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만난 초등 친구들.
두 명 모두 강남구 신사동 '현대 맨션'에 살았고 아버지가 현대의 임직원이었습니다.
7,80년대 고속 성장기.
현대그룹은 과,부장급 직원과 임원에게 현대 맨션을 하나씩 나누어 주었습니다.
아침에 현대 맨션을 지나면, 검은색 승용차와 기사들이 줄을 서서(서열대로) 현대의 임직원을 기다리는 것을 종종 볼 수 있었죠.
회사가 계속 성장하고 큰 수익이 발생하니 임직원들에게 30평에서 60평에 사이의 맨션을 하나씩 나누어 준 것입니다.
이렇게 일에 대한 보상이 워낙 확실하니 회사에 충성할 수 있었고, 회사는 계속 성장하니 60살 정년까지 다니는 것이 어렵지 않았습니다.
"좋은 대학 -> 좋은 기업 -> 60살 까지 쭉~ 그리고 퇴직금으로 10년 쯤 살다가 70살 쯤 저세상으로"라는 우리 아버지 세대의 성공 공식은 우리와 우리 자녀들에게 전수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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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금요일 S사에 다니는 후배를 만났습니다.
부장 못달면 45세, 부장 달면 52세 정도에 퇴사.
저의 사수도 이미 한직으로 물러가있고 제 또래 동창들도 꽤 많이 한직으로 물러가 있는 것을 보면 어느 정도 보편적인 현상이라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사회적인 수명(퇴직)은 50세로 내려갔고, 생물학적인 수명은 현재 82.5세로 증가하고 있으니, 퇴직 후 30~40년을 더 살아야 하는 신세계에 살고 있습니다.
그런 사회에 살계 된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습니다만 산업화 시대가 끝나고 지식사회, 자동화 사회로 넘어가면서 전세계가 매우 천천히 성장하고 있는 것이 주요 원인 중하나입니다.
회사는 천천히 성장하고 사회 변화는 너무 빨라 대학에서 그동안 알고 있던 지식과 노하우가 금새 쓸모 없어지니, 기업은 나이 많은 사람들이 필요 없는 것입니다.
문제는 부장 달고 5년 정도 지내면 전문성은 매우 떨어지고 관리 역량만 남는데, 그 관리 역량이라는 것이 그 조직에 있을 때만 의미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 회사의 그 시스템과 네트웍을 떠나면 정말 '쿵'하고 처음으로 세상에 발 딛고 서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그 전에는 너무나 좋은 기업의 시스템 속에서 공중에 붕~떠서 살았던 거죠.
일의 전문성은 떨어지고, 관리 역량은 기업의 시스템의 떠나면서 많은 부분 무용지물이 되니 회사를 나오면 정말 빵집, 닭집, 커피숍말고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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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심각한 사회 문제 아닌가요? 퇴직 후 30~40년을 더 살아야 하는 신세계에 우리 70,80 세대가 첫 발을 내딛고 있습니다.
어떻게 이 사회 문제를 그리고 '나와 나의 가정의 문제'를 극복할 수 있을까요? 혹자는 그래서 회사를 다니면서 부동산을 합니다.
뭐, 자신과 자신의 가족은 먹고 살겠지만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는 그런 식으로 해결 될 수 없을 것입니다.
뭔가 좀 더 구조적인 해결 방안이 필요합니다.
주식회사를 넘어서는 새로운 구조의 기업.
급여는 조금 적지만 좀 더 오랫동안 함께 일하고 수익을 나눌 수 있는 그런 구조의 기업이 새로 탄생 해야합니다.
그리고 그런 기업은 단지 새로운 구조를 만든다고 동작 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 기업의 구성원에게 새로운 의식이 필요합니다.
'열심히 경쟁해서 성장하고 우리끼리 잘먹고 잘살야지'를 넘어 '좀 더 많은 사람이 함께 잘 살 수 없을까?'라는 진지한 고민과 그러한 의식의 변화가 일어나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걸 누가하나?
바로 제가 하고 여러분이 해야합니다. 우리 70,80세대가요. 그러면 좀 더 좋은 사회를 우리 자녀들에게 물려줄 수 있을 겁니다.
이런 걸 우리가 할 수 있을까? 질문할 필요가 없습니다.
안하면 안되니까요.
그리고 안하면 안되는 것은 되어지기 마련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