아줘' 영화 포스터


(이 부분부터 책에 대한 주요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스포일러가 싫으신 분들은 뒤로 가주세요!)


이 무시무시한 스릴러는

에이미가 5주년 결혼기념일에

실종되면서 시작한다.


더 무시무시한 건,

에이미가 스스로의 실종을 계획한 것이다.


그리고 이 계획의 끝은 닉의 사형이다.

(닉과 에이미가 사는 미주리주에는 사형제도가 현재까지 시행되고 있다.)


물론 그 끝까지 가기 위해서

에이미는 점점 (부정적으로)

변해가는 닉의 모습을 담은

7년에 걸친 그녀의 일기와,

그녀의 가짜 임신,

닉의 낭비벽을 증명해줄 카드와

여러 사치품과 같은 기폭제를 설치해놓고

그들이 결혼기념일마다 하는

보물 찾기의 단서를 이용해 그들을 이끈다.


닉과 에이미가 번갈아

화자로 등장하는 이 책은

1장은 에이미가 실종된 직후

닉이 홀로 에이미의 행방을 찾고

2장은 에이미가 스스로 실종을 꾸민 채

계획을 세우며,

닉 역시 그녀가 자신을 파멸로

내몰려한다는 것을 깨닫고

3장은 닉과 에이미가

다시 만나면서의 이야기로 나뉜다.


우선 1장은 닉은 에이미가 실종되고

수사가 진행되면서

더 이상 그녀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하며

그녀를 사랑할 수 없는 이유를

이야기한다.


그리고 에이미는 7년에 걸친

그들의 이야기를 전해준다.

그녀의 일기에서는

그들이 어떻게 사랑하게 되었고,

결혼을 해서 어떻게

그들의 사이가 망가져가는지,

그리고 그녀가 느끼는 남편이

자신을 성가시게 생각해

어쩌면 자신이 없어지기를 바랄지

모른다는 불편한 진실을 얘기한다.


여기까지 보면 닉은

너무나도 확실한 에이미 살해범이다.


그러나 2장에서부터 반전이 시작된다.


에이미가 남편의 외도현장을 발견하고

그를 나락으로 빠뜨리기 위해

세우는 1년 간의 계획을 밝히고,

닉은 그녀가 담긴 단서들로

이를 직감한다.


그리고 마지막 3장은

서로의 바닥을 다 알게 된 두 사람이

다시 만나 새롭게 만들어가는

그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난 당신을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드는 년이야, 닉"

그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는다.

.

.

.

"난 당신을 남자로 만드는 년이야"

그때 그의 두 손이 내 목을 잡는다.


우선 '나를 찾아줘'를 보고 나면

결혼에 대한 두려움이 생길 것이다.


과연 결혼이 서로 행복하기 위해서 하는 걸까?

서로를 최악으로 달려가게 만드는 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게 하기 때문이다.


'나를 찾아줘'의 주인공인 닉과 에이미는

누가 봐도 완벽한 커플이다.


친절하고 유머러스한 미남 신문기자 닉과

거액의 유산, 하버드 출신, 아름다운 외모,

모든 남자들이 사랑하고

모든 여자들이 부러워할 에이미.


주변 사람들은 둘은 천생연분이고

둘의 결혼생활 역시

에이미의 부모님이 쓴 그들의 딸 에이미를

모티브로 한

'어메이징 에이미'처럼

어메이징하게 행복할 거라 생각한다.


그러나 실상은? 처참하다.

에이미는 닉을 처음 만났을 때,

그의 가벼운 듯 가볍지 않은 유머감각과

자신을 대하는 새로운 태도의

닉을 아주 '만족'스럽게 생각한다.


그래서 결심한다,

닉이 사랑할 수밖에 없는 '에이미'를 연기하기로.

쿨하고 닉의 유머에 누구보다 잘 웃으며

닉만의 시간을 존중하며,

잔소리 대신 키스로 닉의 곁을 지키는,

모든 남자가 사랑할 수밖에 없는 여자를 연기한다.


그러면서 닉 역시 '자신이 사랑할 수밖에 없는

완벽한 남자'로 만든다.

물론 닉이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이에

닉 역시 자신도 모르게

에이미가 원하는 남자로 변하면서

그 순간들 속에서 본인이 가정적이지도 않고,

남이 아닌 오로지 자신만을 생각하던

무정한 자신의 아버지와는

달리 '완벽한 남자'라고 생각한다.


바로 여기서부터 문제가 생긴다.


둘은 결혼하고 불황으로 인해 실직하면서

더 이상 연기를 포기한다.


조금씩 자신들의 본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한 것이다.


