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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진영 Nov 11. 2018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

신비롭게 유영하고 날카롭게 물어보며 연약하게 바라본다.

영화 -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 中

(스포성 글이 있을 수 있습니다.)





















박해일, 문소리, 정진영, 박소담이 출연하고

장률 감독이 연출한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를 보고 왔습니다.


장률 감독의 영화는 공간적인 특성이 매우 중요한데

제목에서 바로 투영되듯 군산이라는 공간이

매우 신비롭고 기이하게 다가옵니다.


거기에 장률 감독 필모그래피에서

유머가 가장 두드러지는 작품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몇몇 장면은 정말 눈물 날 정도로 웃었습니다)



이 영화는 공간 뿐만 아니라

구조에서 형식 그리고 시간 인물

메세지 측면에서 모두 자유롭게 유영하듯,

대조와 대비를 뛰어나게 구성하고 있는데


전반부와 후반부로 나뉘었다고 볼 수 있는

영화의 구조는 사실 시간 순서가 뒤바뀌어 있지요.


철저히 윤영의 시점으로 구성 되어있는

이 영화는 사실상 생각의 흐름 의식의 흐름 기억의 흐름과도 흡사할 것입니다.




'윤영'이라는 이름에서도 드러나고

(제게 이 '윤영'이라는 이름은 '유령'처럼 들리기도 합니다.)

극중 '송현'이라는 캐릭터가 언급을 하기도 하지만,

'뭐든지 애매하다'라고 하는 이야기가

이 영화를 관통하고 있는 키워드 일지도 모릅니다.



메세지적인 측면에서도 그러하듯

장률 감독의 정체성이 재중교포라는 것을 생각하면

이는 매우 중요하게 드러내지요.


군산에서 마찬가지로 재일교포로 나오는

정재영, 박소담 씨도 매우 중요하게 등장합니다.

(삼포가는 길에 나왔던 '문숙'씨가 그 캐릭터 이름 그대로

'백화'라고 나온 것도 의미심장해 보입니다.)


모든 것이 서로가 서로를 감싸고 조응하는 듯한

이 영화는, 영화가 어떻게 유영하고 시적으로 대응해야 하는지를

너무나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장률 감독 말에 따라 '영화는 소설과 멀고 시에 가까울 수록 좋다'라는

말이 그대로 느껴지는 대목입니다.



제게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는 사회적인 측면도

매우 중요하게 다뤄지지만 더 중요하게 느껴지는 것은

바로 연약함이라는 인간의 존재일 것입니다.


이 영화의 주요 인물들은 모두가 연약합니다.

상처를 받고 상처를 느끼고 상처를 주는 인간은

대한민국의 대표 시인인 '윤동주'와도 그대로 맞대응 한다는 점에서

무척이나 신비롭고 촘촘하게 다가옵니다.


연약하기에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인간은 답을 제시하는 대신 질문을 던질 수 밖에 없겠지요.

(그 질문은 무척이나 날카롭고 예민합니다.)



올해 본 한국영화 중 가장 아름다운 영화라는 점에서도

이 영화는 두고두고 회자될 장률 감독의 대표 필모그래피일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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