닉은 에이미가

다른 여자와 같이 쿨하지 않고

자신의 자유를 침범하면서

키스를 해주던 달콤한 입술에서

끔찍한 잔소리가 흐르기 시작하면서

더 이상 그녀를 사랑할 의무를 다하지 않는다.


에이미는 닉이 더 이상 자신이 원하던 남자가

되기 위한 노력을 멈추고

그저 그런 남자가 되어

자신을 그저 그런 여자로 대하는 데에 분노한다.


설상가상, 그의 외도까지 목격하며

자신의 선택이 틀렸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녀는 정신을 차리고

그녀의 잠들어 있던 본능을 깨운다.



당신, 무슨 생각하고 있어?

뭘 느끼고 있어?

당신은 누구지?

우리가 서로에게

무슨 짓을 한 걸까?

앞으로 무슨 짓을 하게 될까?


 그렇게 에이미는

닉을 자신의 살인범으로 내몰기 위해

엄청난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실행한다

그녀는 그들의 이야기를

진실과 거짓을 섞어 가공하고,

이를 뒷받침할 증거를 준비하며

자기를 스스로 죽이기로 한다.


그리고 더 무서운 것은

닉이 살인범이라는 누명을 벗기 위해서

그녀가 되돌아오도록

다시 그녀가 원하던 남자를 연기하자,

그녀는 계획을 바꾼다.


자신이 챙겨 온 돈이 도둑질당해서

자신의 첫사랑에게 연락해 신세를 지다가

 마치 그가 자신을 못 잊어

납치 후 강간한 걸로 이야기를 바꾼 것이다.


그리고 이 계획을 완벽하게 마무리하기 위해

에이미는 그를 죽인다.


에이미는 자기 스스로를

바람피운 남편에게 돌아오기 위해

납치범에게 온갖 고초를 당한 후,

그를 물리치고 돌아온 '영웅'으로 만든 것이다.


그리곤 자신이 세운 계획에 따라

충실히 닉을 살인범으로 몬 경찰을 원망하며

그 누구도 자신을 의심하지 못하게 한다.


실로 완벽한 '사이코'다.


그녀는 돌아와, 새로운 이야기를 꾸민다.

바로 닉과 자신의 어메이징 한 러브스토리이다


온갖 시련을 다 겪은 부부가 누리는

아주 행복한 스토리로 말이다.


에이미는 자신의 본모습을 보고

도망가려는 닉을 잡아두기 위해

실험관 시술을 위해 저장해 논 닉의 정자로

임신까지 성공시킨다.


자신의 아버지로 인해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낸 닉이

결코 자신의 자식 역시

그런 시절을 보내게 하지 않기 위해

의무를 다할 것이라는

그의 책임감을 이용한 것이다.


그리고 닉 역시 마치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다시 에이미 곁에 남는다.


사실 아닌 척해도 닉 역시 사이코적이지만

자신이 사랑한 여자를 완벽히

연기한 에이미를 결코 떨쳐내지 못하고

에이미로 인해 훌륭한 남자가 되기 위해

연기하던 자기 스스로에 만족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둘은 서로를 망가뜨린 '공범'이자

서로가 아닌 누구도 사랑할 수 없다.


이 스릴러가 더욱 완벽하게 공포스러운 이유다.


p.s.1 영화 '나를 찾아줘'에서

닉을 연기한 벤 애플렉은

실제로 이 작품에 출연한 후

실제 아내인 제니퍼 가너와 이혼했다.

극 중에 그토록 원하던 이혼을 실제로 해낸 것이다.

이혼 이유는 공교롭게도

유모와 저지른 '외도' 때문이다.


p.s.2 책과 영화 제목 모두

원판은 'Gone Girl'이지만

한국판은 '나를 찾아줘'이다.


아마 "Gone 'Girl'"이기에는

에이미가 너무 사악해서 아닐까 싶다.


p.s.3 이 책에서 매년 결혼기념일마다

나무, 면과 같은 주제를 설정하는데

이는 영국에서 매년 결혼기념일을

부르는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그리고 이는 우리나라의 결혼기념일 이름과 같다.

(ex. 5주년= Wooden Wedding Anniversary, 

목혼식(木婚式))


p.s.4 에이미는 자신의 영웅기를 책을 써내는데

공교롭게도 책 제목은

자신이 그렇게 혐오하던 자신의 부모님이

자신을 주인공으로 하면서

진짜 자신의 모습이 아닌

부모님이 원하던

 딸의 모습을 다뤘던

‘어메이징 에이미(Amazing Amy)’에서

에이미를 뺀

‘어메이징(Amazing)’이다.

그리고 그 내용 역시

'자신이 원하던 자신의 모습'을 다룬 '소설'이다.


(에이미의 영웅기는 사실

그녀가 만들어낸 계획이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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